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 사람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할 정도로 높은 학구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군사부일체’라고 하여, 스승을 부모나 왕처럼 존경해 왔다.
학교가 갖고 있는 기운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전달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평생 동안 사람에게 영향을 주듯, 학교의 기운도 평생 동안 생활에 영향을 준다.
학교 분위기는 학교 건물 형태에서 일어나므로, 학교 건물 형태를 분석함으로써 학생과 교사가 받는 기운을 구분하게 된다.
학교 건물은 전국적으로 유사한 형태이다. 대부분 남쪽을 향해 교실이 복도와 함께 길게 연결되어 있고,
교실 한 개의 크기는 가로 7.5미터, 세로 9미터로 면적이 20.41평이며, 복도 폭은 2.5미터가 일반적이다.
교실은 1층에 12개를 직선으로 배치하고, 좌우 중간에는 현관과 계단실을 설치함으로써 학교 전체의 길이는 9미터×14교실=126미터가 되고, 건물 폭은 복도까지 포함해 9.5미터가 된다.
이처럼 학교 건물 형태는 깊이에 대한 길이의 비율이 1:13으로 깊이가 매우 짧은 一자형 형태를 이룬다.
학교 건물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유사하며, 학교 부지는 조건에 따라 一자형부터 ㄱ자나 ㄷ자로 변형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동일하다.
최근에야 배치를 보다 현대화하기 위해 직선적인 교사를 ㄱ자, ㄷ자, ㅁ자 등으로 하여 직선적인 길이를 줄인 형태를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교육부의 <초등학교 건축계획 모형 연구>, 1996년).대학에서도 복도 양쪽에 건물을 배치하는 중복도식 교사를 차츰 짓고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복도 폭은 3미터 내외이다. 또한 강의실에 비해 복도가 좁고, 양쪽에 연결된 강의실 수가 많아 건물 형태는 전체적으로 一자형을 이루게 된다.
교육부에서 만든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나 대학교에서 사용되는 중복도식 교실 배치 방법은 그동안의 직선적인 학교 형태로부터 매우 발전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직선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기운의 중심점이 없는 상태이다. ㅁ자 형태의 교실 배치는 도너츠 형태와 그 의미가 같으며, 중심 부분에 지붕이 없어서 기운이 분산되기는 一자형 건물과 동일하다.
一자형의 학교 건물은 산의 형태 중에서 수산에 속하며, 보조격이다. 이러한 형태는 기운이 좌우로 분산되고, 약체이다. 이런 형태는 사대주의가 발생하고, 기운을 모으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주의가 팽배해진다.
따라서 학교가 사회 공동의 이익보다는 개인주의적 목적만을 추구하게 되고, 학생이나 교수는 개인적인 성향이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금전만능주의에 빠질 우려가 크고, 학문과 정신적인 지조를 잃게 된다.
서울대학교의 광장 이름을 아크로폴리스라고 한 것은 대학교가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증거를 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학교 건물을 명당 형태로 만들려면, 기운이 중심에 모이는 주인격 산 형태라야 한다.
또 평면적으로는 정사각형에 가까워야 하며, 직선형이라고 할 때도 전면 길이와 깊이의 비율이 1:2 미만이어야 한다. 一자형 평면에서 중심 부분이 정사각형의 넓은 공간을 이루는 형태는 기운이 모이는 공간이 된다.
이러한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실을 직선으로 많이 연결하는 것보다는, 짧게 연결하되 건물 동수를 여러 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복도 폭은 가급적 넓게 하여 건물 기운이 복도에 모이게 하는 것이 좋은데, 이상적인 복도 폭은 6미터 혹은 그 이상인 것이 좋다. 넓은 복도 공간은 참고 자료 열람실이나 휴식 공간으로 이용하면 된다.
지붕은 지금처럼 평지붕이 아닌 모임 지붕 형태나 돔 지붕, 초기 지붕(초가지붕+기와지붕) 형태로서 기운이 중심에 모이도록 하고, 주변에 있는 산과 조화를 이루며 한국적인 사상이 담겨 있으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시익 저서 '풍수지리와 건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