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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화권의 3대 고전은 ‘당시(唐詩)’, ‘사기(史記)’, ‘주역(周易)’이다. 관점에 따라 선별기준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세 책은 아시아의 문·사·철을 대표한다.
‘당시’를 읽다보면 ‘인생의 고통과 남루함에 직면해서도 이를 시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문학적 기백’을 배우고, ‘사기’에서는 ‘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사의 흥망성쇠는 누구나 겪었던 일이니까, 불행을 당하더라도 너무 아등바등하지 않고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내력’을 얻는다. ‘주역’을 통해서는 ‘잘 나간다고 너무 즐거워할 일도 아니고, 못 나간다고 해서 너무 절망할 일도 아니라는 이치’를 깨닫게 된다.
공통적인 핵심은 희망이다. 자살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당파 싸움에서 패배하여 적막강산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읽었다는 주역의 괘가 있다. 바로 28번째 ‘택풍대과(澤風大過)’ 괘이다. 앞으로 가자니 강이 가로막고 있고, 뒤에서는 태풍이 몰아붙이는 형국을 상징한다.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가는 형국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때가 닥치면 어떻게 마음을 다져 먹어야 하는가.
택풍대과 괘의 요점은 이렇다. ‘독립불구(獨立不懼)하며 돈세무민(遯世無悶)하나니라’. ‘홀로 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상과 멀리했어도 근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친구도 찾아오지 않고, 가족도 만나볼 수 없는 적막강산에서 유배생활을 지탱하게 해 주었던 대목은 독립불구 돈세무민이라는 괘였다.
요즘 40대 중반에 들어서는 샐러리맨은 유배생활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월급을 주던 회사에서 퇴출당했을 때 과연 ‘독립불구’할 수 있는지, 찾아오던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을 때 과연 담담하게 ‘돈세무민’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해 볼 일이다. 평소 고전에 대한 밑천을 장만해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