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陽基)와 풍수(風水)
⑴양기의 의의(意義)
양기(陽基)라는 것은 산 사람의 주거지란 의미이다. 생각건대, 생사를 나누어 생자를 양(陽), 사자(死者)를 음(陰)이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사자가 사는 곳인 무덤을 음기(陰基), 음택(陰宅)이라고 부르는데 반해 생자가 사는 곳, 즉 개인의 가정 또는 산 사람의 집단인 부락이나 도읍의 땅을 양택(陽宅) 또는 양기(陽基)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거지를 열거해 칭하는 경우, 풍수상 보통 음택양기(陰宅陽基)라 칭하지, 음기양택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택(宅)과 기(基)는 똑같이 사람의 주거지에 사용된 문자이다. 그 용어의 관습상 택(宅)은 사람이 들어가 사는 곳, 기(基)는 이 택이 있는 토지를 의미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살만한 가옥이 택(宅)이고, 이 가옥이 들어선 땅이 기(基)이며, 보통의 주택에서는 이 택(宅)과 기(基)가 모두 필요한 존재물인 것이다. 그런데, 사자의 주택은 지상에 별도로 가옥을 짓는 것이 아니고, 땅 속에 안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덤에서의 택과 기는 별도의 존재가 아니다. 환언하면, 산 사람의 주택에서는 사람이 들어가 살 만한 가택과, 가택을 세울 수 있는 택지 또는 기지를 필요로 하나, 무덤에서는 이 택을 특별히 기지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풍수는 지기(地氣)에 의해 행복을 구하고자 하는 것이고 주로 토지에 의해 천지의 생기를 향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자의 무덤 및 산 사람의 주거를 고려해 볼 때, 무덤은 택 그대로 충분히 생기의 향수를 누릴 수 있지만, 주거는 가옥이 아니라 오히려 택지, 즉 기지에 의해서 비로소 완전히 지기(地氣)와 교섭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생사 양자의 주거를 풍수적으로 말할 때는 무덤을 음택(陰宅)이라고 하고, 주거를 양기(陽基)라고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음택과 양기의 차이를 분명히 했지만 양기는 산 자가 택옥(宅屋)을 세우는 토지라는 의미일 뿐, 결코 사람이 주거하는 가옥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풍수적 효과의 추구 때문이라면 가옥의 구조보다는 가옥을 세울 많나 토지의 선악 여하가 극히 중대한 관심사항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위에 가옥을 지을 만한 토지가 생기를 누리기에 양호한 곳이면, 그 위에 세우는 가옥의 대소장루(大小壯陋)는 큰 문제가 아니다.
⑵양기의 종류(種類)
산 사람의 주거인 토지, 즉 양기에는 대체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국(國), 도(都), 주(州), 읍(邑)과 같이 민중의 생활의 장(場)으로서의 것이고, 하나는 개인 가옥의 택지이다. 그렇지만 산 사람의 주거는 사자와 달리 그 생활 관계 때문에 마을에서 떨어진 고독한 생활을 영위하지 않고 어느 정도 집단 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양기는 집단과 개인이라는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집단생활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풍수의 효과라는 목적에서 볼 때는 그것이 집단 생활자 전체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또는 다른 생활자의 불운이나 불행은 문제시하지 않고 단지 자기 일가의 행복만을 중요시한 것인가의 차이에 따라, 집단 생활자의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집단 양기(陽基), 자기 일가의 행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개인 양기(陽基)라고 한다.
집단 양기에는 국, 주, 군, 도, 읍, 부락 등이 있고, 그 규모의 여하에 따라 각각 대소의 차이는 있지만, 국, 도, 읍 전체의 지세가 풍수적 효과의 대상이므로 여하튼 광범위하게 취급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 양기에서는 한 개인의 가옥의 택지를 풍수적 효과의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집단 양기와 같이 그 규모가 광범위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개인적 양기는 집단적 양기에 비해서 그 지역이 협소할 뿐 양지(良地)의 발전과 이동이 용이하다는 것이 마치 음택이 양기보다도 용이한 것과 같아서 양기의 풍수에서는 집단 양기에 못지않게 개인 양기가 강하게 신앙되어 왔다.
집단적 양기는 일단 이것을 설정한 이상, 그후에 지기(地氣)의 쇠손을 추지(推知)하여도 그 양기가 사람들의 생활의 장인만큼 쉽게 다른데서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 설사 구했다손 치더라도 거리의 관계 혹은 구처(舊處)에 대한 집착 등의 관계 때문에 이전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집단 양기는 한 번 설정된 이상 이것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보다도 그 지방의 왕성함을 가져올 많한 시설, 쇠운을 막아 낼 많한 시설을 하는 소극적 방책에 의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을 비보(裨補)라고 한다.
이에 반해서 개인적 양기는 광대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할 때 타인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옮길 수 있다. 어떤 용의주도한 자는 집의 기지(基地)를 두 곳 혹은 여러 곳에 마련해두고 갑지(甲地)에 살아 보아 행운을 얻을 수 없을 때는 을지(乙地)에서 산다. 따라서 적당한 양기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넓게 탐구되었으나 그것은 거의 비밀에 붙여져 있다.
⑶양기의 풍수(風水)
풍수의 본질은 천지의 생기를 땅을 통해 받아 인생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있으므로 이런 점에서는 음택이나 양기나 동일하다. 양기에 있어서도 그 땅의 형세가 음양충화하고, 오행상생하고, 따라서 생기가 충일하는 곳이 길지인 것처럼 장풍(藏風), 득수(得水), 사사방위(四砂方位)등 음택의 그것들과 다를 바 없다. 단지 양기는 음택에 비해서 그 성질상 산골짜기 사이의 소규모의 땅으로는 불가능하며, 상당히 넓은 토지와 생활에 필요한 자료의 공급이 용이한 땅이라야 한다. 양기의 형세는 음택에 비해서 형상이 정비되어 있지 않고 그 사사(四砂)가 분명하지 않은 듯한 점이 음택과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광막한 형세를 이루고 있어도 풍수의 원칙인 장풍득수(藏風得水), 양래음수(陽來陰受), 음래양수(陰來陽受)와 같이 생기의 축적과 화생(化生)을 촉진해야 할 음양조화의 형세가 아니면, 여하한 좋은 집을 지었다고 해도 풍수적으로는 극히 무의미한 것이다. 반드시 음양 충화(沖和)해야 할 지세의 요소를 구비한 곳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양기는 가옥 한 채를 짓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백가천가(百家千家)의 행복을 위한 곳이 상위(上位)의 대지(大地)라고 한다. 한 집의 건물만 조영할 수 있는 소규모의 땅은 아무리 길지라도 대지(大地)라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백자천손(百子千孫)의 번영을 위하여 분가할 수백 가옥의 터전으로서 부적당하기 때문이다. 즉 양기의 혈은 음택의 혈과 같이 사방 십보 내에 한한 협소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적어도 사방 수십 보, 수백 보, 수만 보, 많을수록 좋다. 왜냐하면 음택은 나무 뿌리를 배양하는 곳이기 때문에 좁아도 생기만 향유하면 되지만, 양기는 지엽(枝葉)이 번성하는 곳인 까닭에 넓고 생기가 모이는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같은 생기를 받고자 해도 음택은 그 생기가 모이는 혈(穴)이 작기를 바라고 양택은 그것이 크기를 바란다.
또한 음택은 땅 속을 흘러 모이는 생기를 직접 받는 데 반해서, 양기는 생기 있는 땅 위에 주택을 지어서 간접으로 생기를 향유하는 것이다. 양기는 음택보다 지형물의 형세에 중대한 의의를 부여한다. 풍수는 생기가 모이는 국혈과 그 주변 형세에 중점을 두고, 그 형세의 선악순역(善惡順逆)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이것은 이미 앞에서 말한 바와 같다. 다만 음택은 직접 땅 속의 생기로부터의 영향을, 양기는 형세의 영향을 중시한다.
즉 양기는 땅 속의 생기와는 간접적이며 지상의 형세 유형과는 직접적으로 그 기를 향유한다. 마치 음택이 지상의 형세로부터 향유하는 기의 영향은 간접적이고 땅 속의 생기와는 직접적인 것과 같다. 따라서 음택이 땅 속의 생기의 충일 여하에 중점을 두는 반면, 양기는 이 지상의 형세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따라서 양기의 풍수신앙은 음양오행의 근본 개념보다는 유형 유물(類形類物)에 의거하여 음양의 조화, 오행의 상생상극을 설명하고, 행복을 초래해서 흉재를 면한다는 원시적 유형신앙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⑷양택 풍수지리의 방위(方位)
'양택 풍수지리'는 바로 그 길한 집터와 좋은 환경을 찾아내는 학문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방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우주가 방위로 조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서남북을 '사정방(四正方)'이라 하고 다시 그 중간을 가리키는 서남, 서북, 동남, 동북 방향을 '사움(四隅)'라 한다. 그러니까 4정방은 자오묘유(子午卯酉)인데 사주 팔자에 이 자가 하나둘 껴야 사람이 똑똑하고, 유명해진다고 한다.
이 여덟개 방위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방위는 '귀문방(鬼門方)'이다. '귀문방'이란 귀신이 드나드는 방향이라는 뜻이다. 음택(陰宅)도 그렇지만 양택 풍수에서 '귀문방'을 꺼리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시간과 계절은 방위와 함께 언급한다. 사계절로 본 '귀문방'은 환절기에 해당한다. 건강한 사람은 몰라도 약골이나 노약자가 감기나 다른 병에 걸리기 쉬운 때가 환절기다. 시간으로는 여름철 하루 중 가장 찌는 듯이 더운 오후 3시경이 '귀문방'이고, 겨울철에는 가장 온도가 낮은 새벽 3시경이 '귀문방'에 해당한다. 여름이나 겨울이 아니라도 오후 3시경은 노곤해서 하루 중 일의 능률이 제일 떨어지는 시간이고 밤이면 가장 깊이 잠들어 무방비 상태가 되는 시간이 '귀문방'이다. 옛날부터 양택 풍수에서는 '귀문방'에 불결한 의미를 지닌 장소를 배치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집 안에서 불결한 장소라면 첫 번째가 '화장실'이다. 냄새나는 화장실이 '표귀문(表鬼門)'에 속하는 북동쪽에 있으면, 북동풍이 화장실을 통과하면서 악취를 집 안으로 밀어붙인다. 그 냄새를 줄곧 맡고 산다면 좋을 게 없다. 특히 아기들에게 액운이 온다고 한다. 그리고 '이귀문(裏鬼門)'인 남서쪽도 마찬가지다. 남서쪽은 오후 3시쯤이면 햇볕이 뜨거워져 땅의 나쁜 기(氣)가 기승을 부리고 습기 많은 것들이 쉽게 썩는다. 시간상으로 하루 중 이때는 노곤해져 작업 능률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저하되므로 안전사고도 많이 발생한다.
출처 : 지리풍수(地理風水) - blog.naver.com/zingong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