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 운명학은 어떤 관계인가.
치료 위주의 근대 의술이 아니라 건강 지키기를 목적으로 미래지향적 예방의학을 표방한 전혀 색다른 이론, 인간의 운명이 담긴 사주팔자를 풀이하면 현재의 건강 상태는 물론 앞으로 닥칠지도 모를 질병 상황까지 미리 알아낼 수 있다는 의명학(醫命學)의 세계.
"무병(巫病)을 앓는 여자가 무당집에나 갈 일이지 여긴 왜 왔소?” 정경대(鄭慶大·58·국제의명연구원장, 철학박사) 박사의 웃음띤 말에 건강 상담을 하러 온 주부 이모(47)씨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얼굴에 그렇게 씌어 있는가 싶어 당황해하면서도 겸연쩍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정 박사 옆에 있던 필자를 의식해서인지 이씨는 말을 아끼는 듯했다. 이씨를 자세히 훑어본 정 박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가슴 부위가 다른 데 비해 유난히 크니 목·화·토·금·수 오행(五行) 기운 가운데 심장에 해당하는 화(火)의 기운이 부족하다는 증거이고, 또한 복부 쪽이 지나칠 정도로 발달한 것은 위장과 비장에 해당하는 토(土)의 기운이 매우 강력해서 그나마 약한 화의 기운을 다 뺏아버린다(火生土의 원리)는 것이니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거요.
이렇게 화의 기운이 약한 사람 중 열에 아홉은 무속인이 되거나 무속적 성향이 매우 강하게 마련입니다. 이 여성이 무속인 집에 가면 틀림없이 굿을 하고 신내림을 받으라고 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신이 목숨을 거둬간다고 위협하면서….”
충북 제천에서 소문을 듣고 서울 상도동 정 박사의 연구실을 찾은 이씨는 그제서야 자신의 과거를 하소연하듯 털어놨다. 어릴 때부터 가끔씩 무병 비슷한 증세를 보이던 이씨는 34세 때부터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아프며 다리에 힘이 없어 길을 가다가도 그냥 쓰러져버리는 증상으로 힘들었다고 한다. 나중에는 헛배가 불러오고 오장육부의 기능이 거의 작동하지 못할 만큼 상태가 악화됐는데, 두 곳의 대학병원에서는 “병명도 없고 약도 없다”면서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친구와 함께 산속에서 생을 마치겠다고 결심하고, 가족과의 인연을 정리한 뒤 제천의 깊은 산으로 들어가 토굴 생활을 해오던 터였다. 그러다 우연히 산삼을 캐러 다니는 심마니를 만나 정 박사 얘기를 듣고는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이 여성의 사주를 한번 볼까요? 무술(戊戌)생 개띠 해에 신유(辛酉) 월, 신축(辛丑) 일, 임진(壬辰) 시에 태어났어요. 실제로 사주에 화가 보이지 않고, 대신 토의 기운은 8개 글자 중 4개(戊, 戌, 丑, 辰)나 차지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이 여성의 대운은 34세 때부터 또다시 토의 기운이 들어오는 바람에 건강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겁니다. 치료는 의의로 간단합니다. 지나친 토의 기운을 조절하고 너무 약한 화의 기운을 보강해주는 기공 운동과 배 마사지, 적절한 약물 복용, 양생법을 하면 금방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크게보기 글: 안도운 기공학 전문가·오운육기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