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필자가 사주학을 접한 이래 끊임없는 한계에 봉착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궁구한 끝에 써머리한 적천수의 내용이 투파(透派)의 이론과 거의 흡사함을 후에서야 인식하게 되었다. 최초에 임철초 적천수천미를 독습하고 나서 무엇인가 개운치 않던 요소들을 서낙오의 적천수 보주에서 단서를 찾았으며 다시 베이식(basic)으로 돌아가 유백온의 적천수 원시(原詩)를 두고 정독(精讀)을 거듭한 결과, 적천수의 위대성을 간파하게 되었다.
소위 진리는 간단한 것이며 이에 번잡한 주석을 달아 볼륨을 늘리는 현학적 주해서 등이 결코 후학들에게 득(得)으로만 작용하지 않으며 주해서의 저자가 곧 진리의 실체를 간과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곧 유백온의 학통이 투파를 거쳐 가장 근접하게 계승 발전했음을 확신하는 주요 계기가 되었고 필자는 적천수 자체 그대로를 수용하면서 생시론(生時論) 등, 몇 개의 테마를 더욱 다듬고 재해석하여 정제된 내용으로 사주학 이론 체계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써머리 내용 상 ‘명식의 신강약’을 판별하는 관법에서 월령론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을 묘혈(墓血)로 극복하는 택향묘향론(宅向墓向論)은 고서에서 찾을 수 없는 새로운 이론이며 그 단초는 서낙오의 보주서에서 찾았음을 밝혀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