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따지는 데 쓰는 기문둔갑
Q 사람의 미래를 논하는 것으로 기문둔갑이나 자미두수 등 생소한 이론들이 있습니다. 이 이론들은 사주와 관련있는 것입니까?
A 먼저 기문둔갑(奇門遁甲)을 보지요. 기문둔갑은 한고조 유방의 군사(軍師)였던 장량이 그의 스승 황석공(黃石公)으로부터 전수받은 비법으로, 어느 시점의 연월일시를 사주로 뽑은 뒤 천간의 수와 지지의 수를 더해서 9로 나눠 숫자를 구해 길흉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오행, 천문, 8괘 등을 응용하는데 ?술수학의 제왕(帝王)?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판을 짜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적중률이 명리학보다 떨어집니다. 오히려 기문둔갑은 방위를 볼 때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전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나 작괘하여 생로(生路)를 찾을 때 등 군사학에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개인의 운명으로는 특히 입학시험 때 어느 방향에 있는 학교를 선택할까 하는 데 유용한 편입니다.
또 자미두수(紫薇斗數)는 송나라 초에 나온 것으로 사람의 운명을 12개 분야로 나누어 길흉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상수파역으로 분류되는데 지금까지 모두 17개 종류의 상수파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의리역과 상수역은 옛날부터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발달해왔습니다. 현대 중국에서는 상수역과 의리역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의리역이 강하여 학계에서 상수역 이론을 언급하면 사이비라고 멸시를 당합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사주나 관상 등 상수역을 신임하고 있는데 유독 학계에서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봅니다.
주역으로 학위 논문을 받은 사람들조차 상수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타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고 어떤 교수는 오행이 없다고 말을 하니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를 한의학자가 듣는다면 무식한 소치라고 일축하고 고소를 금치 못할 것입니다.
상수역과 의리역은 실과 바늘 관계로 어느 하나가 빠지면 절름발이가 됩니다. 미술에도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이 있듯이 의리역이 이론적인 역학이라면 상수역은 응용적인 역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상수역이 학문적인 영역으로 당당히 자리잡을 때가 됐다고 봅니다.
<신동아 2000, 12월호> 안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