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살론(官殺論)
사주 중에는 관과 살이 같이 들어 있는 명조가 많이 있다. 때문에 그런 사주를 가리켜 관살이 혼잡된 사주라 하여 일반적으로는 좋지 않은 명조인 것으로 취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주의 외형에 나타난 내용이 관살이 혼잡된 명조라 하더라도 실제의 내용에 있어서는 혼잡이 아닌 경우가 있고, 혼잡이 되었기 때문에 사주가 좋아지는 등의 구별이 있으므로 외형상에 나타난 혼잡의 내용만 가지고 나쁘다고 낙착을 지어서는 안 된다.
우선 관살에 대한 개념부터 확실하게 밝혀놓은 다음에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도록 하겠는데, 관이란 일주의 오행과 반대가 되는 것으로서 예를 들면 양목인 甲木의 경우에는 음금인 辛金이 관인 것이고, 음양이 같은 庚金은 양목인 甲에게 살이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오행들도 상극의 관계가 될 때는 양대 음이나 음대 양은 관에 해당하고, 양대 양이나 음대 음일 때는 언제나 극하는 쪽이 살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천간에 관살이 있던지, 반대로 지지에만 관살이 있을 때는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잡아야 되느냐가 문제인데, 거기에는 관살의 관계를 규정 짓는 나름대로의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이므로 그 점을 주의 깊게 알아두어야 한다. 만약에 기준을 모르는 상태에서 관살이 혼잡된 사주라고 감정했다가는 십중팔구 오판에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준을 잡기 위해서 제일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일주가 지니고 있는 기에 대한 강약이다. 주중에 관살이 있어서 좋으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기준을 잡을 수 있는 잣대가 다름 아닌 일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주가 지닌 기의 강약을 아는 것이 우선 순위인데, 그 강약을 가늠하는 방법은 여러분들도 알고 있으리라 믿으면서 다음의 설명으로 들어가도록 하겠다.
첫째 일주의 기가 강한 사주일 때는 비록 겉으로는 살이라 하더라도 관으로 계산을 해야하고, 일주의 기가 약한 사주일 때는 겉으로 나타난 것이 관이라 하더라도 살로 계산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왜 그래야 하는고 하면 관이라는 말의 의미가 당주에게 귀의 근본으로서 작용을 하는 뜻이 있기 때문인 것이고, 살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당주에게 흉기(凶氣)로 작용을 하는 것이라는 뜻이 들어 있기 때문에서이다.
둘째 주중에 관살이 혼잡되어 있을 때는 그 혼잡된 관살의 기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일주의 기가 강왕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관살이 혼잡되어 있는 것이 더 좋지만, 그렇지 않고 일주의 기가 관살의 기를 감당할 수 없는 상태일 때는 흉한 것으로 보아야한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구분을 지어야할 내용이 있는데, 비록 외형상으로 관살이 혼잡되어 있기는 하더라도 그 관살이 지니고 있는 기가 어느 쪽이 더 강하느냐에 따라 일주가 용신으로 정할 것이냐를 결정지어야한다. 그러니까 관의 기가 강하면 관을 용신으로 잡도록 하고, 살의 기가 강하면 살을 용신으로 잡으면 되는 것이다. ‘만약에 관과 살의 기가 똑같이 강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사주의 기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주중에 있는 관살의 기가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 사주의 내용인 것으로 되어 있다. 만에 하나 관살이 지닌 기가 같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확실한 관살이 혼잡된 사주가 되는 것이므로 그럴 때는 당주의 사주가 나쁘다고 보아야한다. 따라서 당주의 사주가 신약하거나 지나치게 강왕하다면 관이든 살이든 간에 근본적으로 불필요하게 될 것이므로 그런 경우라면 사주의 주인이 불행하게 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에 의해서 관살 중의 하나를 택하여야 되는고 하면 그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즉, 주중에 식신이 있어서 관의 기를 제압하던가 상관이 있어서 살의 기를 제압해 버리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고, 패재(敗財(주1)가 있어서 살의 기를 묶어버리는 것(기반)이 또 하나의 방법이다. 단 여기에서 명심해 두어야할 것은 기반이 되었을 경우는 힘이 있는 오행이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미 저 앞의 ‘종기’를 논하는 대목에서 설명을 한 바가 있으므로 기반에 대해서는 여러분들도 익히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사주의 내용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을 때를 일컬어 거관유살(去官留殺), 또는 합살유관(合殺留官)이라고 하여 사주의 내용을 순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넷째 천간에 관살이 투출하였는데, 지지에 또 관살이 있거나, 반대로 천간에는 관살이 없는데 지지에만 관살이 있는 경우는 어떻게 가늠을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 될 것인가 하면 그럴 때의 내용에 대해서도 구분을 짓는 기준이 있으므로 이하에서 그에 관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첫째 일주가 양(陽) 오행일 경우 천간에 甲丙戊庚壬이 있으면 당해 오행의 살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지에 卯午丑未酉가 있다고 하면 지지에 있는 것들이 비록 당해 오행과 같은 오행이라 하더라도 천간에 있는 甲丙戊庚壬의 왕지로 볼 뿐 관살의 혼잡으로 보지 않는다.
둘째 일주가 양 오행인 경우 천간에 乙丁己辛癸가 있는데 지지에 寅辰巳戌申亥가 있다고 하면 천간에 있는 乙丁己辛癸에 대한 왕지일 뿐 관살이 혼잡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셋째 천간에 甲乙이 있는데 지지에 寅이 있을 때와, 천간에 丙丁이 있는데 지지에 巳가 있을 때와, 천간에 戊己가 있는데 지지에 辰戌이 있을 때와, 천간에 庚辛이 있는데 지지에 申이 있을 때와, 천간에 壬癸가 있는데 지지에 亥가 있을 때는 관살이 혼잡된 것으로 보아야하며, 반드시 ‘거관유살’의 내용이 되어야한다.
넷째 천간에 甲乙이 있는데 지지에 卯가 있다거나, 천간에 丙丁이 있는데 지지에 午가 있다거나, 천간에 戊己가 있는데 지지에 丑未가 있다거나, 천간에 庚辛이 있는데 지지에 酉가 있다거나, 천간에 壬癸가 있는데 지지에 子가 있을 때는 관살이 혼잡된 것이므로 반드시 ‘거살유관’의 내용이 되어야 좋은 사주가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주중에서 관살이 혼잡되는 경우는 사주의 천간에 관살이 같이 투출되었을 때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지 관살의 오행과 같을지라도 지지에 있는 것은 혼잡으로 잡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모든 사주에서의 지지는 천간으로 투출한 각 오행에 대한 근기의 유무와 강약을 나타내주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거와 같은 엄격한 기준이 이는데도 불구하고 학리가 낮은 사람들은 천간과 지지의 속성을 구별하지 못하고, 주중의 어디이든 간에 관살이 있다는 것만으로 관살이 혼잡된 명조라하여 흉명으로 잡거나 파명으로 잡아서 논단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길흉이 전도될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다섯째 관살이 투출하였는데 살은 연월의 천간에 있고, 관은 시의 천간에 있을 경우 우선 연월의 천간에 있는 살의 기가 튼튼한 것이 좋은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지에 있는 재성(암장신도 포함)이 생살을 하는 내용으로 되어야 좋은 사주가 된다. 그렇지 않고 만일 살에게 무근무기한 상태가 되면 비록 그 살이 있는 위치가 연월의 천간이라 하더라도 무기력한 살일 뿐이므로 시의 천간에 있는 관의 기를 따라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도 관살 혼잡으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그 사주에서의 귀한 기운은 시간에 있는 관성에게 실리게 되는 것이므로 그 관성이 유근에 유기가 되어야 귀명이 될 수가 있다. 관살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와 연월과 시간의 위치가 바뀌었을 때도 강한 쪽을 용신으로 잡는 것이므로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말기를 바란다.
여섯째 주중에 비록 관살이 혼잡되었더라도 ‘거관유살’ 또는 ‘합관유살’이 되거나, ‘거살유관’ 또는 ‘합살유관’이 되어야하는데, 진실로 사주의 내용이 그렇게만 되어준다면 대탁유청(帶濁留淸(주)이 되어 당주가 입신양명의 일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만약에 주중에 살이 하나밖에 없는 사주에 살의 기가 강왕하면서 당주에게 좋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면 당사자의 손에 엄청난 권세를 쥐게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살이라는 것 자체가 권병(權柄)을 나타내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주의 내용이 살이 인을 생하고, 인이 다시 신(일주)을 생하는 구조로 되면 당주의 지위가 태산을 넘보게 될 것이고, 재성이 살을 생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면 그의 이름이 안탑(雁塔=출세의 문)에 걸리게 될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살중신경(殺重身輕)의 사주가 되면 가난하지 않으면 일찍 죽을 것이며, 제살(制殺)이 지나치면 비록 배우더라도 성공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여타의 명리서를 보면 시상편제일위귀격(‘時上偏官一位貴格)이라하여 사주의 시간에 살이 하나 있는 것을 귀격으로 잡아 좋은 것으로 다루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귀하다는 확실한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일위’라는 존칭까지 쓰고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사주를 볼 때에 제일 먼저 살펴야하는 것이 일주가 지니고 있는 기의 강약이어야 하고, 그런 연후에 재(살)관을 비롯한 육신의 내용을 가늠하도록 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결론이 사주의 중화라고 한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명조인 줄을 알아야하는 것이다.
여기의 이 ‘관살장’에서 보다 많은 설명을 가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관살이 각자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해하여 주기 바란다.
(주1). 패재(敗財)--겁재의 별칭이다. ‘재물을 겁탈하다’의 뜻이므로 상대방에게는 ‘재물을 파괴하는 것이 되므로 겁재를 가리켜 일명 ‘패재’라고도 하는 것이다.
(주2). 대탁유청(帶濁留淸)--탁한 것이 들어 있으나 그것을 물리치고 청순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관살의 혼잡을 면하게 되어 좋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ㅡ박평원님의 명리대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