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신살론(日柱神殺論)의 의미
전통적으로 자평술(子平術)의 양축은 격국(格局)과 신살(神殺)이라 할 수 있다. 격국의 이론은 월지(月支)가 바탕이 되며, 신살은 일시(日時)를 중시한다. 이는 곧 체용(體用)이자 표리(表裏)라 할 수 있다. 조후(調喉)와 격국의 청순(淸純)함이 사주체의 고저와 귀천을 분별하는 틀이라면, 신살은 일시에 숨어 내면의 기이한 길흉 암시를 내포하는 것이다.
또한 명식 원국의 ‘원형이정(元亨利貞)’법은 일지(日支)를 장년기로 구분하므로 일주(日柱)의 ‘신살’을 포괄하여 이해하면 장성한 한 개인의 현재 상황과 노년에 이르기까지 자아(自我)와 그 내면의 속성, 숙명적 희로애락의 암시를 독해하는 중요한 재료로 활용될 수 있다.
신살의 구성 원리는 제 동양학술이 그러하듯이 모두 陰陽, 五行, 八卦, 九星의 이론체계를 바탕으로 성립된 것이다. 오술(五術) 중에 유독 명리학(命理學) 만이 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 법칙에 비중을 두고 발전해왔으므로 신살론을 오행의 상호 작용에 근거한 선별적인 운용으로 그치거나, 더욱이 이를 부정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무지에서 빚어진 일이다.
가령 팔괘나 구성의 원리에서 비롯된 귀문(鬼門)이나 백호(白虎) 등의 신살로 전율이 이는 팔자술(八字術)의 묘리(妙理)를 경험하는 일은 어렵지 않은데, 이를 두고 막연히 刑沖의 작용력이나 오행의 균형이 상실된 데서만 그 연유를 찾아내려 애쓴다면 세월의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무릇 학문은 아집(我執)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이 계통은 정설(正說, orthodox)이라는 미명 아래, 더 이상의 학문적인 진보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므로 함부로 창조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근기(根基)를 유지하면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서에서 보편적으로 통칭한 신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은 상호 대좌(對坐)를 이루며 자기의 좌표를 유지하는 공전(公轉)과 자전(自轉) 운동을 하고 있다. 이때 상호인력과 추력(推力)의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파장의 종류가 대좌각도(對坐角度)에 따라 이기(理氣)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구분하여 논한 것이 바로 신살이다. 일례로 우주운행집도(宇宙運行執道)에 상수(象數)인 간지(干支)를 배속하여 입동(立冬)에서 동지(冬至) 사이를 운행할 때는 천체운행집도(天體運行執道)가 壬에 해당하는 태양분도(太陽分度)에 月과 지구가 삼합(三合)으로 회합(會合)하는 대좌위치에 속하게 된다.
다시 말해 청명(淸明)과 곡우(穀雨) 절에 해당하는 辰月에는 태양과 월의 파장이 壬에 해당하는 성분을 가장 활성화시키므로 이를 천덕월덕(天德月德)이라 하고 태양이나 월의 혜택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까닭에 3월에 출생한 사람이 壬日생이면 월덕귀인(月德貴人)이라 하고 해당 月에서 파장되고 조성된 기운, 정기(精氣)의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같이 신살은 각종 성좌(星座)가 형성된 각도에 따라 주체와 객체 상호간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따라 인간사의 길흉선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신살 구성의 내용은 다음 3가지로 구분된다.
1. 천간 길흉 신살
천간을 주체로 하여 타간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 관계가 어떻게 성립되느냐 하는 문제를 판단하는 것으로 천간의 길신과 흉신이 구분된다. 주로 ‘년간’과 ‘일간’을 주체로 삼고 있는 것이 원리상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지지 길흉 신살
주로 ‘년지’와 ‘일지’를 주체로 타간지와 비교하여 상호작용의 길흉을 판단하는 것이 지지 신살론의 줄기가 된다. 지지 신살론은 천간의 신살론에 비해 보다 복잡다양한 내용을 지닌다.
3. 월령 길흉 신살
이는 ‘월령(月令)’이 주체가 되어 타간지와 비교하여 성립되는 원리로 가령 寅月이면 丙火를 보고 월덕귀인(月德貴人)이라 하고, 丁火를 보면 천덕귀인(天德貴人)이라 하는 것인데, 지지에 申이 있으면 월파(月破)가 성립되는 식이다.
신살의 분포는 대개 ‘寅申巳亥’의 경우 망신, 겁살, 장생, 록마(祿馬) 등이 있으며 ‘子午卯酉’에 진신(進神), 양인, 백호, 재살, 함지, 장성, 현침, 파쇄 등이 있고, ‘辰戌丑未’에는 화개, 비인, 묘고, 삼형, 파쇄 등이 분포된다. 통상 고법(古法:三命)에 이르길 일시(日時)에 여러 가지 살(殺)이 모여도 해당 지지의 오행이 해당 주의 납음오행(納音五行)을 기준으로 장생이 되거나, 귀인에 해당할 때 흉변길(凶變吉)의 묘리가 있다. 또한 해당지지가 ‘귀인’을 보면 제살(諸殺)을 소멸시키는 작용력이 있다고 전해진다. 보통 살 중에 살이 가중했더라도 장생(長生)과 록귀(祿貴)가 있어서 그 살이 군주(君主:일간)을 생하면 숨은 복록(福祿)의 작용을 한다. 동일한 살성(殺星)이 이궁(二宮)을 점하는 것을 기피하고, 생년 납음(納音)에도 살과 같은 오행이 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신살은 우리의 민족정서와 일체감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살은 우리 생활의 도처에서 여러 사례로 발견된다. 흔히 밖으로 잘 나돌아 다니는 사람을 일컬어 역마(驛馬)가 들었다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눈을 보고 도화(桃花)를 입에 담기도 한다. 이같이 우리 생활의 깊은 부분에 접근해 있으면서 실체의 작용과 영향력을 행사해 온 신살의 세계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다. 향후 학문 연구의 재료로도 매우 의미가 있는 분야로 생각된다.
■ 참고문헌
(가나다 順)
계의신결(稽疑神訣) 崔國峰 著
궁합론전서(宮合論全書) 姜兌昊 著
사주첩경(四柱捷徑) 李錫暎 著
사주추명학(四柱推命學) 高木乘 著
사주추명(四柱推命) 秋山 著
삼명통회(三命通會) 朴一宇 編著
성명집성(星命集成 1-3冊)
심명철학(心命哲學) 崔鳳秀 著
일주대시주론(日柱對時柱論) 李聖根 編著
일주비전(日柱秘傳) 李炫昊 編著
연해자평정해(淵海子平精解) 沈載烈 譯
팔자제요(八字提要) 韋千里 著
추명가전집(推命歌全集) 李錫暎 著
팔자술필살기(八字術必殺技) 李修 著
천고비전(千古秘傳) 申六泉 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