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띠 - 귀신을 제압한다
열하나 째는 개이며 술(戌)이라 한다.
어둠이 짙어진 밤 7시부터 9시에 배속된 술(戌)은 서쪽끝 방 위에
자리하고 가을의 마지막이며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이라 하겠다.
초목의 열매는 땅에 떨어져 흙에 묻혀 썩고 인간의 육신도 흙으로 돌아간다.
비록 열매는 썩어 없어지지만 그 씨앗은 봄에 다시 태어날 생명의
기운을 머금었고 흙이 된 인간의 주검도 혼은 하늘에서 오제의
영역에 갇히고 백은 땅으로 스며들어 오령에 귀속되어 인연을
만나면 다시 태어나게 된다.
오제란 우주만물의 구성 요소가 되는 오행의 기운을 주관하는 힘의 원천을 신으로 인격화한 한민족 사상이 밴 말이다.
즉 다섯 가지 기를 내뿜는 천기의 근원을 말하는데 생명의 씨앗을 심는 자로 천하대장군이라 불린다.
사람의 혼은 진흙속의 연뿌리처럼 순백의 본성이 오염된 마음에
감싸여 있다.
따라서 오염된 마음이 흩어지지 아니하고 오제의 카테고리에 머물다가 인연을 만나면 백이 주관하는 또 다른 육신과 결합해서 모습을 갖추고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제는 구원과 심판의 신으로서 불교에서는 오륜이라 하고 무속에서는 오륜대왕이라 하여 영혼을 구원하는 굿을 한다.
백을 오령이라 한 것 역시 우리 민족의 창조사상인데 만물의 형상을 갖추게 하는 다섯 가지 땅의 근원적인 기질을 말한 것으로 지하여장군으로 묘사된다.
마음이 오염된 정도에 따라 그에 걸맞은 혼과 인연을 맺고 모습을 갖추게 한다.
아무튼 개띠 술(戌)은 직간접으로 신의 세계와 관련이 있다.
술은 죽음 이후의 백을 의미하는 부호로 만물의 형상을 갖출 수 있는 기운을 모두 끌어안은 땅의 정령이라 하겠다.
따라서 온갖 잡스러운 귀신의 집이라 할 수도 있으므로 귀신을 볼 수 있고 지킨다는 개로 하여금 귀(鬼)가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귀신이 나돈다는 음습한 집에 사나운 개를 키우면 귀신이 조용히 물러가지만 유약한 개는 귀신을 감당하지 못해서 집을 나가거나 죽는다고 한다.
출처 : 블로그 >pandora 글쓴이 : redw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