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가 특정 현안에 대해 입을 열면 어떤 종교를 가졌는가에 상관없이 많은 국민이 귀를 기울인다. 그의 얼굴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인중이다.
인중은 코와 입 사이에 물방울처럼 파여 있는 홈이다. 김 추기경은 인중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길다. 인중이 길면 가문이 좋고 자녀가 많다. 그는 성직자로서 친자녀가 없지만 대자(代子)와 자녀처럼 따르는 사람이 많다.
인중이 길면 느긋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성격이다. 늘 생각하고, 기도하고, 믿음으로 지도해야 하는 추기경의 자리에 상당히 어울리는 좋은 인중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교육자가 김 추기경처럼 인중이 길면서 귓밥까지 좋다면 좋은 교육자가 될 자질이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므로 그는 계획을 잘 세우고 많은 제자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성격이 급하면 인중이 짧아진다. 긴박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입술 위의 근육을 빨리 당기면서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탤런트 정보석은 코가 뾰족해서 인중이 짧아 보인다. 실제로는 그다지 짧지 않은데도 말이다.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표독한 경빈의 역할을 잘 소화해낸 탤런트 도지원도 코가 높고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중이 짧아 보인다. 옆모습에서는 인중이 별로 짧지 않은 것을 보면 이는 시각적 착각이다. 그런데 인상이란 보이는 대로 기를 주고받는 것이어서 짧아 보이는 사람은 실제로 짧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에 열광하는 요즘 10대를 보면 인중이 상당히 짧아져 있다. ‘오빠부대’ 등으로 열정을 쉽고 빨리 표현해버리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인중을 생산능력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고 단산하거나 자연분만보다는 수술해서 낳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여성이 늘면서 인중이 짧은 여성이 많아졌다. 젊은 시절 인중이 짧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성질이 죽으면 인중이 내려온다.
인중의 홈은 51세의 운세를 나타낸다. 홈 주위의 수염이 나는 부분은 남성의 경우 왼쪽이 52세, 오른쪽은 53세다. 여성은 반대로 본다. 이처럼 인중은 중년을 나타내는 코와 말년을 나타내는 턱을 연결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인중이 잘 생겨야 말년이 편하다.
인중이 잘 생기지 않으면 중년까지는 번듯하게 지낸다 하더라도 말년으로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코가 돈 창고라면 창고 앞마당에 해당하는 부위가 인중이다. 따라서 앞마당이 넓고 두둑해야 창고도 풍성하다. 인중 부위가 두둑하면 풍요로운 말년이 보장되고 자손도 좋다고 본다. 얼굴을 자연 형상에 비유하자면 코는 산이고, 코 옆의 미소선은 폭포다. 인중은 바다인 입으로 흘러가는 시냇물이다. 시냇물이 바다로 흘러갈 때는 물길이 점점 넓어지면서 빠져 들어가는 게 좋다.
이처럼 두둑하면서 긴 물방울 모양처럼 아래로 내려올수록 넓어지는 게 잘 생긴 인중이다. 길이는 턱의 2분의 1정도가 적당하다. 턱이 지나치게 짧은 경우에는 예외지만. 현대 기아 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 좋은 인중을 지녔다.
웃을 일이 많아서 자주 웃고 다니면 입술산이 벌어지면서 인중 아랫부분이 넓어지게 된다. 반면 입을 꽉 다물고 다니면 입술산이 좁아지면서 인중이 긴 물방울 모양이 되지 않는다. 결론은 늘 같지 않은가. 웃으면 복이 온다!
주선희 인상연구가 joo3388@donga.com
동아일보 2003-04-03 16:4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