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86> 홍어 애탕
어떤 사람이 상팔자인가? 제철에 맞추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상팔자이다. 늦가을에서부터 이른 봄까지가 홍어를 먹는 철이다. 그중에서도 보리 잎이 파란색을 유지하고 있는 시기가 피크이다. 얼마 전에 목포 수산물 시장에다 홍어 경매 시세를 물어보니 흑산도산 홍어(9kg) 암컷은 60만원 정도라고 한다.
봉급쟁이가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에 비해 수컷은 30만원 정도로 값이 싼 편이다. 암컷에 비해 수컷은 고기가 질기기 때문이다. 일본산이나 칠레산의 가격은 흑산도산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그 맛은 흑산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홍어의 각 부위는 순위가 매겨져 있다. 1. 코, 2. 애, 3. 날개, 4. 껍질, 5. 살이다. 1순위는 코이다. 홍어는 코가 가장 맛있는 부위이다. 한 마리당 한 점밖에 나오지 않으므로 귀하다. 어른이 잡수신다. 2위는 ‘애’이다. ‘애’는 홍어의 내장을 가리킨다.
된장에다가 애를 넣고 끓이는 ‘홍어애탕’은 맛이 독특하다. 술꾼들이 이 홍어애탕을 한번 맛보면 그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한다. 홍어애탕의 재료는 된장, 미나리, 고춧가루, 파를 사용한다. 순천에서 홍어애탕으로 유명한 식당이 ‘대원식당’이다. 평상시에도 홍어의 애를 냉장고에 많이 비축하고 있어서, 애탕을 좋아하는 매니아들 사이에 알려진 집이다.
요즘처럼 이른 봄에는 파란 보리 잎을 넣은 ‘애국’이 별미이다. 순천, 구례, 광양을 비롯한 전라좌도 지역은 삭힌 홍어뿐만 아니라 찜이나 생것도 아울러 좋아하지만, 강진, 목포, 나주를 비롯한 전라우도 지역에서는 삭힌 홍어를 특히 좋아한다. 잘 삭힌 홍어는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로 톡 쏘는 맛이 있다. 발효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암모니아 가스 때문이다.
그 톡 쏘는 맛의 깊이는 외국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지이기도 하다. 노하우는 삭히는 과정에 있다. 항아리에 홍어를 몇 마리 넣고, 그 사이사이에 짚을 끼운 다음에 뚜껑을 덮어 놓는다. 날씨에 따라서 삭히는 기간이 약간 달라지는데, 평균 15~20일 정도. 홍어는 목감기와 기침, 가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삼성의 고(故) 이병철 회장이 뇌출혈을 당했을 때 목포의 홍어를 공수해 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