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섹스와 뱀<19>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인간의 성욕(性慾)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인간의 섹스 에너지는 흔히 뱀으로 상징된다. 요가에서는 인간 내면의 원초적 생명 에너지를 쿤달리니(kundalini)라고 부르는데, 이 쿤달리니가 인체의 아랫배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뱀의 형상이다. 요가 경전이나 티베트의 밀교(密敎) 경전에 나타난 쿤달리니 그림들을 보면 여러 마리의 뱀이 서로 엉켜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대단히 엽기적인 그림이다.
이 섹스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가가 문제이다. 섹스를 통해서 밑으로 사용하면 생명이 잉태되는 것이고, 위로 끌어 올리면 각성(覺醒)한 성자(聖者)가 된다. 영혼의 각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랫배에서 잠자고 있는 뱀을 깨워야 한다. 뱀의 대가리를 톡톡 건드리는 것이다. 톡톡 건드리는 방법은 단전호흡(丹田呼吸)이다. 단전호흡을 하면 잠자고 있던 뱀이 깨어나서 대가리를 치켜들고 위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7개의 차크라를 통과한다. 인체 내부에는 7단계의 에너지 터미널이 있는데, 이 에너지 터미널을 ‘차크라’라고 부른다. 1번 차크라는 물라다라, 2번 스바디스타나, 3번 마니푸라, 4번 아나하타, 5번 비슈다, 6번 아즈나, 7번 사하스라 차크라가 그것이다. 1번 차크라는 회음부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뱀은 1번에서부터 시작하여 순서대로 위를 향하여 올라간다.
인체의 목젖 부근에 있는 5번 차크라를 통과하면 뱀이 드디어 용으로 변한다. 말하자면 사변성룡(蛇變成龍)이다. 여기서 다시 양미간 사이의 6번 차크라를 통과하면 용이 여의주를 얻는 단계이다. 7번을 통과하면 드디어 성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가에서는 뱀이 대가리를 치켜들고 상승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탄생한 놀이가 바로 코브라 놀이이다. 인도에서는 피리를 불면서 바구니에 담긴 코브라를 자극시켜 대가리를 치켜세우게 하는 구경거리가 있다. 쿤달리니 에너지의 상승을 놀이화시켜 놓은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성(性)과 성(聖)은 동전의 양면이다. 섹스 에너지를 잘만 쓰면 성자가 된다. 사용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뱀에서 끝날 수도 있고 용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