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易術)의 논리와 허구 (중)]

◆ 음양오행설이란 무엇인가.

▷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이란 용어는 본래 음양설(陰陽說)과 오행설(五行說)이 조합되어 이루어진 말이다.
그런데 현재는 이 두 가지 학설이 별개로 논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되어 있으므로 그냥 음양오행설로 통용되고 있다.

▷ 음양설은 본래 중국 최고(最古)의 왕이었던 복희(伏羲)가 만들었다고 한다. 이 이론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천지만물이 모두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음과 양이 교대로 나타난다'고 하는 소위 이원론(二元論)의 발상이다.
이것은 세계 속의 사실과 현상이 모두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음과 양이라는 대립된 형태로 세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원리이다. 그리고 음과 양은 서로 영고성쇠(榮枯盛衰)를 반복하며, 양이 극에 달하면 음이 싹트면서 새로운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간다는 생각이다.

요컨대 세계라는 것은 명암(明暗), 냉열(冷熱), 건습(乾濕), 화수(火水), 천지(天地), 표리(表裏), 상하(上下), 요철(凹凸), 남녀(男女), 강유(剛柔), 선악(善惡), 길흉(吉凶) 등과 같이 모두 한 쌍으로 성립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같은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하늘의 기(氣)'이므로 양(陽)이고 육체는 '땅의 기(氣)'이므로 음(陰)이 되며, 생(生)은 그 정신과 육체가 결합된 상태이고 사(死)는 양자가 분리된 상태라고 설명된다.


이 음양이론은 해와 달의 변화가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농경사회를 배경으로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은 해가 뜨면 활동을 시작하고 해가 지면 활동을 마치고 쉬었다. 밤은 낮보다 더욱 위험하고 무섭게 보였다. 따라서 음보다 양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사고방식이 생겨났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의 위력을 실감했으며, 해와 달의 순환을 잘 아는 사람이 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하늘을 잘 살펴 그 변화를 알고 인간에 미치는 영향력을 알아내는 것이 부귀와 영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로부터 국가와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성술이 발달된 것이다.

▷ 한편 오행설은 하(夏)나라의 성왕(聖王) 우(禹)가 만들었다고 한다. 우왕의 치세 때에 낙수(洛水: 오늘날의 중국 華北 지구 河南省의 서부를 흐르는 강으로 총 길이 320km에 달한다)에서 올라온 한 마리의 거북 껍질에서 지혜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 거북 껍질에 씌어진 문양(낙서 洛書)에서 5라는 수를 깨달아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다섯 가지 기본원리를 생각해냈던 것이다.
우왕이 정한 오행은 다음과 같다.
물(水)은 토지를 윤택하게 하고 곡물을 자라게 하며 모여서 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소금이 된다.
불(火)은 위로 타오르고 눌어서 쓰다.
나무(木)는 구부러진 것과 똑바로 곧은 것이 있고 그 열매는 시큼하다.
쇠(金)는 형태를 바꾸어 칼과 가래가 되고 맛은 맵다.
흙(土)은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게 하고 그 열매는 달다.
우왕은 이와 같이 목 화 토 금 수(木火土金水)와 다섯 가지 맛, 즉 오행(五行)과 오미(五味)의 조화를 정치의 원칙으로 삼았다고 한다.

▷ 이와 같은 생각이 나중에 제나라의 음양가 추연(鄒衍)에 의해 다섯 개의 혹성(惑星)과 결부되었고, 더 나아가서 만물에 적용시켜 관념적인 오행설로 완성되었다.
추연의 학설은 다음과 같다.

"천지의 시작과 혼돈 속에서 밝고 가벼운 기운이 양(陽)의 기운을 만들어 불(火)이 되었다. 어둡고 무거운 기운은 음(陰)의 기운을 만들어 물(水)이 되었다. 천상에서 불은 태양(太陽: 해)이 되고 물은 태음(太陰: 달)이 되었고, 이것이 짜 맞추어져 다섯 개의 혹성이 되었다. 지상에서는 불과 물에서 5원소가 만들어졌다."

즉, 목 화 토 금 수 라는 오행에서 만물이 이루어졌고, 그 요소들이 줄어들고 늘어나고 결합하여 순환함에 따라 모든 현상이 생겨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같이 음양이라는 두 가지의 대립된 요소들과 오행이라는 다섯 가지의 상호 작용을 이루는 요소들을 관념적으로 짜 맞추어 만물에 적용시킨 것이 음양오행설이다.

◆ 오행설의 적용 사례

▷ 오행설에서는 천지만물이 모습을 갖추어 오행이 나타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방향으로서는 동서남북과 중앙을 합해 오방(五方), 계절로 치면 춘하추동과 토용(土用)을 더해 오시(五時), 색채는 청 적 황 백 흑과 같이 오색(五色) 등과 같이 다섯 가지씩의 유형을 오행배당(五行配當)이라 한다.

▷ 실제로 민간에 많이 사용되는 예를 들어보자.
오미(五味)라고 하면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의 다섯 가지다.
오음(五音)은 오성(五聲)이라고도 하는데 중국의 아악 음계의 기초가 되는 다섯 가지 기본음을 말하는 것으로 궁(宮), 상(商), 각(角), 치(　), 우(羽)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성(五星)은 오행의 각각을 지배하는 다섯 개의 혹성으로 목성(木星), 화성(火星), 토성(土星), 금성(金星), 수성(水星)이 여기에 해당한다.
오곡(五穀)은 기장, 수수, 피, 차조, 벼를 일컫다가 나중에는 기장, 수수, 마, 보리, 콩으로 바뀌어졌다.
인체의 장부도 본래는 오행설에 따라 오장오부(五臟五腑)로 분류하다가, 나중에 음양설의 영향을 받아 오부에 삼초(三焦: 음식물의 흡수, 소화, 배설을 맡은 육부의 하나)가 첨가되어 육부(六腑)가 되었다.
오장(五臟)은 간장(肝臟), 심장(心臟), 비장(脾臟), 폐장(肺臟), 신장(腎臟)을 말하며 오부(五腑)는 오장과 짝을 이루는 순서로 담(膽 쓸개), 소장(小腸), 위(胃), 대장(大腸), 방광(膀胱)을 말하는데, 이중에서 소장을 삼초와 소장으로 나누어 육부로 했다.
이외에도 도량형의 기준이 되는 다섯 가지 도구를 가리키는 오칙(五則), 인간의 다섯 가지 대표적인 욕망을 말하는 오욕(五欲: 재물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 다섯 가지 형벌의 종류를 가리키는 오형(五刑), 다섯 방위를 담당하는 오신(五神) 등 다섯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개념들이 생겨났다.
보기에 따라서는 아주 친숙한 개념들이고 그럴듯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 그러나 이같은 오행의 개념이 반드시 필연적이고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예만 들면 자연과학의 발달에 따라 태양계에는 오성 외에도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고대 중국과 바벨론 지역의 사람들은 인간의 육안으로 보이는 하늘의 별들(오성)이 우주의 다섯 가지 요소(오행)를 각각 지배하면서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점성술을 발전시켜 왔는데 자연과학의 발견으로 점성술의 과학적인 근거가 상실되게 된 것이다. 태양계 내에 있는 별들이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면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영향도 감안해야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일 것이 아닌가. 만약 그렇지 않고 옛날 눈에 보이던 다섯 개의 별들만의 영향력을 고집한다면 이는 다분히 비과학적이요 비논리적인 체계임을 스스로가 입증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 한편 오행설은 목, 화, 토, 금, 수의 상극(相剋)과 상생(相生)을 통해서 사물의 변화와 운동을 설명한다. 상생은 사물을 변화 발생시키는 것이고 상극은 사물의 변화와 발생을 제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상극은 목극토(木剋土), 토극수(土剋水), 수극화(水剋火), 화극금(火剋金), 금극목(金剋木) 등의 서로 거스리는 관계를 나타낸다.
반면 상생은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등 서로 도움을 주는 관계를 나타낸다.

▷ 이와 같은 오행의 상생 상극의 관계와 음양의 대립과 통합 등의 관계를 통해 한 사람의 사주를 분석해서 당사자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 바로 '사주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간단하게 살펴보았듯이 음양이라는 개념과 오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진리 체계에 근거해서 세워진 논리체계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이에 근거해서 생년월일에 들어 있는 간지의 음양오행을 해석해 운명을 예견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과학적이요, 비합리적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겠다.

 

 

 

 

출처 : 周易/命理學 - blog.daum.net/thez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