결혼 날짜를 잡을 땐 금기시하는 게 참으로 많다. 길(吉)한 일에 조금도 마(魔)가 끼어선 안된다는 관념이 강하기 때문인 데….
일찍이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처녀가 결혼 날짜를 잡으러 갔는데, 4년 뒤에나 결혼 운이 들었으니 그때 하라고 했다는 것. 그 당시 연애 6년차였다는 데,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으니, 속된 말로 하면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뛸 노릇’이었을 게다.
아무런 가책 없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 가슴만 치는 사람이나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다.
따지고 보면 택일(擇日)이라는 것도 결혼하려는 조건들 중 하나일 뿐이지 않은가.
올해는 윤달까지 들었다. 지금은 아예 윤달을 결혼 날짜 산정에서 제외시킨다. 그러다 보니 꽃피는 봄철 중 한 달이 결혼 날짜에서 송두리째 빠진다. 올해 29세(쥐띠)인 처녀는 더욱 어렵다.
택일 조건 중에 가취월(嫁娶月)이란 게 있다. 이는 여자의 나이를 기준으로 결혼에 나쁜 달이 있다는 이론이다. 29세인 처녀는 ‘아홉수’를 찰떡같이 믿는 사람은 아예 결혼을 못하는 해이기도 하지만, 가취월로 따지면 음력 4월과 5월은 피하는 달이다.
음력 1월은 추워서, 2월은 ‘바람달’이라, 윤 3월은 윤달이라 피해야 하는 달이고, 4, 5월도 나쁜 달이니, 봄날은 전혀 움직여 볼 수 엄두도 못낸다. 다만 음력 3월이 남아 있는데, 이 마저 부모가 결혼한 달이면 또 피하라 한다.
용신(用神) 따져야지, 생기복덕(生氣福德) 따져야지, 결혼에 나쁜 날 피해야지, 그렇지 않더라도 토, 일요일만이 대상인데, 빼고 또 빼면 결혼 할 날이 남지를 않는다. 너무 따지다 보면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고, 들리는 말이라곤 ‘시집 한번 가기 힘드네’ 다.
그러나 세상사에 금상첨화(錦上添花)나 ‘이왕이면 다홍치마’, ‘좋은 게 좋다’는 가능하지만, ‘완벽’이란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2012. 1. 31. 희실재
출처 : 하국근의 命理산책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