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가(禪家)에 내려오는 3단계 공부 방법을 소개하면 이렇다. 처음 10년은 경전(經典) 공부이다. 우선 경전을 보아야만 공부의 큰 가닥을 파악한다. 그다음 10년은 여행이다. 이를 ‘만행’(萬行)이라고 표현한다. 마지막 10년은 참선(參禪) 공부이다.
30년 공부가 끝나면 50대 중반이 된다. 보통 대학 졸업할 무렵인 20대 중반부터 공부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30대 중반까지는 수많은 경전과 책을 보는 기간이다. 40대 중반까지는 주유천하(周遊天下)를 해야만 한다. 지리산 피아골에서도 살아보고, 뉴욕 맨해튼 5번가도 왔다 갔다 해보고,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도 한 열흘 있어보고, 인도의 라자스탄에서 점성술 공부도 해보고, 모세의 시나이 산에도 올라가 본다. 여행 도중에 밥도 얻어먹고, 병도 걸려보고, 마구간에서 도둑잠을 자다가 두들겨 맞아보기도 해야만 인생의 깊이를 더한다. 그리고 나서 명상으로 들어간다. 밖을 둘러보아야만 안으로 침잠해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10년 여행의 묘미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여행의 초창기에는 장엄한 경치를 구경하는 데에 정신이 팔리지만, 그다음에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필자가 인도여행 도중에 만났던 석송(石松)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가 이야기해주었던 ‘현애살수’(懸崖撒手·절벽에서 손을 놓아라!)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어떤 사람이 절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던 도중에 다행히 나무뿌리를 잡았다. 사력을 다해 두 손으로 그 나무뿌리를 잡고 있었다. 이때 어디선가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두 손을 놓아라!” 이때 신앙심이 깊은 상근기(上根機)는 두 손을 놓는다. 그러나 신앙심이 약한 사람은 절대로 손을 놓지 않는다. 떨어지면 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끝까지 절벽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사실은 매달려 있는 지점이 지상에서 1m밖에 안 되는 높이지만, 이 사람은 아래를 쳐다보지 못하므로 수십m 높이에 매달려 있는 줄만 안다.
하나님의 말을 듣지 않으므로 이때 자비로운 스승이 나타났다. 스승은 가죽채찍으로 사정없이 그 사람의 손등을 내리쳤다. 두들겨 맞고 나서야 비로소 손을 놓게 된다. 삶의 비밀이 ‘현애살수’ 이야기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