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서의 관살은 자기감정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행동도 움츠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다. 관살이 많은 사람은 주위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 노심초사하는 사람이다.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고, 사회 규범을 찰떡같이 지키는 사람이다. 일탈은 남의 일인 사람이다.
사주에서의 식상은 내 감정을 표현하는 작용을 한다. 행동을 할 때도 남의 눈치를 잘 보지 않는다. 감정의 흐름이 부드럽고, 언변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나를 알면 둘을 엮어 표현할 줄도 안다. 임기응변에 능하고, 주위 환경에 따라 적절히 언행을 한다. 유행을 알고, 멋을 부릴 줄도 알며, 적당히 끼를 부리기도 한다. 인기 영합적인 발언도 하고, 무엇보다 순발력이 뛰어나다.
도화살은 사주에서 신살로 분류된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이론 중의 하나다. 끼를 대표한다고 해서, 도화가 강한 여자는 끼가 많은 여자가 된다. 그래서 일반 여성들에겐 있어서는 안될, 통상 기생팔자라 했다. 요즘으로 치면 연예인 사주쯤이다.
나를 뜻하는 글자가 무력한 사람에게 도화가 중첩된 경우가 있었다. 재운이 들었던 고교시절 여러 철학관을 기웃거렸던 경험도 있다 했다. 모두들 연예인 사주라 이 방면으로 나가면 출세한다고 했더란다. 그런데 일간은 무력하고, 그 주위엔 관살이 진을 치고 앉았다. 세상에, 주위의 시선에 주눅 드는 사주다.
지금 30대에 가까이 간다. 아직도 연극판 주위를 뱅뱅 돌고 있다. 십여년의 세월이 아까워 빠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치고 나가려니 돈 사정도 여의치 못하고, 체면과 남의 시선 챙기다 보니 뻔치도 강하지 못해 궁지에 몰렸다.
명리는 예언이 아니다. 주어지는 환경도 중요하다. 그래서 상담학이다. 그리고 글자 몇 개로 삶의 틀을 잡는 그런 어수룩한 학문은 절대 아니다.
2012. 5. 4 희실재
출처 : 하국근의 命理산책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