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서 일파(一派)를 새로 형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파(派)를 세운다'는 뜻의 릿파(立派)라는 단어를 '훌륭하다'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근래에 한의학계에 '형상의학(形象醫學)'이라는 일파를 형성한 인물은 지산(芝山) 박인규(朴仁圭·1927~2000)이다. 그는 마산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를 따라가서 금강산 입구인 강원도 고성군 장전(長 )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해방 후에 사상범으로 몰려 원산 형무소에서 9개월 동안 복역을 한 일이 있는데, 감옥 안에서 독립운동가인 김남철 선생을 만나 주역(周易)과 선도(仙道)를 배웠다고 한다. 이때 감옥 안에서 배운 공부가 후일 '형상의학'의 큰 밑천이 되었다.
1964년에 의림지(醫林誌) 기자를 하면서 '불문진단학(不問診斷學)'이라는 한의학 서적을 번역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고 한의학에 매료되었다. 1972년에 종로에 세운당한의원을 개업했는데 '얼굴만 보아도 병을 알아맞힌다'는 소문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1976년부터 후학들을 양성하기 시작한다. 일파를 이끌기 시작한 셈이다.
형상의학의 이론적 핵심은 '그 사람 생긴 대로 병이 온다'는 것이다. 지산은 사람의 생김새, 즉 형상(形象)을 분류하는 방식을 이렇게 제시했다. 첫째 분류 방식은 정기신혈(精氣神血)이다. 얼굴의 입 부위가 발달한 사람은 정(精)이 발달하였다고 본다. 코가 크고 튼튼한 사람은 기(氣)가 강하다고 본다. 눈이 발달하면 신(神)이 강하다고 보고, 귀가 크고 건실하면 혈(血)이 좋다고 진단한다. 둘째는 그 사람의 오장육부(五臟六腑)의 상태가 어떤지를 본다. 얼굴의 찰색(察色)과 걸어가는 모습, 앉는 자세, 음식을 먹는 습관 등등을 관찰해야 한다. 셋째는 어류(魚類), 조류(鳥類), 주류(走類), 갑류(甲類)로 구분한다. 어류는 얼굴에서 입이 발달하고, 수 기운이 풍부해서 이를 저장하는 신장(腎臟)이 발달한다. 그래서 엉덩이가 크고, 피부색이 검고, 맛을 잘 알고, 행동이 느리며, 겁이 많다. 넷째는 육경형(六經形)으로 분류한다. 태음형, 소음형, 소양형, 태양형, 양명형, 궐음형이 그것이다. 이러한 생김새에 맞춰 처방을 해야 병이 낫는다는 것이 형상의학의 주장이다.
조용헌
출처 :성공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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