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天干)을 논함
甲丙戊庚壬이라는 다섯 천간은 양(陽)이고, 乙丁己辛癸라는 다섯 천간은 음(陰)이다.
선천(先天)으로 이야기하면 본디 하나의 근원에서 함께 나왔고, 후천(後天)으로 이야기하여도 또한 하나의 체(體)가 서로를 포함하고 있다.
양(陽)중에 음(陰)이 없는 적이 없었고, 음(陰)중에 양(陽)이 없는 적이 없으니,
甲乙은 하나의 木이고, 丙丁은 하나의 火이며, 戊己는 하나의 土이고, 庚辛은 하나의 金이며, 壬癸는 하나의 水이다.
설령 분별(分別)하여 취용(取用)한다고 할지라도 ‘양(陽)은 강건(剛健)하고 음(陰)은 유순(柔順)하다’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명가(命家)가 가부(歌賦)를 만들어서 비유한 것은 법도에 어긋나 있는데,
‘甲은 동량(棟樑)이고, 乙은 등라(藤蘿)이며, 丙은 태양(太陽)이고, 丁은 등촉(燈燭)이며, 戊는 성장(城牆)이고, 己는 전원(田園)이며, 庚은 완철(頑鐵)이고, 辛은 주옥(珠玉)이며, 壬은 강하(江河)이고, 癸는 우로(雨露)이다’라고 한다.
이어져 내려옴이 이미 오래되었으니 그 이치가 실제로 그러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사용하여 논명(論命)하면서 ‘甲은 무근(無根)인 사목(死木)이고, 乙은 유근(有根)인 활목(活木)이다’라고 말한다.
결국은 하나의 木이 생목(生木)과 사목(死木)으로 나뉘는데,
어찌 양목(陽木)은 사기(死氣)만을 받아서 태어나고 을목(乙木)은 생기(生氣)만을 받아서 태어날 것인가?
또한 ‘활목(活木)은 水의 범람을 두려워하고, 사목(死木)은 水의 범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데,
어찌 살아있는 초목은 물을 만나면 물에 뜨고 죽은 나뭇가지는 물을 만나면 도리어 안정될 것인가?
제간(諸干)을 논단(論斷)하되, 이와 같은 종류는 하나도 마땅하지 않으니 마땅히 다 배척하여야 한다.
단지 음양(陰陽)으로 취용(取用)하되,
먼저 생극(生剋)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제화(制化)를 살펴보는데, 음양(陰陽)이 모두 그러하다.
양(陽)은 극(剋)을 심하게 받지 않고 음(陰)은 극(剋)을 심하게 두려워하지는 않으며, 음(陰)은 다른 것에 종(從)하기가 쉽고 양(陽)은 다른 것에 종(從)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자그마한 차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