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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정 이지함의 삶과 정신
깡통박사 2017-09-30 (토) 08:37 조회 : 1760

이지함의 호는 토정이다. 그의 호를 토정이라 함은 그의 정자가 흙으로 다져진 축대위에 자리잡은 까닭이었다.
 
그는 어려서 부친을 잃고 나이가 들어서야 형 지번之蕃에게 글을 배웠다. 대신 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글공부에 대한 분발심이 대단해 책을 손에 잡으면 침식마저 잊기가 예사였다. 한번은 광릉의 별장으로 나가서 등잔에 쓸 기름을 구하고자 처가에 사람을 보냈다. 그의 장인 되는 모산은 그의 지나친 학구열에 몸이 상할까 염려하여 기름을 보내지 않았다. 그는 이에 도끼를 허리에 차고 산으로 들어가 관솔을 따다가 방안에 켜고 일년 남짓 공부에 매달렸다. 그로부터 그는 경전과 자집子集에 완전 통달하여 문장이 마치 물 솟듯 하였다. 그의 학문은 경敬을 주로 하고 리理 중심이었는데 일찍이 말하기를 “성인을 배워서 능히 할 수 있으나 오직 자포자기하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공부를 하면서도 선조 계유년에 탁행의 추천으로 6품관에 임명된 것 이외에는 과거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스스로 떠돌면서 매인데 없이 살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의 학문적인 재능은 율곡이 이미 알아보고 성리학에 종사할 것을 권했는 바 그의 대답은 자기에게는 욕심이 많아서 어렵다는 것이었다. 율곡은 그 대답에 수긍하기 어려워 다시 물었다. “부귀 영화 성색聲色과 재물에 대한 탐심은 모두 존장이 즐기는 바가 아닌데 무슨 다른 욕심이 있어서 학문을 방해하겠습니까?“ 그가 다시 대답했다. 어찌 반드시 명리 성색만을 욕심이라고 하겠는가. 마음의 향하는 바가 천리天理가 아니면 모두가 인욕인 것이다. 내가 스스로 방종함을 좋아하고 능히 예법으로서 몸을 단속하지 못하니 어찌 물욕이 아니겠는가.“
  율곡과 관련해서는 이런 일화도 있었다.
   마침 율곡은 대간의 자리에 있다가 병을 핑계로 사직을 한 터였다. 율곡의 처서로 많은 명사가 모여들었다. 그 자리에서 지함은 “성현들의 하는 바가 뒷날 폐단을 많이 만들었다.“고 말했다. 율곡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 “무슨 기담이십니까? 나는 존장께서 책을 하나 지어 장자와 같아지기를 원합니다. 지함은 웃으며 대답했다. “공자께서 병이 없으면서 병이라 칭탁하고 유비孺悲를 보지 않는 것과 맹자가 병이 없으면서 병이라 칭탁하고 제선왕의 부름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후세의 선비들이 흔히 이를 본받으니 대저 병을 핑계하여 사람을 속이는 것은 사람의 집에 게으른 종이나 말 안듣는 머슴의 행위와 같은데 선비된 자가 차마 이런 짓을 하면서 이것을 공자와 맹자에 칭탁하니 성현의 소위가 뒷사람의 폐단을 지은 게 아니냐.“ 그러자 좌중의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또 지함은 이런 말도 했다. “지난 해의 요성妖星을 나는 서성瑞星으로 본다.“ 율곡이 대꾸했다. 무엇을 이르는 말입니까?“ 공이 대답했다. 인심과 세상 풍습이 극도로 퇴폐해져 장차 큰변이 생길 것 같더니 그 별이 나타난 뒤로부터 상하가 모두 두려워하여 인심이 차차 변화해가니 어찌 서성이 아니겠느냐.“
  율곡과 관련된 지함의 많은 일화에서처럼 지함도 율곡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있다. 지함이 여러 명사들과 어울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자리에서였다. 그가 좌중의 사람들에게 입을 열었다.
  “오늘의 국사가 기운이 다하여 손을 대어 약을 쓸 길이 없어진 사람과 같이 되었는데 다만 한가지 기묘한 계책만이 위급한 증세를 구할 수가 있다.“ 앉은자리의 사람들이 그 계책을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이 세상에서 반드시 이 계책을 쓰지 않을 것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오늘날 숙헌이(율곡의 자)조정에 머무른다면 비록 크게 하는 일이 있지는 않더라도 나라가 이처럼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하였다.
 
그는 모산수毛山守 성랑星浪의 집으로 장가갔다. 일찍이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도포가 보이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집안 사람이 당연히 그 까닭을 물었다. 그의 대답으로는 “거지 아이가 추위에 얼어 병든 것을 보고 뜯어서 세 아이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했다. 그는 맨손으로 생업을 경영하여 살림살이에 뜻을 둔지 수년이 못되어 수만의 양곡을 축적하였다. 또 해도(섬)로 들어가 박을 심어서 쪼개어 바가지를 만들어 수천 석의 양곡을 사서 모두 빈민에게 흩어주었는데 처자는 항상 주린 빛이 있었다. 국내 산천에 가지 않은 데가 없었으며 어떤 때는 한 더위에도 물을 마시지 않아 왕왕 사람들이 의아해 했으며 어떤 때는 열흘 동안을 화식하지 않아 그 행동이 세상 사람들과 다른 점이 많았다. 베옷에 짚신으로 봇짐을 지고 다니며 혹 사대부들과 놀면서 옆에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이 행동하기도 하였다. 제가의 잡술에 널리 통했으며 조그만 배의 네 귀에 큰 바가지를 달고서 세 번이나 제주에 들어갔으나 풍랑의 위험을 겪지 않았다. 제주의 관원이 그의 이름을 듣고 객관에 맞아들이고 기생을 택하여 잠자리에 모시도록 하고 창고를 가리키며 기생에게 말하기를 “네가 만약 이공의 사랑을 얻는다면 마땅히 한 창고를 상으로 주겠다"하니 기생이 그 사람 됨을 이상히 여겨 밤에 쫓아 들어가 아양을 떨면서 기어이 그의 마음을 어지럽혀 보려고 애썼으나 끝내 그가 마음을 움직이지 않으므로 고을 관원이 더욱 그를 공경히 대했다. 일찍이 자질들에게 훈계하기를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다름아닌 여색이라고 일렀으니 “여기에 엄하지 못하면 그 나머지는 족히 볼 것이 없다."고 했다.
외출할 때는 늘 철로 된 관을 쓰고 다녔는데 다니다가 그것을 벗어 밥을 지어 먹고 씻어서 다시 관으로 썼다.
능히 한서와 기한을 참아서 혹 겨울날에 알몸으로 매운 바람 속에 앉아 있기고 하고 혹은 10일 간이나 음식을 끊어도 병이 나지 않았다. 형제간에도 있고 없는 것을 서로 같이 하며 그 가진 것을 혼자만의 것으로 하지 않았으며 남에게 주는 것을 좋아하여 항상 남의 급한 것을 구제하였다. 어려서 글을 배우지 않았고 이미 장성한 뒤에 그 형 지번의 권고에 따라 비로소 발분하여 부지런히 공부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침식을 잊기에 이르렀다. 단 과거를 일삼지 않고 매이는데 없이 스스로 방랑하였다. 이이가 한번은 성리학에 종사할 것을 권고하니 지함이 말하기를 나는 욕심이 많아서 능히 하지 못하노라. 하였다. 이가 부귀 영화 성색과 재리는 무두 존장의 즐기는 바가 아닌데 무슨 욕심이 있다고 하느냐고 의아해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출처:주역으로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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