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은 양이 상중하로 겹쳐져 있는 괘이다. 양은 물리학적으로 말하면 에너지에 해당되고 음은 물질에 해당된다고 했다. 양은 밝고 위에 있으며 움직임이 활발하고 음은 어둡고 아래에 있으며 움직임이 없거나 활발하지 않다고 했다. 사람의 주위 환경 중에 가장 밝고 움직임이 활발하고 위에 있고 눈에 보이지 않으나 만물에 일을 시키는 에너지에 해당하는 것은 하늘이다. 그래서 건은 하늘을 상징한다.
곤은 음이 상중하로 겹쳐져 있는 괘이다. 사람의 주위 환경 중에 어둡고(땅속은 어둡다) 움직임이 느리고 아래에 있고 눈에 가장 많이 띄고 단단한 것은 땅이다. 그래서 곤은 땅을 상징한다. 그림 1.처럼 건은 수평선이 3개 그어져 있다. 지평선 위로 층층이 나타난 하늘의 형상을 볼 수 있다. 평행한 수평선은 서로 만나지 않고 무한하게 계속된다. 끝이 없는 하늘의 형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림 2.처럼 곤은 끊어진 3개의 선이 그어져 있다. 선을 블록으로 확대해 보면 6개의 블록으로 되어 있다.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땅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양효는 음효처럼 가운데가 비지 않아서 속이 꽉찬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속이 찬 것은 팽창을 한다. 3개의 양효가 상중하로 겹쳐 있는 것을 보고 화이트 홀(white hole)에서 팽창하고 있는 우주를 본 사람이면 이 책의 공부를 잘 한 것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분야에 역경의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음효는 가운데가 비어 있어 다른 물체를 끌어들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 3개의 양효가 가운데가 비어 있으면 3개의 효 사이로 가운데에 구멍이 생긴다. 이것을 보고 빛과 시간을 비롯한 만물을 빨아들이는 블랙 홀(black hole)을 연상하는 사람은 역경의 천재이다.
건괘를 보고 뇌 신경계를 연상하면 더 훌륭하다. 뇌는 하늘의 모습을 감지하기 위하여 눈(하늘의 빛에너지)과 귀(하늘의 소리에너지)로 가지를 뻗고, 땅의 모습을 감지하기 위하여 코(땅의 냄새 분자)와 입(맛 분자)으로 가지를 뻗고, 사람의 각 부분을 감지하기 위해서 전신으로 신경가지를 뻗고 있는 뇌는 사방으로 팽창하는 건괘를 닮았다.
곤괘를 보고 자궁을 연상하면 더욱 훌륭하다. 자궁은 수정란을 잉태하기 위해서 상부로는 동맥을 통해 피를 빨아들이고 좌우로는 나팔관을 통해 난자를 빨아들이며 아래로는 질을 통해 정자를 빨아들인다. 상하좌우로 구멍이 나있는 곤괘와 닮았다. 자궁의 삼각형 구조의 3개의 구멍은 3효를 닮지 않았는가? 지구를 태극이라 할 때 건괘는 남극처럼 S극이 되고, 곤괘는 북극처럼 N극이 된다. 자기는 S극인 남극에서 분출하고 N극인 북극에서 흡인한다. 따라서 남극은 팽창하는 건을 닮고 북극은 흡인하는 곤을 닮았다. 전기는 자기가 흐르는 방향 에 직각이 되게 순환한다. 이( )와 감( )은 건과 곤에 그림 1.처럼 수직 방향에 위치하므로 전기의 전위는 이와 감이 된 다. 이 네 가지 괘는 한국의 태극기에 있는 괘이다.
화학에서 산은 이온상태에서 H+를 방출하고 알카리는 H+를 흡입한다. 산은 수소양자를 방출하므로 건이고 알카리는 수소양자를 흡입하므로 곤이 된다. 건은 3개의 양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강한 산이고 곤은 3개의 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강한 알카리가 된다. 가족 관계에서 건은 아버지가 된다. 하늘과 땅이 교류하는 중에 만물이 소생하듯이 아버지인 건과 어머니인 곤이 교류하여 만물이 소생한다. 나머지 6개의 괘는 건곤이 교류하여 생긴 괘이다. 건과 곤은 만물 변화의 양대 세력의 장을 형성하고 나머지 6개의 괘는 변화하는 중에 거쳐가는 단계이며 작은 주체세력이 된다. 건은 순양이고 곤은 순음이기 때문에 건과 곤에 해당하는 사물을 분별하기 쉽다. 건은 아버지이지만 남자도 된다. 곤은 어머니이지만 여자도 된다. 변화하는 과정중의 한 단계로 생각하면 건은 늙은 남자이고, 곤은 늙은 여자이다. 늙어서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지기 시작하면 남성은 여성화되고 여성은 남성화하여 곧 반대의 성질로 변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건은 여당이고 곤은 야당이다. 공간적으로 생각하면 건은 넓이가 되고 곤은 높이가 된다. 건은 수평선 3개가 상중하로 그어졌으니 넓이가 되고 곤은 탑을 쌓아올린 것 같으므로 높이가 된다. 인체 생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건은 생기가 되고 곤은 사기가 된다. 생기와 사기는 우주에도 적용이 된다. 만물을 만드는 세력은 건이고 만물을 파괴하는 세력은 곤이다. 성경에서는 하느님이 건과 곤을 모두 포함하는 태극이라면 건은 천사들이 되고 곤은 마귀들이 된다. 건은 선을 행하는 주체이고 곤은 악을 행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건의 성질은 아버지처럼 강하고 곤의 성질은 어머니처럼 부드럽다. 강한 것은 에너지가 밖으로 팽창하는 것이고 부드러운 것은 에너지가 안으로 흡인되어 결집한 것이다. 건과 곤의 작용으로부터 밖으로 보여지는 질감이다. 쇠가 건에 속한다고 하면 솜은 곤에 속한다. 단단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건에 속하면 부드럽고 어두운 색깔의 물질은 곤에 속한다. 수정이나 다이아몬드가 건에 속한다면 숯은 곤에 속한다. 다이아몬드와 숯이 같은 탄소 분자로만 된 물질이라도 성질이 극과 극이다. 생체내의 어떤 성분의 분자구조를 알아낸다고 해도 그 성질을 추정하여 약으로 이용하거나 산업에 이용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분자구조를 알아내는 것과 성질을 알아내는 것이 그다지 크게 연관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물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 단계, 단계에 보이는 물질을 음양으로 분별하여 8괘로 나누면 어느 단계나 각 1/8에 해당하는 물질의 성질을 잘 파악할 수 있다.
건은 사람의 머리에 해당하고 곤은 사람의 배에 해당한다. 인간은 하늘과 땅을 닮았다. 주역의 원리에 의하면 우주는 둥근데 머리는 둥글어 우주의 모형을 닮았다. 머릿속의 뇌는 인체의 각 부분의 자극을 지각하고 그에 대한 명령을 내려 인체를 통제하고 있는데 뇌의 그 기능도 인체를 비롯한 만물에 대한 통제를 하고 있는 우주(하늘)의 기능과 닮았다. 그래서 머리는 건에 속한다. 배는 둥글지만 평평하게 느껴지는 것이 땅의 모습을 닮았다. 지구는 지구상의 만물을 보호하고 영양하는 어머니와 같아서 영어권의 사람들은 지구를 '어머니와 같은 땅'(mother land)라고 부른다. 배속에 있는 장기들도 음식물을 소화 흡수하여 인체의 각 부분에 영양 한다. 배는 이런 면에서 지구(땅)를 닮았으며 곤에 속한다.
건에 속하는 동물은 말이고 곤에 속하는 동물은 소이다. 말은 움직임이 빠르고 근육질의 형체를 하고 있어 부지런하고 강한 건의 성질과 잘 부합된다. 소는 움직임이 느리고 유순하여 곤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