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이란 것이 있다.
1950년 후반 말세론을 표방하는 한 종교가 기승을 부렸다.
대강 12월21일은 지구가 멸망하니 갖고 있는 재산일랑 쏵 처분하고
종교에 귀의해 아름다운 죽음을 함께 맞자는 내용이었다.
물론 12월21일 자정이 지나고도 여전히 지구는 끄덕 없었다.
그들을 걱정하던 사람들은 그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광신교들은 더욱 아름다운 표정을 지으며 희망의 메세지를 전했다.
'우리의 믿음으로 인하여 세상에 많은 빛이 퍼져 나갔고,
그로 인해 신께서는 세상을 구원해 주시기로 결심하셨다.' 허걱.
이들의 괴이한 행동을 목격한 페스팅거(Festinger)라는 심리학자는 이렇게 결론 지었다.
"사람들은 신념이 현실과 부조화되면 몹시 불편함을 느끼고,
태도를 바꿔서라도 불편함을 해소하려고 한다."
<Leon Festinger. 사람좋게 생겼다!>
십이운성에 대한 여러 해석들을 읽으며 인지부조화이론이 떠올랐다.
십이운성의 흐름은 이해하기 매우 쉬운데 반해
십이운성의 적용은 매우 불편한 구석이 있다.
비단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고 고래로 많은 사람들이
십이운성의 적용과 관련한 여러 문제제기를 해왔던 것 같다.
이렇게 불편한 내용을 억지로 뜯어맞추면서도 유지해 왔던 것은
십이운성이라는 소재로 무언가 설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맞지만 이론적으로 석연치 않은 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어떡하든 십이운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 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것이다.
특히 음간의 십이운성 적용문제가 화두였는데 진소암 선생이
'어찌 子에서 金이 나고 午에서 木이 나는 법이 있는가'
는 간단한 논리로 음간의 12운성을 부정했다고 한다.
당연한 말이다. 金은 巳월에 생지이지 子월에는 생지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확실히 알고 있는, 명약관화한 내용이다.
진소암 선생의 논리를 부정하는 몇몇 설명이 있었지만
'이론을 위한 이론'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보다는 진소암 선생의 명쾌한 한마디에 심적으로 끌렸다.
십이운성에 대한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물론 모든 것은 베이직에서 출발한다.
옛사람들의 입장에서, 십이운성표를 한번 만들어보자!
<십이운성표 제작방법>
1. 제작에는 목적이 있다.
십이운성의 제작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옛사람들은 십이운성을 통해 무엇을 설명하고 싶어했을까?
2. 십이운성을 나열해 보자.
절,태,양,생,욕,대,록,왕,쇠,병,사,묘
12가지 십이운성의 용어가 말하는 것은 인간의 생로병사이다.
오행의 생왕사절과 인간의 생로병사는 닮은꼴이니,
오행의 생왕사절을 의인화해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일간을 기준으로 4개의 지지를 통과하며 변화하는 인간사를
나열해보니 그럴듯 하기도 하고, 실전에 적용해 보니 맞기도 하고
이런 연유로 십이운성이 제작되었던 것 같다.
3. 양간은 삼합국(ex. 해묘미/생왕묘=목국)을 기준으로,
음간은 방국(ex. 인묘진=목국)을 기준으로 제작했다.
적천수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양간은 氣에 종하고, 음간은 勢力에 종한다."
삼합국은 기의 흐름, 방국은 세력이다.
십이운성의 도표에 삼합국과 방국을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土의 십이운성은 火와 동일하니 일단 생략했음>
갑목의 경우, 해묘미 삼합국을 배치한 후 다른 지지들을 빈칸에 채워 넣었고
을목의 경우, 인묘진 방국을 양간과 역행하는 순으로 배치한 후 다른 지지들을
무식하게 채워 넣었다. 그래서 진소암 선생님이 많이 화가 나셨던 것 같다.
즉, 십이운성을 오행의 양생음사나 음생양사, 을목이 오월에 생지가 되는 이유를
힘 팍팍 써가며 설명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삼합국과 방국으로 기준! 나머지 지지는 알아서 정렬!
옛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심플한 기준을 가지고 십이운성을 제작했는데
후대의 십이운성에 대한 설명은 너무 심오하게 철학적이어서
십이운성의 적용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4. 십이운성에 대한 퍼즐맞추기를 하면,
요렇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십이운성표가 완성된다.
출처 : <창작사주이야기9> 십이운성 퍼즐맞추기 - blog.daum.net/twinstar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