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神煞
고법에 명을 논할 때는 년을 위주로 했다. 그러므로 신살은 모두 년에서 취했다. 그러다가 사주학이 점차 발전하면서 일을 위주로 하는 子平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신살을 취하는 이치에 합당한 의견이나 주장을 찾기 어렵다. 子平은 宋代부터 비롯되었지만, 明末에 이르러서야 일간이 주체가 되는 간명법의 변개가 있었다. 이때부터 오행의 생극이 팔자술의 근간이 되었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신살의 응용은 자연 문제가 된다. 그래서인지 明代에 滴天髓가 선보인 이래 子平이 부흥한 淸代의 命書에는 오직 오행의 생극을 논할 뿐 신살을 말하지 않았다.
적천수에 천덕, 월덕, 삼기는 무시되어 있고, 함지나 역마도 특별히 중시하지 않았다. 자평진전에
今人不知輕重. 見是吉星. 遂致拋卻用神. 不管四柱. 妄論貴賤. 謬談禍福. 甚可笑也.
금인부지경중. 견시길성. 수치포각용신. 부관사주. 망론귀천. 류담화복. 심가소야라.
요즘 사람들이 길성만 보면 즉시 용신을 버리고 사주 구성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망령되게 귀천을 논하고 함부로 화복을 논하니 심히 가소롭다고 했을 정도다. 星辰성신, 즉 신살은 좋던 나쁘던 간에 애초에 생극의 작용이 없으므로 격국의 성패와 무관하다는 게 요지다. 참으로 단호한 심효첨의 一喝일갈이다.
徐樂吾 또한 이에 의견을 일치시켰다.
今之妄談星辰者. 皆未究其源流也. 今之看法. 既易年以日. 星辰納音. 已無所用.
금지망담성진자. 개미구기원류야. 금지간법. 기역년이일. 성진납음. 이무소용.
그런데 이어지는 설명이 조금 모호하다.
藉以作考. 固未嘗不可. 憑以斷禍福. 寧不爲識者所笑耶. 更有江湖術士之流. 並看星辰之法. 未曾明瞭. 以日代年. 牽強附合. 自作聰明. 數典忘祖. 更爲可嗤.
자이작고. 고미상부가. 빙이단화복. 녕부위식자소소야. 경유강호술사지류. 병간성진지법). 미증명료. 이일대년. 견강부합. 자작총명. 수전망조. 경위가치.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星辰納音성신납음 그것을 빌려 참고하는 것은 확실히 불가하지 않으나, 그것에 의거해서 화복을 단안하면 어찌 식자가 웃지 않겠는가? 또한 강호의 술사들이 여전히 星辰法성신법을 겸해 살피는데 아직 明瞭명료한 바가 없다. 日로 年을 대체하여 牽强附會견강부회하고 스스로 총명한 체하며 근본을 알지 못하니 비웃음을 더한다는 것이다. 樂吾氏 특유의 이중 어법이다.
주지하다시피 자평진전의 원문과 그것의 평주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행의 생극을 위주로 보면 응당 격국이 우선이다. 그런데 신살의 시각에서 보면 엇갈리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심효첨은 『격국이 성격되면 孤辰八煞고신팔살이 가득차도 귀를 해치지 않으며, 파격되면 천덕귀인이 가득해도 공이 없다.』고 했다. 한 마디로 신살은 별 쓸모가 없다는 얘기다. 서락오는 그나마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유보했다.
『神煞之用. 可信而不可信. 신살지용. 가신이부가신.』이라. 어느 정도는 취할 게 있다는 태도를 나타낸 셈이다. 이를테면 귀인은 관, 이덕은 인수, 역마는 재, 文昌學館문창학관은 마땅히 식상과 배합되어야 신살이 효용이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一見識일견식이라 할 수 없다. 이른 바 근본을 아는 인사로 강호 술가들의 무원칙한 신살법을 웃음거리로 삼을 만한 견해로는 부족하다.
서락오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성격에 같은 격국이라도 고하가 다르니, 길신이 보조하면 錦上添花금상첨화고, 패격에 흉살이 겹치면 설상가상이 되니 신살을 무턱대고 황당무계한 것으로만 배척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경중을 가리자면 응당 격국이 本主본주가 되므로 근세의 명가들과 의견의 일치를 본 셈이다.
이제 번거로운 설명은 덜고 중요한 사실과 관점부터 피력해보겠다.
한 마디로 명리는 오행의 생극만이 결코 다가 될 수 없으며, 고도의 법수에 올라설수록 반 이상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생각건대 중도를 표방하는 인사라 해도 子平의 主客 관점에서 볼 때 아무리 양보해도 격국이 主가 됨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다. 理學과 氣學은 동등한 지위를 나타내는 게 옳다. 까닭에 오늘날의 신살론은 지나치게 위축된 분야임에 틀림없다. 굳이 경중을 가린다 해도 양자는 다 같이 중요한 것이다. 財官印食이나 귀인 역마의 작용력은 팔자가 드러내는 현상에 비출 때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현대 명리에 고법대로 신살을 적용해서 사주를 판단하면 드물지 않게 화복의 진단이 어긋나는 바를 누구나 체험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본인의 斷言단언에 냉소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답은 정확한 지식과 實狀실상과의 부합 여부에 달렸는데, 가령 어떤 사람이 팔자의 지지에 모두 귀인을 깔아 호환귀인 명이 되었는데, 파격이 되어서인지 별반 존귀하지 않다고 치자. 보기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某人모인은 팔자가 성격되어 틀림없이 귀할 법한데 도화가 重한 水命이었지만, 결코 淫蕩음탕하거나 흉하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실제에서 적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만하면 오행 생극의 理法, 즉 격국의 성패가 명의 귀천을 좌우하는 절대 기준으로 내세울 만하다. 그렇다면 적천수는 예외 없이 맞고 삼명통회는 얼추 반이 빗나가는 무수한 내용으로 채워졌단 말인가. 터무니없는 얘기다.
근세 子平의 대가들은 대략 이상과 같은 식의 접근으로 신살을 부정하거나 가치를 깎아내렸다. 그렇다면 되받아 물어보겠다.
甲은 신강하고 財 또한 강하여 능히 用할 수 있었는데 富하기는커녕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영면했다. 乙은 身殺兩停신살양정했으나 현달과 위세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다. 丙은 傷官佩印상관패인으로 성격되었지만 한 점 秀氣수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같은 의문에 격국 용신을 숭앙하는 유파라면 대개 운이 돕지 않았다 할 것이고, 이외도 부회할 만한 재료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러나 어떤 답변을 제시해도 그것을 반박할 만한 무수한 명례를 주변에서 거두어 제시하는 게 어렵지 않다.
필자는 오행의 생극을 중시하는 관법을 부정하거나 그 효용을 깎아 내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오행의 理法은 그 자체로 이론적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실상에서 성격된 팔자라 해도 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발견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대체로 보아서 이것은 거개 공망과 연관된다. 財官印食의 상신 혹은 부엌 용신이 생왕되지 않는 한, 공망에 속하면 딱히 쓸모가 없어진다. 즉 용신이 無用무용이란 뜻이다.
沈孝瞻이 생극의 用이 없다고 한 바로 그 신살, 공망이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되는 실제의 상황을 어찌 설명할 것인가? 이것은 생극의 用과는 개념이 다른 變의 영역이다. 空亡秘鑰공망비약에는 이점이 분명하고도 간결하게 적시되어 있다. 공망법의 핵심이 무엇인가? 바로 쇠왕이다. 그러니 신살에 배합의 用이 없는 게 아니다.
이 즈음에서 앞의 두 사례에 대한 답을 말하겠다. 호환귀인이 존귀하지 않은 것은 격국이 파격되어서가 아니라 귀인이 사절되었거나 혹은 공망을 범했기 때문이다. 도화가 重한 水命이 부귀했던 바는 팔자의 성격이 틀림없는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나, 청수함을 잃지 않은 면모에는 격국의 성패와 무관하게 함지가 공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귀인과 역마는 공망을 大忌하고, 咸池함지는 공망을 희구한다. 이것은 신살론을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이다.
격국의 성패 못지않게 귀인 역마가 중요한 것은 이 또한 팔자의 折衷절충 즉 權衡권형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壬癸가 巳卯를, 丙丁이 亥酉를 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간지 팔자의 중도를 취하는 것인데, 어찌 가볍게 넘길 수 있으랴. 역마가 다르지 않다. 申이나 子, 辰이 寅을 보면 이로 인해 다 같이 역마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壬癸에서 본 寅이 천리마가 되는 이치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에 이르렀다. 대저 고법에 회합에서 취한 신살은 모두 일간을 위주로 살필 때 간지 상호 관계로 작동함을 확인할 수 있다.
⋆ 師敎 ⋆
문파에서는 귀인과 역마를 일간 대비로 추정하여 중도, 배합의 용을 살리고 있다. 이를테면 壬이 巳를 보거나 寅을 보면 귀인과 역마로 구분하여 다 같이 효용이 있다고 보는 식이다.
다시 말해 亥卯未가 巳를 보아 역마로 정하기보다는 甲乙日이 巳를 볼 때 역마로서의 가치를 헤아린다. 귀인과 역마는 대표적인 길성으로 간주하므로 이때 필시 공망 여부를 참작한다.
결론적으로 부수적인 신살로 그치는 게 아니라 팔자 배합의 用으로 마땅히 격상되어야만 할 가치가 있는 분야가 신살론이다. 물론 배합의 妙묘를 살릴수록 실상의 적중률은 배가된다.
명리에 무수한 신살이 존재하지만, 오늘날 일간을 위주로 한 자평술로 개변된 이상 간지 배합의 효용이 있는 신살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확정적인 생명력을 지녀온 고법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학습자들은 명리에서 오행 理法과 신살 氣論이 다 같이 요긴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양자는 경중을 논할 대상이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子平一得에
原局配合適宜. 吉星助之. 自更增吉. 否則. 神煞退處於無權. 所謂錦上添花. 逢凶有解是也. 吉之爲吉. 如是爾爾. 則凶之爲凶. 亦可知矣.
원국배합적의. 길성조지. 자경증吉. 부칙. 신살퇴처어무권. 소위금상첨화. 봉흉유해시야. 길지위길. 여시이이. 칙흉지위흉. 역가지의. 라 했는데, 이 말이 과연 적절한 수위의 논조인지, 일단은 판단을 유보하기 바란다. 원문을 풀이하면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원국의 배합이 適宜적의하면 길성이 보조할 때 스스로 길조가 증가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신살이 작용하지 못하는 곳으로 밀려난다. 길신은 이른 바, 錦上添花금상첨화로 흉을 만나면 이를 화해하고, 吉은 더욱 吉하게 하니 이 같은 식이면 흉살이 흉을 더함을 알 수 있다.
명리의 언저리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는 신살, 과연 보조적 수단 이상의 가치는 없는 것일까? 신살을 가장 많이 다룬 經경은 淵海子平연해자평이었다.
[출처] 論神煞 (天地也人) 작성자 천지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