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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三災)수와 아홉 수, 그리고 살이라는 것
깡통박사 2017-09-30 (토) 08:49 조회 : 2372

[김태규 명리학] 삼재(三災)수와 아홉 수, 그리고 살이라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재라는 말을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홉 수라는 것도 있으며, 무슨 살이 꼈다는 말도 있다. 필자 역시 어릴 적부터 무수하게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 삼재가 들거나 아홉 수에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살이란 흉신이 있어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정말이지, 계몽 차원에서라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 보자.
  
  성미가 급한 필자는 언제나 결론부터 말하길 좋아한다. 삼재나 아홉 수라는 것, 그리고 무슨 살이라는 것은 아예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 간단히 말해서 다 허튼 소리에 불과하다. 이것만으로 글을 끝내도 되지만, 왜 그런가를 좀 알아보는 것도 정신 건강상 좋을 것이다.
  
  먼저 삼재란 무엇인가? 삼재란 삼재팔난(三災八難)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삼재가 드는 3년 동안 여덟 가지의 액운을 당하게 된다는 실로 겁나는 말이다. 삼재의 원 뜻을 간단히 말하면 홈 그라운드가 아니라 적지나 객지에 나가있는 기간이라는 뜻이다. 인생에서 일종의 어웨이(away) 경기를 하는 기간이란 뜻이다.
  
  삼재는 생년의 띠에 기초해서 정해진다. 가령 태어난 해가 寅년(호랑이띠)이나 午년(말띠), 또는 戌년(개띠)에 해당되면 그것은 불의 기운을 가진 해이므로 불의 기운과 반대되는 금의 운인 신유술(申酉戌)년에 삼재가 들어 고난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독자 분이 호랑이 띠라면 오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삼재가 든다는 식이다. 또 팔난, 즉 여덟 가지 액운이란 반드시 여덟 가지가 아니라 팔방, 즉 전 방위적으로 액운이 온다는 뜻이니, 그냥 갖은 고초를 겪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삼재에 대한 이론은 음양 오행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면 어웨이 경기 기간이므로. 운세가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어웨이 게임이면 늘 시합에서 지게 되는가. 그것은 결국 실력 나름인 것이다. 물론 우리의 월드컵 4강이 홈의 이점을 보긴 했지만, 실력이 전혀 없었다면 4강은커녕 16강도 못 갔을 것이며, 반면 브라질은 왜 툭하면 우승하는가.
  
  삼재수란 예전부터 민간에서 떠도는 일종의 약식 운세 판단법으로서 적중율은 미미하다. 사실 무시해도 좋다. 엉터리 운명학인 당사주(唐四柱)에서 쓰는 얘기인데, 문제는 좋은 덕담이나 해주면 되는데, 엉터리일수록 반대로 겁주는 얘기들이 많다는 것이고, 사람들 사이에 더욱 먹혀든다는 점에 있다. 앞으로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란다.
  
  따라서 삼재는 정통의 명리학에서는 무시하는 얘기다. 명리학은 인간의 운세흐름을 보다 정교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판단하는데, 익히기가 어려우니 흔히 무당들은 당사주에서 얘기하는 삼재수를 들먹이며 겁을 주는 것이다.
  
  운명학은 겁을 주는 공포(恐怖)산업이 아니며, 그 사람의 타고난 성향과 기질, 주변 환경 등을 가지고 미래의 일을 예측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통 명리를 한다는 사람들도 공부가 부족하거나 함량이 떨어지다 보니 이런 식으로 겁을 주는 수가 많으니 조심하시기 바란다. .
  
  그러면 아홉 수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아홉 수가 생겨난 배경은 이렇다. 수가 1에서 시작해서 9에 도달하면 더 이상 새로운 수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부터 9는 끝이나 궁극을 의미해왔다. 우리가 쓰는 방법도 디지트를 하나 더 붙이는 방식이다. 즉, 10 이란 1과 0의 조합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9에 도달하면 이제 끝이니 새로운 변화가 생겨난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변화란 그것이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변화 자체가 두려웠던 것이다. 변화 자체를 기피하고 거부하는 경향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과거의 농경 사회가 지닌 성격에서 유래된 것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농사를 짓지 않고 장사를 하거나 아니면 봉기를 일으키거나 하면 모두 두려운 것이고 나중에 국법에 의해 처벌받는 사회의 풍토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아홉 수가 근거없는 얘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답한다. "그래도 아홉 수에는 뭔가 안 좋은 일이 많던데요." 참 어이가 없다. 우리 나이로 아홉 수이면 대개 만 나이로는 여덟이나 일곱인데, 무슨 상관이 있냐고 얘기해 주어도 막무가내다. 필자는 이런 사람들을 두고, 미신증후군이라 부른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조심하고 삼가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근거도 없는 생각으로 무조건 그 해에는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다. 그래서 아홉 수에는 결혼도 꺼려하고 사업도 새롭게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며, 그러다가 사업이 어려워지면 "그것 보라구, 아홉 수인데 무슨 일을 하고 난리야."하면서 주변에서 힐난한다.
  
  꺼리는 바가 있으면 조심해야 하겠지만, 이런 근거 없는 생각 때문에 안 한다는 것은 너무 어리석다는 것이다. 실례로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사업하시는 분이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하다가, 아홉 수라서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사주를 보니 그 해 그 분은 새로운 일을 하게 될 운세였고, 그것으로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어 보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하시라고 힘주어 권했는데, 그 후 그 분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그 때 시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살이라는 것을 알아보자. 殺이라 쓰기도 하고 煞이라 쓰기도 한다. 모두 살벌한 말이다. 그러나 이 살이라는 것 역시 신경 안 쓰셔도 된다는 말부터 하고 넘어가자. 이 살이라는 것은 종류도 많아서, 무려 300여 개에 달한다. 이 또한 과거 사농공상의 봉건 사회가 가졌던 폐쇄성과 보수성에 기인한다고 필자는 본다.
  
  살을 얘기하려면, 조선조의 천기대요(天機大要)라는 책이 우선 떠오른다. 명나라의 임소주라는 사람이 엮은 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1737년에 간행되었다. 역학(易學)과 오행설(五行說)의 원리에 의하여 상장(喪葬)ㆍ혼인(婚姻)ㆍ양택(陽宅)ㆍ제사(祭祀) 등 인간생활 전반에 대한 길흉화복을 가리는 방법을 기술한 일종의 도참서이다.
  
  여기에 보면, 생활 전반을 규정하다 보니 정말 별별 다양하고 무서운 살들이 나와있다. 간단하게나마,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어느 해에 어떤 방위를 잘 못 범하면 안 된다는 금기에 관한 것이 있다. 파패오귀(破敗五鬼), 그리고 죽음과 울음을 주관하는 상문(喪門), 질병에 걸리는 조객(弔客), 재물을 잃는다는 대모(大耗)와 소모(小耗), 관재수를 뜻하는 관부(官符), 악병에 걸리는 병부(病符), 방향을 범하면 주인이 죽는다는 사부(死符), 방위를 잘 못 범하면 자손이 다치거나 가축이 상한다는 세살(歲殺)이나 겁살(劫殺), 재살(災殺), 그리고 복병(伏兵)이나 대화(大禍), 크게 다쳐서 피를 흘리고 죽는다는 백호살(白虎殺), 정말 무시무시한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또 어느 달에 범하면 안 되는 살들도 부지기수이며, 어느 날에 범하면 안 되는 살들도 무수히 많아서 다 열거하기 어렵다. 거기에 더하여 사주에 이미 나타나 있어 숙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살도 정말 수백 가지에 달한다.
  
  그 중에는 도끼가 내려치듯이 크게 재난을 당한다는 부벽살, 날아오는 칼에 다치듯 크게 안 좋은 비인살(飛刃殺), 부부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원진살, 늘 홀로 잠자리를 지키거나 독수 공방을 한다는 과숙살이나 공방살 등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사실 이런 미신이나 터부는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니며, 전 세계적인 것이다. 서구의 경우, 성경책을 부적 삼아 들고 다니는 것이 교리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가지고 논쟁했던 기록도 많으며, 십자가를 호신부로 삼는 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흡혈귀 드라큐라가 십자가를 무서워하는 것 역시 그런 반영이다.
  
  다만 조선조 시대에는 음양 오행이 세상을 설명하는 전부였기에, 음양 오행의 힘을 빌어 그런 터부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쩌면 봉건 사회가 그런 것을 요구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터부나 미신은 오늘날에도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오늘날에는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미신들이 횡행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면 IQ라는 것도 인간 지성의 비밀이 보다 연구되고 이해되는 시점에 가면 그 또한 어리석은 미신이었다는 것이 밝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수(數)에 대한 지독한 맹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 필자는 본다. 매일 매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수들, 거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주가, 이런 식으로 현대인들은 수에 매달려 사는 것이다.
  
  이제 정리하고자 한다. 이런 식의 각종 살들은 겁을 주어서 근신하고 삼가던 과거 봉건 시대의 유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사철이면, 손이 있는 날이라 해서 기피하고, 방위가 나쁘다 해서 피하는 등등의 어리석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좀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자신감 있게 살아가라는 얘기다.
  
  동아시아 세계가 다듬어낸 지혜의 체계인 음양 오행학과 그 응용학인 명리학의 원의(原義)는 그런 미신과는 멀어도 한참 멀며, 거리가 있어도 한참 거리가 있다.
 
 
출처 : [김태규 명리학] 삼재(三災)수와 아홉 수, 그리고 살이라는 것 - cafe.daum.net/dur6f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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