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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서는 2007년 정해(丁亥)년을 두고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60년 만에 돌아온 정해년을 가지고 어떤 근거에서 ‘0’을 하나 더 붙여 600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 세상에 600갑자가 있다는 말은 이제까지 듣지 못했다. ‘황금돼지’라는 표현도 이치에 맞지 않다. 정해년은 ‘붉은 돼지해’라고 해야 한다.
‘정’(丁)은 오행(五行) 중에서 불(火)을 상징한다. 불은 양화(陽火)와 음화(陰火)의 2종류가 있다. 양화인 병(丙)은 태양을 상징하고, 음화인 정(丁)은 난롯불을 의미한다. 장작이나 석탄이 타고 있는 난롯불의 색깔은 붉다. 그러므로 정해(丁亥)는 ‘붉은 돼지’가 된다. 황금돼지라고 부르려면 기해(己亥)년이 되어야 한다. 기(己)는 토에 해당하므로 누런색이다. 기해년이 황금돼지인 것이다. 그런데 왜 ‘붉은 돼지’를 갖다가 ‘황금돼지’로 갑자기 둔갑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당사주(唐四柱)’에서 풀어보면 돼지는 수(壽)를 상징한다. 건강과 장수를 말한다. 명리학(命理學)에서 풀어보면 돼지(亥)는 여기저기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역마살(驛馬煞)에 해당한다. 역마살 중에서도 강물과 바다를 건너다니는 역마살이다. 구전에 의하면 한고조 유방의 사주가 계해(癸亥)년, 계해(癸亥)월, 계해(癸亥)일, 계해(癸亥)시였다고 한다. 계(癸)는 검은색이므로 계해는 흑돼지에 해당한다. 흑돼지 4마리의 팔자로 태어나 천하를 통일한 것이다.
물에 해당하는 해(亥)는 불에 해당하는 사(巳)와 상충된다. 사는 뱀이다. 돼지와 뱀은 서로 충돌한다. 돼지는 뱀을 잡아먹는다. 뱀이 돼지를 물어도 그 독은 돼지의 삼겹살을 뚫지 못한다. 두꺼운 지방질이 방탄복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돼지는 뱀을 국수가락 삼키듯 잡아먹는다. 그래서 옛날에는 뱀이 많이 서식하는 곳에 돼지를 키웠다. 지금도 중국 남쪽의 더운 지방에 가면 나무로 지은 2층 집들이 있는데, 아래층에는 돼지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 뱀이 기둥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가(家) 자에 돼지 ‘시(豕)’가 들어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돼지꿈을 길몽으로 여기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