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지뷰킈46
2018-09-02 19:35:25조회수 : 1,632
요새 티비보면 아빠가 애기들 키우고 같이 놀아주고 이런거 많은데
저는 전혀 그랬던 기억이 없어요..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랑 아빠랑도 길게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없는거같아요
그럴 정도로 되게 무뚝뚝한 집안이었는데
저랑 아빠는 이상하게 무관심을 넘어서 사이가 좀 안좋았어요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 거리가 더 멀어진거같네요...
엄마 보내드린 날에도 그랬고...
몇 개 생각나는 건 엄마 살아계실 때도 엄마한테 한 번도 잘 해주는 걸 본 적이 없다는거.
엄마 편 한 번들어주는게 뭐가 어렵다고.. 뭐 그런 거랑
아무래도 기술직? 일하시다보니까 술 자주 마시고 들어오시고
학교 다닐때도 수능날까지도 응원하는 말 한마디 안해주시고...
같이 살아도 같이 사는게 아닌 것 같은 느낌?
서로 불편해하고 피하는거있잖아요 약간 그랬어요
첫 회사 합격하고 돈 모아서 나와살고 싶다고 친구들한테 노래를 부르고 다녔죠
직업상 야근도 잦고 하셔서 사실 얼굴 보는 날도 일주일에 며칠 되지도 않는데
그걸 피하겠다고 돈도 없으면서 집 알아보고 그랬던게 생각나네요
그냥 심리적인 거리가 먼 거 있잖아요
딸 입장에서는 나도 좀 신경써주면 좋겠고 그런데 그런 거는 기대도 안했죠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해도 아빠가 날 좀 내치려는 느낌이 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었거든요
되게 어릴 때부터 그랬으니까 심적인 응어리같은게 점점 굳어지기만 하고 그랬었던거같아요
저도 이제 회사생활 시작하면서부터는 철이 들었는지
그래도 뭔가 거리를 좁힐 수 없을까 내가 먼저 다가갈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밥도 몇 번 제가 직접 요리해서 같이 먹었는데요
고맙다는 말은 기대도 안 했고 그냥 맛있다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근데 그런 말 전혀 없었고
또 아무래도 고된 일 하시니까 집에 항상 파스가 있어요
그것도 좀 좋은 거 쓰시라고 하나 다른거 비싼 거, 일부러 냄새 안 나는거
골라서 사놨는데 대뜸 이거 얼마에 샀냐, 이런 식으로 물어보시고
3만 2천원이라고 했더니 뭐 이런 비싼 걸 사왔냐고 오히려 화를 내시더라구요
되게 서운했어요...
그때부터는 거의 관계회복 이런 거 필요없고 그냥 남남으로 살자 싶더라구요
그렇게 지내다가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친척어르신한테 연락이 왔어요
부고 문자 보니까 엄마때 생각나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구요...
아빠랑 할아버지랑 근데 사이가 되게 안좋았었...거든요 저는 뭐 자세히는 모르고
그냥 평소에도 왕래?연락 거의 안하시고 어렸을 때 한번 대판 싸우셨던 기억도 있고..
(솔직히 말하자면 좀 부끄러운 집안 얘기라 자세한 건 생략해요)
일단 아빠한테 말씀은 드리고 저는 퇴근하고 바로 장례식장으로 갔어요
가서 오랜만에 친척 어르신들도 보고... 자리 지키고 있었죠
한 새벽 세시 넘었나.. 아빠가 그때까지도 안 오시더라구요
친척분들도 슬슬 일어나시고..
아무리 사이가 안 좋으셨다지만 저는 설마 안오시진 않겠지... 하면서 기다렸어요
만약에 집에 갔는데 집에 아빠가 있으면 그게 더 생각하기도 싫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티비 보고 이러면서 기다렸죠
근데 아빠가 음 어디서 술 한잔 하시고 오셨는지
비틀비틀 들어오시더라구요...
그러고는 할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 일어나시질 못하고 엄청 오래
눈물만 흘리시고 계시는데....
뒤에서 쳐다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아빠도 사람이구나 싶고......
그 날은 뭐 상 치르고 장례식장 보고 한다고 정신없이 지나갔고
좀 정리된 다음 아빠랑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어요
뭐 할아버지 상속 문제랑 이런 거 제가 아빠 대신해서 처리하고 있던 상황이라서
논의 드리고 해야되기도 하고
그 이후로 좀 진솔?하게? 거의 처음 이야기라는 걸 아빠랑 해본거같아요
진짜 아빠도 내 아빠이기 전에 사람인 거고...
부모자식이라는 건 서로 선택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괜히 책임지우게 되고 탓하게 되고.. 그랬던 거 같아요.
역할을 떠나서 그 사람 그대로를 우리가 볼 기회가 없으니까.
제 입장에서 아빠는 처음부터 아빠였고... 그랬던거니까요
그런데 사실 아빠도 아빠라는 건 처음 해보는 거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당연히 본인도 서툴 수 밖에 없고 그런 게
표현이나 전달이 저한테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진거고..
하여튼 쓰다보니 횡설수설 길어졌는데
지금은 남은 시간 함께 잘 보내려고 서로 노력하고 있어요
저번에 뭐라고 하셨던 파스도 요새는 되게 잘 쓰시고ㅎㅎ
오해?라면 오해라고도 할 수 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오해에 오해가 쌓이고 하니까 뭔가 겉잡을 수 없이 되버렸었던 게 아닌가 생각돼요
가장 가까이에 있고 소중한 게 가족이라는데..
우리가 가족을 너무 당연하다거나 함부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도 되구요ㅠㅠ
네이트 판에는 처음 써보네요
어디다 이야기하고싶어서 용기내서 글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