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론과 오행설의 계보
Q 주역의 음양설과 사주학의 오행설은 그 계보가 다른 것입니까?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A 매우 고차원적인 질문이군요. 한마디로 말해 주역은 음양론(陰陽論)입니다. 다시 말해 2의 승수로 나가는 학문입니다. 음양이 발현(發現)하지 않는 것을 태극(太極)이라 하는데, 숫자로 2의 0배수인 1이라 합니다. 태극에서 음과 양이 나뉘면 양의(兩儀)라고 하여, 숫자로 2의 1배수인 2가 됩니다.
중국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음이란 어둡고 닫는다는 말이고 산의 북쪽을 가리키며, 양은 높고 밝은 것이고 산의 남쪽을 가리킵니다. 세상만물은 모두 음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남자만 있다든지, 낮만 있다든지 하면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여자가 있어야 자식을 낳을 수 있고, 밤이 있어 휴식을 취해야 다음 날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는데, 숫자로 2의 2배수인 4입니다. 흔히 사상의학에서 말하는 태양, 소양, 태음, 소음과 같은 개념입니다. 사상에서 더 나아가면 2의 3배수인 8로, 8괘가 등장합니다. 이 8괘를 중첩하면 64괘가 되는데 작괘하여 64괘로 길흉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 64괘는 다시 각 6개효가 변하여 384효가 되어 이를 주 문왕과 공자가 연구하여 주역을 집대성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행은 주역과는 근원이 다릅니다. 오행(五行)이란 木(나무)?火(불)?土(흙)?金(쇠)?水(물) 등 다섯 가지 물질을 말하는데,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의 역서(易書)에 의하면 황제(黃帝)로부터 오행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또한 황제는 하늘의 천제(天帝)에 기도하여 10간(甲?乙? 丙?丁?戊?己?庚?辛?壬?癸)과 12지(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오묘한 이치를 받아내려, 이를 가지고 60갑자를 만들어 천하를 다스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보면 황제가 ?하늘에는 오행(五行: 목화토금수)이 있어 오위(五位)에 임하여 한(寒)?서(署)?조(燥)?습(濕)?풍(風)을 생하고,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어 오기(五氣)를 화하여 희(喜)?노(怒)?사(思)?우(憂)?공(恐)을 생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천지 만물은 음양과 木?火?土?金?水 등 오행의 상생과 상극으로 생멸작용을 한다는 것이 음양오행설입니다.
이렇게 주역과 오행설은 근원이 달라 각자의 고유 이론대로 발전하게 되는데, 한나라 무제 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무제가 아들을 어느 날 장가를 보내야 좋으냐고 질문하자 태을가, 감여가, 천인가, 총진가, 오행가 등 각 가(家)의 이론이 서로 달라 분분했습니다. 이때 무제는 당시 제상인 동중서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는 오행가의 이론을 따르라는 황명을 내렸고 이후 오행이론이 번창하게 됩니다.
그리고 후대에 주역과 오행이론이 결합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경방(京房)입니다. 제가 학위를 받은 연구논문이 바로 경방역입니다.
<신동아 2000, 12월호> 안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