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인 굳카인드(E.A. Gutkind)는 서양 사람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단계별로 변화했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자연을 외경의 대상으로 생각해 자연에 의존해 생활한 단계로 그것을 '우리의 관계(I-thou)'라 규정하였다.
둘째는 사람의 두뇌가 발달함에 따라 '우리의 관계'는 깨지고 '너와 나의 관계(I-it)'로 변했는데, 그 결과 자연을 정복해야겠다는 야심이 생겼다. 그 배경에는 유일신만을 믿고 고집하는 기독교의 출현이 컸다고 한다. 성경에 따르면 여호와는 모든 것을 사람에게 선물로 주면서, 그들을 이용하여 번성하라고 하였다.
따라서 사람들은 땅, 동물, 식물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공격하여 약탈함은 물론, 파괴에 대해 어떤 죄의식도 가지지 않았다. 더욱이 산업 혁명 이후에 기계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하자, 사람이 자연보다 우월하다는 오만함이 생겨서 개발이란 명목 하에 토지 이용을 극대화하였다. 자연을 파괴한 것은 물론 지하자원까지 고도의 기술을 이용해 수탈하였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의 오만함을 더 이상 두고보지 않았다.
지구의 온갖 자원들이 정복과 이용 대상으로 파괴되자, 그 대가로 환경오염, 자원 고갈, 에너지 난, 생물의 멸종, 생태계의 파괴 등 범세계적인 환경문제를 안겨 주었다. 이것은 자연을 자원으로만 인식하여 파괴를 서슴지 않던 인류에게 자연이 내린 벌이다. 또한 자연에 의존해 살고자 했던 고대 서양인의 자연 사상이 공업화에 따라 쇠퇴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 학자는 서양에서 풍수 사상이 사라진 원인으로, 그들의 수학적인 사고방식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그들이 맹신하는 과학적이고 분석적이며 검증적인 사고는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룬 삶을 살아가는데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서양식 사고방식은 조화보다는 수치로 환산된 경제적 가치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간척지 개발이 있다. 현대의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바다를 막으면 광활한 농토가 생긴다. 특히 한국의 서해안은 리아시스 해안으로, 산을 깎은 흙과 돌로 바다를 메운다면 막대한 량의 식량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간척 사업에 따라 없어지는 갯벌이 문제이다. 갯벌은 생물 자원의 보고이며, 나아가 오염물을 정화시키는 능력도 탁월하다. 즉, 갯벌을 메움으로 우리는 식량을 얻지만, 그 대신 많은 수산 자원과 오염물질의 정화 능력은 상실한다. 서해안 간척지를 둘러 본 외국 학자는 '갯벌을 메워 식량을 생산하는 것보다, 갯벌 자체에서 얻는 해산물의 가치와 오염 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감안한다면 갯벌을 그대로 나 두는 것이 오히려 50배가 넘는 경제적 가치가 있다.'라고 말했다.
즉, 개발에 따른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자연도 그 내재하는 고유한 가치와 질서를 가지고 있는데, 우선해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개발에 앞서 자연에 내재된 가치를 파악해야 하며, 자연 자체의 질서와 목표가 무엇인지를 발견하고는 그에 적극적으로 적응해야 전체적으로 자연과의 유기적 조화가 이루어지며, 그것이 당장은 모르겠지만 후세에는 더욱 경제적인 가치를 발하리라 믿는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음양오행론에 바탕을 둔 고대의 자연관이 꾸준히 발전하여 오늘날의 풍수학이 되었다. 동양의 자연관은 무엇보다 자연을 생명체로 보고 그와 더불어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비단 땅뿐만이 아니다. 정월 보름날이면 나무의 Y자형 가지 틈에 신석(腎石)을 꽂아 나무를 시집보내거나, 나무에 떡을 바치며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기도 한다. 이는 동양인 특유의 정많은 자연관이 표출된 것으로 나무까지도 자연의 신령스런 기운이 배어 있어 사람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는 소박한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서양 지리학은 땅을 소유와 이용의 대상으로만 파악해 무자비하게 파괴하거나 이용가치가 없으면 가차없이 버린다. 하지만 풍수 사상은 땅이 삶의 터전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이 생로병사의 순환을 반복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자연 혹은 땅을 생명체로 보려면 여기서 두 가지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하나는 생명체로써 크기가 확정되어져야 하고, 둘째는 개체마다 개성이 있어야 한다. 또 생명체라면 어떤 경우든지 생로병사의 순환 궤도를 가지니, 비록 땅 일지라도 나고 죽는 과정 상에서 그 기운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운은 바로 생명력으로, 기운이 왕성하면 만물을 탄생시켜 길러 내는 기운이 좋고, 쇠약하면 생명력은 떨어진다.
사람을 생명체로 인식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일 개체가 아니라 개개인을 독립된 크기로 구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아기가 태어났다면 그것은 전 인류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한 사람이 태어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자연도 생명체로 인식하려면 먼저 자연을 독립된 생명 단위로 구분 지어야 한다. 즉, 자연은 전체가 하나의 동일 생명체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자연 생명체가 모여 이루어진 복합 생명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자연 속에서 생기가 응집된 혈을 찾는 풍수학의 1장 1절은 무엇보다 무수히 많은 자연 생명체가 모여 있는 땅에서 개개의 생명 단위를 어떻게 쪼개어 그 크기를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즉, 자연은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모인 복합 생명체인데, 그 개개의 생명 단위를 구분 지어 그 각각의 땅의 기운이 좋고 나쁨을 가려야 한다. 자연을 생명체로 볼 때에 단일 생명체의 단위를 풍수학은 국(局)이라 부른다.
그럼 끊임없이 이어진 산줄기 또는 평야에서 어떻게 국이란 생명 단위로 구분 짓는가? 이것은 땅가름 뿐만 아니라 자연 개체의 개성까지도 파악하려는 것으로, 일단 국이 결정되어야 그 생명체가 건강한지 혹은 병이 들었는지 혹은 쇠약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풍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형기 풍수학에서는 국의 개념이 없다. 왜냐하면 산세의 모양을 보아 풍수 이론에 나오는 그림과 합당한 곳을 혈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평소 필자와 친분이 있었던 상주가 지관 C씨와 필자에게 함께 묘 터를 보여주었다. 먼저 C씨가 '용맥이 축간방(丑艮方)에서 왔고, 앞쪽의 연못은 황천수(黃泉水)라 장사 지낸 뒤 10일이 지나면 큰아들이 죽고, 3년 만 지나면 집안이 몰살합니다.'라고 말했다. 필자가 감결한 결과 그 땅은 생기가 왕성한 곳이었다. 그래서 C씨에게 '이곳의 국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기 풍수학을 모르는 C씨는, '국이 뭡니까? 미역국입니까? 해장국입니까?'라고 황당한 말을 내뱉었다. 국의 개념조차 모르면서, 풍수학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자신조차 자신의 논리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으면서, 남의 가정의 길흉화복을 논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을까.
풍수 현장에서 패철을 이용해 혈을 잡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국의 개념을 파악한 뒤, 땅의 개성과 기운을 파악해야 한다. 그럼 자연의 생명 단위인 국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무수히 많은 생명체가 복합된 자연을 이제 국이란 개념으로 개개의 생명체로 땅가름을 하려면, 국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을 예로 든다면, 일단 피부 색깔에 따라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으로 구분 짖을 수 있다. 사람이라는 한 개념으로 생각할 때면 막연하던 것들이 황인종, 백인종, 흑인종으로 구분 지으면 그들만의 특징과 개성을 얘기할 수 있다. 황인종이라면 대체로 얼굴이 둥글고 그 조상은 대개가 동양이고, 흑인종이라면 그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살았다는 것 등이다.
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연을 생명 단위인 국으로 분리할 때는 4가지가 있다. 그것은 국의 크기나 개성을 동양 사상은 이것들을 5가지로 분류해 정의하려는 음양오행론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5행 중에서 개성이 없는 토(土)만을 배제시키고, 목국(木局), 화국(火局), 금국(金局), 수국(水局)이 그것들이다.
목국이라면 오행에서 설명했듯이 계절은 봄이고, 모양은 삼각형이고, 색깔은 청색인 개성을 가진다. 화국, 금국, 수국 역시 독특한 개성을 가진 생명체이다. 현재 동양의 사상은 음양오행론에 바탕을 둔 채 더 이상 복잡하게 발전되지 못해 현대 문명에 적응하는데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주역은 처음에 8괘로 흥망성쇠를 설명하다가, 세상살이가 좀더 복잡해지자 64괘와 384괘로 세분화되었다. 따라서 풍수학도 현대적 도시 생활과 건축 혹은 장묘 문화의 변화에 공조하는 현대적 학문으로 거듭나려면, 이제 오행론에서 벗어나 10행론, 20행론 등으로 그 해석과 방법론이 좀더 세분화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