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가 서 보아도 거기가 한라산이요 한 바퀴 돌아보아도 또 거기가 한라산이요 이제는 힘껏 벗어나려고 숨어 보려고 굴 속으로 들어가 보아도 거기 마저 한라산인데 우리는 이제 무슨 이같은 어리석은 말로 한라산을 찾아간다 하는 것인가?〉
한라산을 등산하겠다며 실컷 한라산을 돌아다녔으나 제주도 자체가 온통 한라산임을 실감하는 이은상 선생의 넋두리이다.
혈을 둘러싼 여러 산이나 산줄기를 사(砂)라고 하는데, 이것은 옛날에 산천의 이치를 모래로 형상을 만들어 설명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먼저 사는 혈장을 향하여 자신이 품고 있는 생기를 분사할 뿐만 아니라 혈장으로 침범하는 외부의 좋지 못한 기운(바람)까지 막아 주는 역할을 한다. 그 모양은 수려하면서도 유정하여 혈을 받들어 모시고 호위하는 모양이어야 좋고, 기울거나 추악하거나 혈장을 등지거나 하면 무정한 것으로 흉하게 본다.
풍수는 사의 진위를 분별할 줄 알면 후손의 화복(禍福)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장생방에 산이 있으면 그 집은 후손이 면면이 이어지며, 제왕방에 산이 우뚝 솟아 있으면 향상 재물이 풍성하다고 단정을 내려도 좋다. 산의 모양과 형태가 단정하면 좋은 것이고, 암석으로 뒤덮여 있으면 흉한 것이다.
사 중에서 좌우에 있는 청룡과 백호가 가장 중요하다. 청룡은 혈장의 왼쪽에 담을 치듯 완만하게 흘러 뻗은 산을 뜻한다. 바람을 막기 위해 2~3겹으로 거듭거듭 감싸주면 좋고, 혈에서 바라볼 때 만약 청룡과 백호 너머로 들판이나 강물이 보이면 월수(越水)라 하며 장풍이 되지 않으므로 피해야 한다.
청룡은 남자 후손의 건강과 수명에 관계가 있으며 그 중에서 장손이 가장 커다란 영향을 받는다. 청룡이 끊어지면 집안이 절손되고, 짧거나 부실하면 남자쪽 후손이 단명하거나 병치레를 한다고 한다. 만약 혈장을 감싸지 않은 채 등을 돌리고 있으면(바깥쪽으로 구부러짐) 불효자가 나고, 끝머리가 끊어지거나 미약하면 객사하는 후손이 나오고, 끝머리에 암석이 돌출해 있으면 인재가 태어난다고 한다.
백호는 혈장의 오른쪽으로 담을 치듯 완만하게 흘러 뻗은 용맥이다. 청룡과 반대로 백호는 딸이나 며느리 등 여자 후손의 운수나 재물 운을 관장한다. 백호가 아름다우면 재색을 겸비한 여자가 나오고, 백호가 부실하면 여자 후손이 빨리 죽어 홀아비가 나온다. 형세가 전체적으로 왜소하면 굶어 죽는 후손이 나오고, 끝머리가 뚝 끊겨진 듯 뭉툭하면 후손이 끊기거나 과부가 생겨난다. 청룡보다 백호의 위용이 지나치게 당당하면 청상과부가 생기거나, 며느리의 주장이 거세어진다고 한다.
사를 볼 때 가장 주의 깊게 살펴 볼 것은 혈에서 보아 청룡과 백호 너머로 산자락이 있으면--풍수는 이를 규봉(窺峰) 혹은 월견(越肩)이라 한다-- 흉하다. 이것은 혈을 향하여 언뜻언뜻 넘겨다보는 산으로 마치 구경꾼이 담을 넘어다 보는 형상을 하고 있다. 백호를 넘겨보는 규봉이 있으면 도적질로 형무소에 가는 후손이 생긴다고 한다.
만약 용호가 나란히 뻗으면--풍수는 상부((相符)라고 부른다-- 후손간에 우애가 없고 다툼이 잦으며, 또 백호가 청룡을 찌르면 --풍수는 자연이 올바로 순환하지 못하는 상태를 충(沖)이라 한다-- 남자 자손 중에 요절하거나 사고를 당하는 화를 입는다고 한다.
이처럼 주변의 사가 좋고 나쁨을 따질 경우 방위로 보는 방법과 산의 모양새로 보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방위로 길흉을 감결하는 방법은 패철 6층인 인반중침(人盤中針)을 이용하며, 이 경우 삼길육수(三吉六秀)가 좋다고 한다. 삼길은 경(庚), 진(辰), 해(亥) 방위에 있는 산이고, 육수는 간(艮), 병(丙), 손(巽), 정(丁), 신(辛), 유(酉) 방위에 있는 산으로 혈장의 생기를 강화시켜 후손의 발복을 촉진한다고 전한다.
대체로 각국의 임관방에 산이 우뚝 솟아 있으면 가문을 빛낼 후손이 나오고, 각국의 생왕방에 산이 있으면 대대로 부모에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성현이 난다고 한다. 만약 목욕방에 산이 있으면 여색을 탐하는 음란한 후손이 나고, 관대방에 솟아 있으면 신동이 태어나 어려서 급제를 하지만 풍류를 좋아한다고 한다.
산의 모양별로 방위를 정해보면 아래와 같다. 문필사(文筆砂)는 붓처럼 뾰족한 산으로 임관방(臨官方)에 있어야 좋은데, 게중에 화국의 손방(巽方)에 있는 문필사를 제일로 친다. 특히 간방(艮方)의 문필봉은 이기 상으로 하늘의 장사꾼인 천시(天市)에 해당하니 재복을 장악하는 산이다.
고궤사(庫櫃砂)는 창고에 곡식이 쌓인 형상의 산을 일컬으며 목국과 수국의 간방(艮方)에 있으면 거부가 난다고 한다. 하늘로 오르는 계단처럼 산봉우리가 연이어 높이 솟은 산을 천마사(天馬砂)이라 하는데, 복을 빨리 가져오는 산으로 친다. 특히 화국에서 오(午)자에 천마가 있으면 과거에 장원으로 급제한다고 한다. 그밖에 도장처럼 생긴 인합사(印盒砂)는 귀인이 될 산이고, 사모처럼 생긴 사모사(紗帽砂)는 벼슬이 높은 후손이 태어난다고 한다.
앞서 나열한 주변의 산봉우리 말고도 혈장 앞에 있는 안산(案山)을 귀중하게 여기는데, 보통 혈 앞쪽에 낮게 엎드려 있는 산을 가리킨다. 안산은 책상과 같은 것으로 높으면 눈썹의 높이요, 낮으면 심장의 위치로 정도로 가지런해야 좋다고 한다. 그 모양이 초승달이나 반달과 같은 아미사(蛾眉砂)면 딸 중에서 왕비가 나거나 미인이 나고, 안산 앞으로 맑은 물이 흘러가면 재색을 겸비한 딸이나 며느리가 나온다고 한다. 만약 안산이 없으면 생활이 궁핍하고, 지나치게 높으면 혈장의 생기를 눌러 압혈(壓穴)이 되므로 후손 중에 눈이 멀거나 불구자가 태어난다.
안산 바로 뒤쪽의 커다란 조산(朝山)도 중요하게 관찰한다. 만약 조산이 없고 안산만 있다면 주인 혹은 임금으로써 품위를 잃는다. 왜냐하면 손님은 없고, 덩그렇게 상만 놓여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주인을 뵙고, 신하가 임금에게 배알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부인이 남편을 따르는 것처럼 혈에 대하여 예를 갖추어야 좋고, 혈에서 보아 눈썹의 위치가 좋다고 하며, 너무 높으면 오히려 혈을 압도하여 흉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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