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역학이야기

우공(牛公)에게 배우는 10가지 생활원칙

바른생활 | 2017-11-09 09: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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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公에게 배우는 10가지 생활원칙
2009년에 만 36세가 되는 김동철 씨의 삶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 그는 스물 네 살 때부터 12간지를 기초로 한 해 한 해를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그는 소띠이지만, 소띠가 갖고 있는 특징과, 매년 달라지는 새로운 띠와의 조합을 통해 한 해의 생활 주제를 정하는 일을 연말마다 하고 있는 것이다. 다소 코미디 같아 보이는 그의 생각은 그러나, 자연과 섭리, 그리고 오랜 전통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인생을 담담하게 살아가고 싶은 소망이 담겨있는 일이다. 그는 2009년 소띠해에 소를 닮은 10가지의 생활 원칙을 정했다. 물론 소에게 배운 것들이다.



1. 버릴 것 없는 시간을 만들겠다

송아지 시절을 빼놓고, 소는 평생 일을 하다 죽는다. 사람도 그렇다. 김동철 씨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노동의 결심을 한다. 그러나 무식하게 일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소처럼 일한다,는 말이 있지만, 소 역시 집중적으로 일 하는 시간만큼 휴식 시간도 필수였다. 그래서 일 하는 시간 만큼 쉬는 시간도 버릴 것 없는 시간에 들어가야 하며, 그 두 가지 명제를 환상적으로 조합하는것이야 말로 개인의 능력이다. 또한 소를 닮아 버릴 것 없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야무진 계획이 필수며, 김동철 씨는 2008년 12월20일쯤 2009년 계획표를 완성했다. 직장에서 2009년 팀 별 사업계획서 제출을 끝낸 뒤 15일 만의 일이었다. 그는 2009년 계획표 작성을 한 것만으로도 51%를 이뤘다고 믿는다.

2. 유유자적의 숭고한 정신

소의 대표적 특징은 유유자적이다. 몸집이 크니 걸음도 천천한 게 소다. 김동철 씨는 유유자적의 실천 방법으로 ‘마우스 잡기 전에’라는 메모를 자신의 집과 회사 컴퓨터에 붙였다. 먼저 생각하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정돈되지도 않았는데 마우스부터 잡고 보았던 그간의 생활 태도를 조금은 바꾸겠다는 것이다. 생각의 정돈은 그날 갈 길을 정하는 것이고, 컴퓨터는 그 길을 위한 작은 수단으로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가급적 쓸데없이 하루 종일 컴퓨터를 켜놓지 않겠다는 것도 2009년에 새로 결심한 일이다. 일방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머리와 지식이 오히려 혼란스러워지고, 메신저나 목적 없는 검색 활동 등으로 오히려 업무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유유자적한 일상이 주변인들에게 답답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는 오히려 자신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생활이 친구나 동료에게도 전염되길 벌써 바라고 있다.

3. 북북동쪽은 나의 힘!

12간지의 두번째 상징물인 소는 북북동 쪽을 가리키고 있다. 김동철 씨는 이것을 일상의 소소한 재미로 삼기로 했다. 소띠 해에 좋은 방향이 북북동이라 하니, 손님을 만나든,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고민할 때 북북동을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김동철 씨가 장소를 정해야 할 경우, 자신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북북동 방향의 식당이나 찻집을 고르고, 상대방 중심으로 목적지를 정할 때도 그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북북동 방향을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 보았더니 재미도 쏠쏠하고 일도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한다.

심지어 여행도 그 방향 중심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의 집(공덕동)과 직장(시청앞)을 중심으로 각각 북북동 방향에 있는 쓸만한 동네를 살펴보았다. 대략 부암동, 삼청동, 북촌 등이었다. 모두 좋은 동네라서 기분이 흐뭇!

4. 축시 숙면

축시(丑時)는 오전 1시부터 3시까지를 일컫는다. 그 시간은 가장 깊은 숙면에 빠져있어야 할 시간이다. 생리적으로도,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우리 몸에서는 간의 해독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시간에 잠 자지 않고 있으면 다음날 아침이 어벙해지고, 피부도 까칠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김동철 씨는 11시에서 12시 사이에는 꼭 잠자리에 들기로 결심했다. 그때 자 줘야 축시 숙면이 가능해질 것이고, 1년 그렇게 살고 나면 몸도 더욱 건강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축시 두 시간 동안 숙면하는 효과는 낮잠 10시간을 자는 효과 보다 높다고 한다.

5. 인정이 용기

구미시 인덕리에 가면 의우총(義牛塚)이라는 곳이 있다. 약 270여 년 전, 이 마을에 살던 김기년이라는 사람이 암소를 앞세워 밭을 갈고 있었는데 호랑이가 습격을 했다. 그러자 암소가 호랑이와 맞서 물리쳤다.

그러나 김기년은 호랑이에게 당한 상처가 덧나는 바람에 죽게 되자 유언을 남겼다. 자신을 보호하려 한 암소를 절대 잡아먹지 말고, 소가 죽으면 자신의 무덤 옆에 묻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주인이 죽자, 소도 먹이를 먹지 않고 주인을 따라 죽었다는 것이다.

이런 충성스러운 일화는 또 있다. 100여 년 전 경남지역에서는 한 소년이 호랑이로부터 공격을 받자, 황소가 호랑이와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운 끝에 소년을 구하고 자신을 죽는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죽은 소를 묻어주고 의우총을 세워주었다. 가까운 1983년에도 상주에서 이상한 일이 생겼었다. 마을의 한 할머니가 죽어 장례식을 치른 다음날, 그 동네 소 한 마리가 집을 나갔다. 소의 주인과 마을 사람들이 온 동네를 헤맨 끝에 소를 찾은 곳은 수십 리 떨어진 곳에 있는 할머니 묘지.

소는 묘지 앞에서 나무를 들이받는 등 괴로워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간신히 달래서 산을 내려왔으나, 소는 집으로 가지 않고 할머니 빈소를 찾았고, 이에 감동한 상주는 삼우제에 참석한 문상객에게 하는 배상대접을 소에게도 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돌아가신 할머니는 평소 이 소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아주었고, 소 주인이 바쁘면 할머니가 자기 자식처럼 소를 돌봐주었다고 한다. 1995년에 그 소가 수명을 다 하고 죽자 상주시에서 성대한 장례식을 마련해주는 등 현대 사회에서 보기 힘든 감동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동철 씨는 상식을 뛰어넘은 소의 행동에서 인정과 용기를 배웠다. 베푸는 만큼 돌아오고, 고마운 사람에게 마음을 다 하는 것이 세상 순리라는 진실을 소에게 배운 것이다.

6. 상대에게 상처 주는 말 안 하기

이것은 중국에서 전해진 이야기이다. 어느 노인dl 소 두 마리를 데리고 일을 하고 있었다. 한 마리는 검은 소, 다른 한 마리는 하얀 소였다. 한 선비가 노인과 소들이 일하는 모습을 구경하다 큰 소리로 물었다. 두 마리 가운데 어떤 색깔의 소가 일을 더 잘하냐는 것이다. 노인은 선비를 밭에서 일하는 검은 소 옆으로 데려가 귓속말로 검은 소가 일을 잘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하얀 소 옆으로 데려가 역시 작은 목소리로 하얀 소가 일을 잘 한다고 말했다. 김동철 씨는 이 일화를 통해, 2009년 한 해에는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발언은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사 지적해야 할 일이 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반성은 하되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은 피하기로 했다. 일년을 그렇게 지내고 나면 언변이 꽤 늘 것이라는 게 김동철 씨의 희망사항이다.

7. 꿈에서도 소만 보자

소가 꿈에 나타나는 것은 재산과 관계된 암시다. 소가 방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면 대박 수준의 돈 잔치가 벌어질 것을 기대해도 되고, 황소에게 엉덩이를 받히는 꿈을 꾸면 승진이나 시험에 합격한다는 예시이다.

꿈은 개인의 상상이 두뇌에 저장되어 있다가 나타나는 현상이니, 한동안 소에 집중했던 김동철씨가 소 꿈을 자주 꾸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집중했던 시기가 2008년 12월이었고, 당시에는 소 꿈을 자주 꿨으나, 막상 2009년이 밝아오자 소 꿈은 한번도 꾸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일년을 소처럼 살다 보면 언젠가 대박의 꿈이 꿔질 것이라는 게 김동철 씨의 꿈.

8. 끝까지 BULL’s CLUB

김동철씨도 2008년 주식 시장에서 손해를 본 경험이 있다. 그는 2007년 12월에 보유주식 대부분을 팔아버린 덕에 큰 손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조금 남겨놓았던 투자액 대부분을 이른바 ‘반토막’ 내고 만 것이다. 그 원인을 그는 자신의 단타 전략에서 찾는다. 그건 사실이다. 주식 시장에 등장하는 두 가지 동물은 황소와 곰이다. 왜 이들이 등장했는지 여러 가지 이론이 있으나, 결론적으로 황소의 뿔이 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빗대어 상승장에 비유하기도 하고, 아래쪽으로 공격을 하는 곰을 하락장에 비유하기도 한다. 장기보유주와 단기보유주 또한 황소와 곰에 비유되기도 한다.

김동철 씨는 이런 몇 가지 비유 가운데 황소에 해당하는 장기보유주에서 투자의 정도를 찾기로 했다. 그렇지 않아도 김동철 씨는 주식 시장을 경험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을 한 가지 갖고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주식 투자의 원칙은, ‘내가 좋아하고, 사회적으로 존경 받으며, 앞으로 성과가 좋을만한 기업을 잘 선택해서, 꾸준히, 오랜 시간 투자’함으로써 ‘기업 이익에 따른 주주 배당금’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주식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막상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배당금 보다는 시세 차액을 노리고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김동철 씨는 최근 ‘가치주’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굳이 워렌 버핏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앞으로는 학교에서 배운 주식 투자의 원칙을 꼭 지키겠다는 게 그의 결심이다.

앞으로 5년~10년 뒤에 성과를 낼 만한 기업과 제품이 어떤 게 있으며, 그런 기업 가운데 기업의 투명성이 세계 수준인 곳, 자본금 규모 등 배당금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종목이 결정되면, 다시는 촐싹거리지 않고 소처럼 천천히, 길게 걸어갈 것이되, 세계경제와 투자 기업 환경 등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으로 주주로서의 소임을 다 하겠다는 것이다.

9. 심우(尋牛)도와 똑같이 살겠다

소는 불교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죽는데, 자신의 태어난 이유, 정체성, 세상에 내가 남길 것 등을 깨달은 사람의 삶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심우도는 인간이 진리를 찾아가는 10가지 단계를 그린 불교화로,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한번은 생각 해볼만한 일이다.

김동철 씨가 2009년을 심우도처럼 살기로 결심한 것은 자기 자신을 뿌리 깊은 나무로 세우고 싶기 때문이다.

우주를 깨닫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제대로 알고, 그에 따른 지혜를 갖고 있다면, 돈 때문에, 사랑 때문에, 질투 때문에 마음 상하거나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0. 소처럼 멋진 외모를 만들겠다

소를 가만히 살펴보자. 단단한 뿔, 소리를 잘 듣게 생긴 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맑은 눈, 기운 센 코, 부드러운 이빨, 반질반질한 가죽, 잔근육 가득한 몸통, 400kg의 체중을 지탱해주는 강력한 다리통… 김동철 씨는 2009년 12월이 되면 자신의 몸도 소처럼 만들기로 결심했다.

소는 빠른 동물이 아니지만, 지구력과 근력이 매우 뛰어나며 사람이 소처럼 튼튼해지려면 근육 운동이 필수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체력 단련을 위한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육 운동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두 가지 운동을 적당히 혼합해주는 게 이상적이라는 것은 상식.

그러나 우리 몸의 근육은 지방을 태워주며, 힘도 더욱 세게 만들어 준다.

근육이 늘어나면 지방은 줄어 들며,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피부도 매끄럽고 탄력있게 변한다. 여기에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혈관을 탱탱하게 만들어줌으로써 전반적으로 튼튼한 몸이 된다는 것이다. 김동철 씨는 이미 동네 스포츠센터 회원에 가입했고, 일주일에 3회 이상을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그곳에서 보내고 있다.

[이영근 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6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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