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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군 SK포수 이성우 ‘서러운 추석맞이’
바른생활 2017-11-09 (목) 09:39 조회 : 1470

만년 2군 SK포수 이성우 ‘서러운 추석맞이’
입력: 2006년 10월 03일 18:00:16
 
프로야구에는 ‘마이너’의 세계가 있다. 마이너의 세계는 음침한 더그아웃 뒤 터널과 같다. 끝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곳을 통과할 확률은 높지 않다. SK 2군 포수 이성우도 온몸에 든 멍자욱을 감춰가며 7년 동안의 2군생활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어떻게 될 지. 이성우가 지난달 30일 인천 도원야구장에서 열린 단국대와의 연습경기를 마치고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인천/서성일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 그러나 누구에게나 즐거울 수는 없다.

프로야구 SK의 2군선수 이성우(25). 그는 올해도 서러운 추석을 보내야 한다. 해마다 추석을 전후로 펼쳐지는 가을잔치에 한번도 초대받은 적 없는 마이너.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만년 2군선수’ 이성우는 올해도 잔디도 없는 맨 흙바닥에서 구르고 또 굴렀다. 대단한 꿈이 있어 그런 것도 아니다. 억대연봉에 주전선수는 고사하고 연봉 2천만원이라도 받고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식당일을 하시며 야구하는 아들을 뒷바라지하신 홀어머니에게 휴대폰 선물하고 남들 다 가는 해외여행 한번 시켜드리는 게 소원이었다.

-제발 야구만하게 해달라고 빌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이었다.

이성우에게도 어릴 적 야구는 꿈과 희망이었다. 제법 한다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의 야구에 대한 꿈과 희망은 너무 일찍 꺾였다.

동대문상고(현 청원고)에 입학,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한 1학년때. 이만수가 좋아, 이만수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 야구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포수마스크를 쓴 그에게 그해 새로 바뀐 감독이 강압적으로 2루수로 보냈다. 그의 자리에는 외야수를 보던 1학년 다른 동기가 3학년 선배까지 제치고 앉았다. 알고보니 총동문회장의 아들.

식당일을 하다 말고 달려온 어머니가 감독에게 따졌지만 소용없었다. 어머니와 부둥켜 안고 밤새 울었다. 끝내 감독 눈 밖에 났고 성남서고로 전학했으나 ‘사고 치고 전학 왔다’는 딱지만 붙었다.

-허드렛일 하며 버텨온 7년 세월-

돈을 벌어야 했기에 대학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2000년 테스트를 통해 간신히 LG 신고선수가 됐다. 연봉 1천3백만원. 선배들 눈치보고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지만 돈을 벌 수 있어 좋았다. 잘하면 등록선수도 되고 1군선수도 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꿈일 뿐이었다. 2000년말 정식 선수가 되지 못했고 방출통보를 받았다. 하늘이 노래지는 절망감에 구단사무실을 나설 때 새로 2군감독으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현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무릎꿇고 빌었다.

-‘3일천하’로 1군생활은 끝나고…-

“감독님, 제발 야구만 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김감독이 구단에 요청해 2년을 더 신고선수로 붙어있었지만 끝내 정식선수가 되지 못했다. 2002년말 운 좋게 상무에 입대했다. 돈 있는 선수라면 모두 군입대를 피할 때였지만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상무는 그에게 행운이었다.

2004년 제대했지만 여전히 갈 데가 없었다. 이번에는 SK 문을 두드렸다. 실력은 있었다. 어깨는 LG 조인성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스트를 거쳐 다시 신고선수가 됐다.

올해는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다. 주전포수 박경완을 쉬게 하려고 7월17일 조범현 감독이 그를 1군으로 불러올렸다.

1군 통보를 받고 어머니께 사드린 휴대폰으로 통화하며 펑펑 울었다.

18일 잠실 LG전. 어릴 적 꿈이었던 잠실구장을 처음 밟았다. 그러나 비로 경기취소. 19일엔 경기했지만 출전하지 못했고 20일에는 또 비가 왔다. 다시 2군행. 박경완의 복귀로 기회는 사라졌다. 당시 어머니는 아들 몰래 3일 내내 잠실구장 3루 내야석에서 경기에 뛰지 못하고 훈련만 하는 아들을 보며 눈물을 훔치셨다고 한다.

-다시 가슴조이며 다가오는 ‘운명의 날’-

11월25일이면 또다시 운명이 결정된다. 남느냐, 쫓겨나느냐. 결정은 구단의 몫이다. 매년 가슴 졸이며 겪은 일이지만 여전히 11월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뻑뻑하다.

이제 더이상 잃을 것도 없다. 남들 잘 때 안자고 훈련했다. 조금이라도 더 훈련하려고 인천 문학구장 옆에 보증금 2백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방까지 얻었다. 영양식은커녕 국없이 밥을 먹다 보니 이제 밥만 있어도 끼니를 때울 정도로 갖은 고생을 다해봤다.

“내 인생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습니다.”

올 추석에는 훈련이 없어 잠깐 어머니를 뵙고 올 생각이다. 올해만 3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 앞에서는 억지로라도 웃을 거다. 1군에도 올라갔으니 내년에도 야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위로하면서. 추석이니까.

〈이용균기자〉
 
-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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