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학 발전의 바람직한 방향
사주를 신비화하는 술객이 문제
“직업적으로 사주를 보는 사람들의 사주해석 능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어느 TV 방송에서 한 사람의 사주를 여러 술객들에게 갖다주면서 맞춰보라는 식으로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데, 능력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사주풀이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런 점을 무시한 채 한 사람에 대한 사주풀이가 저마다 다르니까 사주는 객관성이 없는 것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또 직업 술객들의 사주를 풀이하는 태도도 문제라고 한다.
태어난 연월일시를 가지고 사주 팔자를 세우는 것은 자연철학에 의한 불변의 법칙이다.
그러나 사주풀이는 오랜 세월 사회적 경험으로 다져진 통계학적 해석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서도 현재의 사주풀이가 그대로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 그런데 술객들이 왕왕 이를 무시, 옛 풀이방식을 답습해 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과거 ‘대가 센 여자’는 험난한 운명을 살아갈 여성으로 풀이되었지만, 현대에서는 오히려 파워우먼으로 사회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주를 신비화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직업적으로 사주를 보는 사람들은 사주에서 그 사람의 직업을 꼭 집어내 자신의 영험함이나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옛날처럼 직업이 단순한 시절에는 정확성이 높을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직업이 수만개나 되는 세상에서 그것을 일일이 맞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찾아온 상담자에게 그 직업을 물어보고 그 사람에게 적절한 카운슬링을 하는 것이 술객이 취할 진정한 자세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계에서 사주 명리학을 가르치는 전문가들은 일반인이 사주에 접근하는 데 취할 바람직한 태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사주학은 지금까지 인류사회가 창출해낸 운명풀이 체계에서는 가장 객관적이고 뛰어난 적중률을 보이는 학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사주 자체가 당사자의 운명을 100% 풀이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록 인간 운명의 기본 틀은 정해져 있다 해도 구체적 양태는 환경과 인간의 의지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도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 살아간다는 점이 바로 그런 예다.
사주에서 일반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타고난 성격을 이해해 대인관계에서 적절히 처신하거나,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이나 사업을 찾는 데 도움을 받거나,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불의의 재난(질병, 사고, 이혼 등)을 미리 대비하는 정도일 것이다.”
안영배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출처: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