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비빔밥과 오행(五行)
융합(融合)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한국의 휴대폰이 경쟁력이 있는 이유가 전화기, 시계, 계산기, 디지털카메라, 노래방 등의 여러 가지 기능이 휴대폰 하나에 융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한국인의 융합문화를 상징하는 음식이 바로 비빔밥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비빔밥의 최대 장점은 유사시에 별도로 반찬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반찬과 밥이 섞여 있으므로, 반찬을 따로 차리지 않아도 곧바로 먹을 수 있는 밥이 비빔밥이다. 그만큼 순발력과 이동성이 뛰어나다. 비빔밥을 인수분해하여 보면 수(水), 화(火), 목(木), 금(金), 토(土) 오행이 모두 융합되어 있다.
수(水)는 무엇인가. 비빔밥에 들어가는 참기름이다. 비빔밥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가 참기름과 고추장인데, 참기름은 액체이기도 하지만, 그 색깔이 검정색에 가깝다. 검정색은 수를 상징하는 색이다. 화는 고추장이다. 화는 붉은색에 해당하고, 고추장은 붉은색이라서 화로 간주할 수 있다. 목은 무엇인가. 나물이 해당된다.
비빔밥에는 시금치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나물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나물은 주로 녹색이다. 녹색은 목을 상징하는 색이다. 비빔밥에서 금에 해당하는 재료를 찾아보면 쌀밥이다. 쌀은 흰색이라서 금을 나타내는 상징색이라고 본다. 서쪽의 금을 흑호(黑虎)나 적호(赤虎)가 아닌, 백호(白虎)라고 표현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서쪽과 금을 상징하는 색은 흰색이다. 토는 어떤 재료인가.
토는 누런 황색이다. 비빔밥에서 누런 황색을 띠는 재료는 계란이다. 비빔밥 한가운데에 놓는 계란의 색깔은 누런색이다. 이는 토를 상징한다. 이처럼 비빔밥 한 가지에는 동양의 전통사상인 수·화·목·금·토, 오행이 모두 섞여 있다. 이름하여 ‘오행융합(五行融合)’이다. 동양사상에서 오행은 우주를 구성하는 5대 원소이다. 동서남북을 비롯한 방위와, 인체의 오장(五臟)을 포함한 우리 주변의 온갖 요소를 이 오행으로 환원시켜 적용할 수 있다.
런가 하면 비빔밥에는 음양도 내포되어 있다. 젓가락과 숟가락이다. 음은 젓가락이고, 양은 숟가락이다. 젓가락은 짝수이므로 음이고, 숟가락은 홀수이므로 양으로 간주한다. 비빔밥에는 음양오행 사상이 모두 함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