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띠 - 이별의 기운
열째 띠는 닭이며 이것을 유(酉)라 한다.
해가 저물어가고 땅거미가 내리는 초저녁 5시부터 7시까지가 닭띠 시간이다.
방위는 정서쪽이고 가을의 중심인 음력 8월에 해당된다.
오곡을 거두어들이고 익은 열매가 몸체와 분리되는 가을이기에 이별의 기운이 을씨년스러운 이때 인간은 생을 마감하고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이 기질을 타고난 사람은 자주 감상에 젖고 눈물이 많으며 심하게 괴로워하다가도 철없는 아이처럼 웃기도 잘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변덕이 있다.
하지만 예민한 감수성만큼 뛰어난 문학성이 있으며 철학적 사고도 깊다.유(酉)를 닭띠라 한 것도 이별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본래 유(酉)는 서방정토로 열반의 세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죽음에 이른 인간은 여전히 본성을 깊이 감추고 중생심으로 죽어가기에 닭에 비유되는 것이다.
닭은 예로부터 땅의 소식을 하늘에 전하는 짐승으로 인식되어 왔다.
결혼식 때 천상의 조상과 신에게 소식을 알리는 일을 지금도 담당하고 있거니와 죽은 후 혼백을 천신과 지신에게 알리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닭의 습성은 날이 저물면 즉시 둥지로 들어가고 해가 뜨기
직전에 홰를 쳐서 세상이 밝아옴을 가장 먼저 일깨운다.
홰를 치는 것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활발하게 활동하려는 몸부림으로 사람이 죽은 후 긴 어둠을 거쳐 그 영혼이 다시 태어나서 고달픈 인생을 살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어둠은 죽음이요 둥지는 죽음 이후에 쉬어야 할 한정된 공간이며 울음은 새벽잠을 깨우는 것이니 윤회하는 중생의 서글픈 삶을 깨닫게 한다. 다시 말해서 초목이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서 가을에 시들어 낙엽져 내리면 긴 겨울동안 끈질긴 생명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가 봄에 다시 홰를 치듯 기운을 되살려서 싹을 틔운다.
서글프지만 인간의 육신도 윤회하는 영혼을 따라 영원히 초월할 수 없어 띠를 두르듯 열두 짐승의 속성을 밟는다고 하겠다.
닭의 또다른 습성은 쥐와 토끼처럼 색을 밝히며 수많은 알을 생산하는 것이다.
인간이 죽기 전에 자신의 분신인 자손을 남겨두는 것과 같다.
출처 : 블로그 >pandora 글쓴이 : redw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