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생활
2017-11-09 09:44:00조회수 : 1,657
[조용헌 살롱]팔월 보름날
우리민족은 보름날을 좋아하였다. 3대 보름날을 꼽는다면 정월 보름은 대보름날이고, 칠월 보름은 백중날이고, 팔월 보름은 추석날이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보름달을 좋아하였다. 음양(陰陽)만 보아도 그렇다. 태양보다 달을 더 중시하였기 때문에 ‘음양’이라고 불렀다. 양보다 음을 앞세웠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반대로 서양문화권에서는 달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였다. 흡혈귀 드라큘라 백작이 활동하는 시간대는 한밤중이고, 그 배경에는 꼭 달이 떠 있다.
영화 울프(wolf)를 보면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시간대도 달이 떠 있는 밤으로 설정하였다. 서양 사람들은 달이라고 하는 것을 논리보다는 감성을, 남성보다는 여성을,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다. 정복과 투쟁을 중시하는 문명권에서 보자면 당연히 배척해야 할 대상이었다. 세밀하게 따져 보면 달은 인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달이 지니는 인력(引力)은 지구상의 만조(滿潮)와 간조(干潮)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인체의 혈액도 액체상태이므로 초승달이냐 보름달이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보름달이 뜰 때는 사람의 피도 더 많이 끌어당기는 셈이다. 그래서 요가 수행에 심취한 고단자들은 보름날이 되면 식사량을 줄인다. 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평소보다 더 많이 섭취하므로, 음식 섭취를 줄여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여자들의 생리를 ‘월경’(月經·달이 다니는 길)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달과 피가 함수관계에 있음을 암시한다.
도교 수행자들은 ‘월체납갑설(月體納甲說)’을 중시한다. 달이 어떤 모양이냐에 따라 호흡하는 시간대와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보름달이냐 반달이냐 그리고 상현달이냐 하현달이냐에 따라 각기 호흡법이 다르다. 유교의 선비들은 농월정(弄月亭)을 지어놓고 달을 희롱하였다. 서산에 태양이 넘어가는 광경을 보면서 인생이 이처럼 시들어 가는가 하고 생각하였는데, 밤이 되니까 다시 동쪽에서 쟁반만한 보름달이 밝게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낮 무대가 끝나니까 밤무대가 다시 시작되는 이치’를 깨달았던 것이다. 달은 재생(再生)의 기쁨을 상징한다. 한가위의 보름달을 보면서 생명의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