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 <그것이 알고싶다>, 사주팔자의 허와 실 조명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최모씨(30)와 예비신부 정모씨(28)는 사주 때문에 결혼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궁합을 중요시하는 최씨의 어머니는 역학자로부터 “최악의 궁합이며 결혼할 경우 아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결혼을 반대하고 나선것. 그러나 최씨와 정씨가 같은 역학자를 찾아가자 이번에는 “궁합이 너무 좋다”는 말을 들었다.
20일 방영되는 SBS <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 싶다>(밤 10시 50분)는 ‘사주팔자,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인생의 대소사를 좌우할 수도 있는 사주팔자에 대해 다뤘다.
인간은 특정한 우주의 기를 받아 태어나게 되고 태어난 연, 월, 일, 시에 의해 정해진 운명에 따라 일정한 인생을 걷게 된다는 것이 역학자들의주장이다. 이들은 사주를 제대로 풀이해 낼 수만 있다면 인간의 운명을 거의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원광대 대학원 등 일부 대학에서는 사주를 다루는 명리학 강의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재력과 사주팔자의 관계를 검증해 냈다는 경제학자의 논문도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며 질병과 사주의 관계를 다룬 공대 교수의 논문이 이미 나와 있는 등 사주에 대한 학문적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주를 전혀 믿을 수 없다”고 실토하는 역학자도 상당수다.
실제로 제작진은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강의로 유명해진 정덕희씨의사주를 들고 나이가 많은 역학자와 젊은 역학자를 각각 찾았다.
‘여자 사주’라는 정보를 받은 상태에서 나이가 많은 역학자는 “일부종사를 못하고 이혼할 팔자”라는 해석을 했고 젊은 역학자는 “사회활동도 왕성히 하고 자아성취를 이룰 좋을 사주”라는 풀이를 했다. 결국 여성의 삶에 대한 역학자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른 사주가 나온 셈.
또 한날 한시에 태어났지만 한 명은 7세 때 유괴돼 힘든 삶을 살고 한명은 부모 밑에서 평탄한 삶을 살았던 쌍둥이의 사주에 대해서도 역학자들은 ‘한계’를 인정했다.
이밖에도 사주를 전혀 볼 줄 모르는 사람을 역학자로 행세하도록 한 뒤사람들의 반응을 실험, ‘사이비 역학자’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들의 행태를 살펴본다.
[동아일보 2001-01-18 18:30]
<강수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