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박정희 사주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두고 시비가 분분하다. 시비가 분분하다는 것은 평가가 현재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역사적 평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역사학은 ‘미래완료형’이라 말할 수 있다. 반대로 인간의 생년월일시를 따지는 명리학(命理學)은 ‘과거완료형’ 시제이다. 태어나는 그 순간에 이미 그 사람의 자질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는 전제를 가지고 인간을 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의 경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명리학자는 인내심 없이 조급하게 그 결론(?)을 미리 훔쳐보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박정희는 어떤 팔자를 타고 났던 것인가? 1917년 9월 30일(음) 인(寅)시이다. 만세력에서 이를 육십갑자로 환산하면 정사(丁巳)년, 신해(辛亥)월, 경신(庚申)일, 무인(戊寅)시가 나온다. 이 사주는 보기 쉬운 사주에 속한다. 간단명료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은 지지(地支)에 인(寅), 신(申), 사(巳), 해(亥)가 모두 구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명 사맹격(四孟格) 사주이기도 하다. 맹(孟)자가 우두머리를 상징하므로 전형적인 제왕사주에 해당한다. 명리학의 고전인 ‘명리정종’(命理正宗)에 보면 사맹격은 ‘남자일 경우는 대귀할 것인데, 그 지위는 삼공(三公)에 이를 것이다’고 되어 있다. 명리학의 대가인 유충엽의 지적에 의하면 중국 월나라 구천의 신하로서 오나라를 멸망시켰던 범려(范?)의 사주가 인신사해를 모두 갖춘 사맹격이었고,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역시 인신사해를 모두 구비한 사주였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 박정희는 전형적인 금체질의 무사(武士) 팔자이다. 갱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로버트 드니로가 이런 팔자에 맞는 이미지이다. 야무지면서도 칼을 뽑으면 반드시 적을 가격하는 스타일이다. 한 손에는 도끼(庚)와 한 손에는 회칼(辛)을 들고 피 튀기는 무림의 세계에서 끝없이 고수들과 싸워야 했던 험난한 팔자이다. 칼에 묻은 피를 냇물에 씻으면서 왜 나는 이렇게 피를 묻히며 살아야만 하는가! 하고 한탄한다. 인신사해는 역마살인데, 역마살이 4개나 들어 있으면 잠시도 편히 쉴 수가 없다. 전쟁터나 또는 난세에 앞장서서 총대를 메야 하는 팔자 센 운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