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로 보는 관상
관상(觀相)을 보는 방법 중에는 동물법(動物法)이 있다. 그 사람의 얼굴과 행동양식의 특징을 잡아낸 다음에 이를 동물로 환원시켜 보는 관상법이다. 그래서 열두 띠도 모두 동물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어차피 인간세계는 ‘동물의 왕국’ 아니던가! 동물법을 적용하기에 가장 좋은 대상은 정치인과 기업 CEO들이다. 정치인과 CEO는 소시민과 달리 삶의 궤적이 크고 분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번 칼럼에서 밝힌 바와 같이 노무현 대통령은 스라소니 상(相)이다. 스라소니는 맹수에 속하는 동물이다. 주로 북만주에서 서식하는 고양잇과 동물인 스라소니는 매우 빠르고 민첩해서 난타전의 명수이다. 각본 없는 난타전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묘하고 애매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보에 동물적 후각을 발동시킨다. 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타결시킨 이번 한미FTA협상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대권도전을 포기한 고건 전 총리의 관상이 독특하다. 그는 기린이다. 기린은 키가 커서 높은 나무에 열린 나뭇잎과 열매를 주로 먹는다. 고고(孤高)한 동물이다.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정치는 때로 땅바닥에 떨어진 호떡도 주워 먹어야 하는데, 기린이 어떻게 땅에 떨어진 것을 먹는단 말인가.
CEO 가운데 흥미로운 관상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두꺼비 상이다.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며느리에게 손주를 기대하면서 하던 말이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 낳아라!”이다. 두꺼비는 재물의 상징이다. 삼성은 창업자인 이병철보다 이건희 대에 들어와서 엄청 커진 것 아닌가. 선대에 묘를 금섬복지(金蟾伏地: 금두꺼비가 엎드려 있음) 명당에다가 썼다고 전해지는데, 금두꺼비의 발복(發福)이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두꺼비의 특징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날아가는 파리를 채 먹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 본인이 외부에 자기를 노출하면서 활발하게 돌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다. 가만히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할 일은 다한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없다. 두꺼비는 정중동(靜中動)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조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