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 - 속죄와 종교심
여덟째 띠는 양이며 이것을 미(未)라 한다.
정오에 내리쬐던 태양의 열기가 땅을 데워서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오후 1시부터 3시까지에 배속된다.
남쪽 방위의 끝이며 여름이 막바지에 이른 음력 6월이다.
뜨거운 열기에 맺은 열매가 제 모양을 갖추고 초목은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굳어졌으며 인간은 60대 늙음에 접어든 때다.
불꽃이 사그라들기 직전에 힘차게 한 번 솟구치듯 양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아도 음기가 세력을 더해 가므로 예전의 기상을 발휘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미(未)의 기질은 허세만 있지 실속이 없으며 무절제하고
나태하며 공상적인 성격으로 변한다.
그리고 흐르는 음기 때문에 신경질적이면서 화려함을 동경하고 문학과 철학을 좋아하는 심성이기도 하다.
이런 성격은 성장을 멈추고 인생의 결실을 맺으며 늙어가는 심적 변화 현상으로 젊은 날의 패기는 사라지고 지난날을 회고하는 가운데 때때로 죽음을 의식하고 회한에 젖기도 하는데서 비롯된다.
일찍이 종교를 거부하고 저 잘난 기분에 도취되어 있던 사람도 문득 종교에 귀의하고 싶은 마음이 찾아들기도 하는데 세속의 그림자에 묻혀 왔던 본성이 중생의 허울을 걷어내려 함이며 신에게 의탁함으로써 목숨을 오래 보존하고 싶은 회한의 발로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한다.
하나는 순백의 영혼이 무한한 사랑의 빛으로 덕을 베풀고자 하는
불멸의 본성 진리이며 또 하나는 한시도 본성에 고요히 머무르지
아니하고 끊임없이 세속의 인연을 찾아가서 욕심을 채우는
마음이다. 이 두 가지 마음 사이에는 욕망을 좇는 허상의 마음을
돌이켜서 본성 진리에 머물도록 훈계하는 애틋한 모성의 마음이
오묘하게 존재한다. 이것을 양심의 소리라 한다.
자비와 구원의 신으로 상징되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중에 부처의 어머니로 묘사되는 준제보살이란 이름의 신이 있는데 바로 본성과 욕망의 두 가지 마음 틈새에 있는 양심의 소리를 신격화한 것이다.
고대인들은 신에게 제사지낼 때 여러 동물 중에서 순수함을
대표하는 양(羊)을 제물로 사용하였다. 양은 속죄하는 착한 마음을 의미한다.중국 은나라 시대에 한때 사람을 신 앞에 제물로 받치는 풍습이 있었다. 중생계의 생명을 모두 갖추고 욕망의 덩어리로 뭉쳐진 죄인인 인간을 신에게 바쳐 자신들은 면죄될 수 있다는 귀족들의
잔인한 인식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다는 예수의 살신성인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사악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 가슴속엔 본성 진리가 숨어 있고 악행을 훈계하는 양심이 틀림없이 존재한다.
따라서 환갑을 맞아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기 시작하는 이때 그릇된 과거를 회고하여 양같이 착한 마음으로 속죄하며 종교심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인지 순수함의 상징인 양띠는 죽음의 살기가 흐르는 기질로 분류되기도 한다.
제물이라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듯이 팔자에 미(未)가 있으면 기이한 사고가 우려되며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비명에 죽는 경우가 많다.
출처 : 블로그 >pandora 글쓴이 : redw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