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생활
2017-09-30 07:55:25조회수 : 1,810
[조용헌 살롱]출세(出世)
불교적 맥락의 출세개념은 조선시대 유교로 넘어오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유교에서 추구하는 가치 가운데 하나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다. 몸을 바로 세워서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였고, 이 입신양명이 곧 출세를 의미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출세라는 말은 ‘입신양명’의 뜻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자면 세속에서 이루어지는 입신양명은 ‘입세(入世)’라고 표현해야 맞다. 입세라고 하지 않고 출세라는 단어가 계속 사용된 배경에는 고려시대에 불교가 준 영향이 사회전반에 깊게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는 승려가 되어서 산으로 가는 일이 출세였다면, 조선시대에는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벼슬하는 것이 출세로 여겨졌다. 오늘날에는 국회의원 되고 장·차관 되고 고시패스 하는 것이 출세이다. 국회의원과 고시패스는 입세이지 출세는 아니다. 진짜 출세는 산으로 가는 것이다.
한국은 국토의 70%가 산이다. 그 70%도 네팔이나 티베트처럼 4000~5000m의 높은 산이 아니다. 4000m가 넘어가면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죽은 산이다. 1000m 내외의 산이라서 동식물이 살 수 있고, 계곡물을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복 받은 산들이다.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산들이고, 산자락에서 텃밭 가꾸며 살면 굶어죽지는 않는 산들이다. 세계에서 이처럼 양질의 산이 많은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다. 돈 없이도 갈 수 있는 곳이 산이다. 동포들아! 주말에는 출세하러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