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를 그릴 때는 밑에서부터 그린다. 태괘(兌)를 그린다면 가장 밑 괘인 양을 먼저 그리고 다음에 중간 괘인 양을 두 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윗괘인 음을 그린다. 괘를 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한자처럼 괘가 이루는 형상을 보는 것과 음과 양이라는 두 가지 세력이 上, 中, 下, 혹은 天의 자리, 人의 자리, 地의 자리에 위치해서 나타내는 작용을 본다. 3효의 개체가 나타내는 각 효의 형상을 분석해서 볼 때도 있고, 3효가 혼합해서 만들어낸 형상을 전체적으로 볼 때도 있다. 3효 중에 한 효가 주체가 되어서 나타내는 작용을 전체적으로 볼 때도 있고 3개의 각 효가 협동으로 이루어내는 작용을 전체적으로 볼 때도 있다. 괘의 전체를 보고 그에 해당하는 사건 내용을 적어 놓은 것을 '단사(彖辭)'라 하고 각 효에 해당하는 문장을 적어 놓은 것을 보고 '효사(爻辭)'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음양의 성질에 대해서 주로 설명했다. 음양도 형체가 있다. 음의 형체를 보면 (--) 으로 간단하게 그릴 수 있다. 이 형체가 나타내는 의도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중간에 빈 곳이 있는 형체이다. 빈곳이 있기 때문에 빨아들인다. 모은다. 속이 빈만큼 겉은 더욱 견고하다. 빨아들이는 것, 모으는 것은 아래에 위치해야 효율적이다. 그래서 음은 내려간다. 빨아들이는 것은 감추기 때문에 어둡다. 빨아들이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래서 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두 번째, 두 개가 짝을 이루고 있다. 짝을 이룬 것은 움직이길 싫어한다. 결혼한 사람들은 안정된 것을 좋아하고 모험하길 싫어한다. 남녀 짝을 이룬 사람들은 왜 그런지 어두운 곳을 좋아해서 어두운 집 속에 있기를 좋아한다. 짝을 이룬 것은 일어서길 싫어하고 자세를 낮추기를 좋아한다.
양의 형체를 나타내보면 (ㅡ) 이렇게 그릴 수 있다. 첫 번째, 중간이 채워져 있다. 속이 찬 것은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움직이고 싶어한다. 밖으로 나오려면 올라가는 것이 좋다. 속이 찬 것은 속의 내용물이 밖으로 조금씩 스며 나오기 때문에 밝다. 두 번째,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아직 짝을 찾지 못했다. 짝을 찾아 움직인다. 독신자들은 집에 가만히 있지 않고 짝을 찾아 자꾸 밖으로 나온다. 독신자들은 눈에 띄는 옷을 입기를 좋아해서 밝은 색 옷을 좋아한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한다.
맨 위에 있는 괘는 겉이고 맨 아래에 있는 괘는 속이다. 혹은 중간 괘가 속이고 맨 위와 아래에 있는 괘가 겉일 때도 있다. 맨 위에 있는 괘는 미래이고 중간 괘는 현재이고 맨 아래 괘는 과거이다. 주역은 중국의 전설시대에 씌어진 책인데 그때는 사람의 생각을 기록하는 3가지의 문자가 있었다.
첫 번째는 지금 중국 사람들이 쓰고 있는 한자이다. 그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그렸다. 형체가 있는 것은 그대로 그렸고, 형체가 없는 것은 몇 가지 형체를 조합해서 그 뜻을 나타냈다.
두 번째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그 소리의 기본요소를 나타내는 부호를 조합해서 말소리를 기록했다. 소리글자인 한글을 말한다.
세 번째는 주역의 괘이다. 보통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초능력자의 생각을 기록했다. 우주의 삼라만상 변화 패턴을 괘로써 기록했다. 우주의 삼라만상 변화패턴은 우리의 생각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한자나 한글로서는 모두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과학의 발달로 옛날 사람들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만물의 현상을 기록하기 위하여 현대의 과학자들이 화학식이나 수식을 동원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화학식이나 수식은 만물의 현상의 일 부분만을 표현할 수 있고, 기록할 수 있으나 주역의 괘는 원래 괘를 만든 취지가 우주 삼라만상 전체 각 차원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프랙탈 변화 패턴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를 표현하고 기록할 수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려면 모든 수를 동원해야 한다. 모든 수를 기록해야만 우주 전체를 표현할 수 있다. 수를 가지고 우주 전체를 표현할 수 는 있지만 사람의 머릿속에 우주전체가 정리되어 이해되지 않는다. 괘는 우주 만물 전체의 형체나 작용을 64그룹으로 나누어 표현한다고 가정을 했다. 그래서 부분을 자세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전체를 표현할 수 있다.
전설시대의 3가지 기록 방법 중에 한글은 소리를 표현하기는 좋지만 뜻을 표현하기 어렵다. 한자는 뜻을 표현하기 좋지만 소리를 표현하기 어렵다. 먼저 한자의 氣를 소개하겠다. 기(Qi)란 소리글자를 읽고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른 기를 떠올린다. 사람마다 기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氣자를 보면 개개인의 두뇌 속에 저장된 기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외에 氣란 글자를 만든 사람의 뜻(definition)을 함께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괘를 보면 일상생활의 어떤 사물이나 작용이 떠오르지 않는다. 괘는 생각 하나 하나에 대한 기록도 아니고 뜻이 한번에 드러나는 것도 아니어서 일상생활에 대한 기록으로서는 아주 부적합한 문자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하지 않은 문자지만 학문의 목적인 진리탐구를 위해서는 아주 적합한 문자이다. 화학식이나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증명하기 위해 사용한 고등수학의 방정식처럼 진리를 기록하기에는 우수한 문자이다.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은 고등수학의 방정식보다 어렵다. 어렵다고 내던져 버릴 수 없다. 헤겔, 아인슈타인, 라이프니츠, 닐스 보어 등의 진리탐구에 아주 목말라하던 과학자들은 여기서 정반합의 원리, 상대성 이론, 이진법, 통일장 이론, 상보성 이론 등의 보물을 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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