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
사주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을 살펴보기로 하자.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남성일 교수(서강대 경제학과)는
올 초 한국경제학회 연합학술대회에서 ‘사주가 소득에 미치는 효과 분석’이라는 이색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財運 좋은 사람이 돈 많이 벌어 이 논문은 사주에 재물운이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에 비해 학력 등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최소 12%에서 최대 39%까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
펴보면 사주에서 나타나는 재운을 상·중·하로 나눈 뒤 실제로 당사자의 소득을 연계시켜 본 결과 재운
이 약한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은 109만원, 보통사람은 121만원, 강한 사람은 134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재운이 강한 집단이 약한 집단보다 교육에 따른 수익률도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운이 약
한 집단에서 1년의 추가 교육은 소득을 약 8%씩 상승시키는 데 비해 재운이 강한 집단에서는 12.7%씩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는 우리나라 35∼65세 남녀 1017명을 대상으로 사주와 소득의 상
관 관계를 통계기법인 회귀분석을 통해 연구한 결과물. 남교수는 이 논문을 발표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노동경제학에서 소득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대체로 개인의 학력,
경력, 근속 연수, 자격증 등 인적 자본이 소득 변수에 70% 이상 작용하는 것으로 보지만 측정되지 못하
는 소득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경제학술지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AER(American Economic Review)’ 1994년판에
는 ‘잘생긴 사람이 소득이 높은가’라는 미국인 학자의 논문이 게재된 적이 있다. 이는 사람이 잘생겼느
냐 못생겼느냐는 변수를 가지고 소득함수 추정 방법론을 통해 분석한 것인데, 실제로 잘생겼다고 평가
받은 사람들이 못생겼다고 평가받은 사람들에 비해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외모 역시 소득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주의 운도 소득변수에 얼마나 작용하는지 평가해봤는데, 이번 조사 결과 경제학적 의미
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남교수는 이러한 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고 밝혔
다. 자영업이나 고용주 등 비임금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추정 결과에서는 사주 변수가 잘 맞지 않았다
는 것이다. 남교수는 이에 대해 “자영업자나 고용주 등은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특성상 월급 생활자에
비해 소득이 잘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남교수는 또 “사주는 연월일시 네 기둥의 60갑자를 가지고 따지는 것인데 이번 분석에서는 태어난 생
시를 뺀 세 기둥으로 접근했는데도 현대과학의 통계적 방법에 따라 검증한 결과, 명리학의 예측력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말한다.
현재 남교수는 일본사람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사주 재운과 소득의 함수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일본인
들에게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경우, 더 세계적인 학문적 영역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남
교수의 예측이다.
성격이론과 사주의 개성
과연 태어난 연월일시로 그 사람의 타고난 재운, 나아가 운명을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원광대 동
양학대학원의 이상선 교수(철학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 태양계는 자전과 공전을 거치면서 한 해, 한 달 등 시간의 마디를 부여한다. 고대 동양인들은 그
시간의 마디를 60갑자를 이용해 표현하였다. 즉 매년 매달 매일 매시의 흐름을 기(氣)의 흐름으로 인식
하여 이를 60갑자라는 부호(기 해석코드)로 상징화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생명의 주기성(週
期性)을 해석해내는 것이 바로 사주 명리학이다.”
풀어 말하면 사람은 모태에서 출생하는 순간, 바로 그때 작동하는 해와 월과 날과 시의 기 흐름(우주적
에너지)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때 받은 사주는 일정한 주기성을 가지면서 당사
자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운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도 흥미롭게 나타난다. 수원과학대 김태균 교수(사회복지학)가
세 차례에 걸쳐 직장인과 전국 대학생 1979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운(運)에 관한 태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93~94년)에 따르면 73%가 운을 ‘타고난 팔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운은 자신의 의지와는 별도로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출처: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