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명가(算命家)들은 태아가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탯줄을 자르는 그 시점에 우주에 퍼져 있는 별자리의 기운들이 태아에게 순간적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본다. 사주팔자라는 것은 이때 과연 어떤 별자리의 기운이 많이 들어가고 적게 들어갔는가를 살펴보는 일종의 ‘조견표’라고 볼 수 있다. 사주(四柱)는 네 기둥이라는 뜻인데, 태어나는 연, 월, 일, 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 기둥마다 두 글자가 붙어 있으므로 네 기둥을 곱하면 여덟 글자(八字)가 된다. 예를 들어 2004년 11월 16일 오전 8시(진시)에 태어났다고 가정하고, 이를 만세력에서 뽑아보면 갑신(甲申)년, 을해(乙亥)월, 기해(己亥)일, 무진(戊辰)시가 된다.
이 여덟 글자는 다시 음양오행으로 환산된다. 오행이 조화로우면 좋은 팔자이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좋지 못한 팔자로 해석한다. 문제는 사주조립이 생각만큼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수술 날짜와 시간은 일정 범위 내에서 선택할 수 있지만, 태어나는 달(月)이 좋지 않으면 나머지 여섯 글자와의 부조화가 발생한다. 보름 이내는 조정할 수 있지만, 예정일보다 무려 한 달을 늦추거나 당겨서 수술할 수는 없다. 박재완(朴在琓·1903~1992)과 같은 사주의 대가들은 천기누설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제왕절개 날짜를 잡아주지 않았다.
조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