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택은 지기(地氣)가 중요시된다. 따라서 산의 기맥(氣脈)의 흐름, 내룡(來龍)과 혈(穴)이 점혈의 초점이 된다. 반면 양택의 터는 제대로 된 배산임수(背山臨水)에 주위의 보국이 잘 짜여져 있는가,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은 잘 드는지, 더위와 추위의 차이가 적은 곳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일찌기 이중환(李重煥)선생은 택리지(擇里志)에서 사람이 살 곳을 택할 때에는 지리(地理:땅의 생긴 모양과 형편)를 우선 살피고, 다음으로 생리(生利:생업의 조건), 인심(人心), 산수(山水:산과 물의 풍광)의 순(順)으로 살펴야 한다고 했다.
풍수고전에 이런 말이 있다. 아니 풍수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대지나 주택을 택할 때의 3대간법(3大看法),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항들이다. 먼저 배산임수를 보자. 뒤에는 산이요, 앞은 냇물이 흘러야 한다. 산을 등지고 낮은 곳을 향하란 뜻이다. 뒷머리를 치는 살풍(殺風)을 피하라는 말이다. 가족의 건강과 장수가 약속되는 땅이다.
두번째로 앞은 낮고 뒤는 높아야 한다. 전저후고(前低後高)다. 경사지를 예로 들어보자. 남쪽이 높은데도 불구 뒤쪽에 축대까지 쌓아 남향을 고집하는 사례가 많다. 집에서 면벽수도 할 일은 없잖은가. 이런 곳은 불안한 주위 환경에 가상(家相:집의 형태)도 불안정하여 공기순화가 불량해진다. 따라서 정신도 불안하고, 병약자가 생긴다. ‘전저후고면 출세영웅(出世英雄)’이라 했는데 귀인에 대한 희망은 아예 물건너 간다.
셋째 출입하는 곳은 좁아도 안은 넓어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전착후관(前窄後寬)이다. 고택을 보라. 좁은 대문, 그것도 굽어서 들어가는 대문을 들어서면 아담하고도 반듯한 정원이 나온다. 공기조화에 뜻을 둔다. 옛글에 ‘전착후관에 부귀여산(富貴如山)’이라 했다.
인물의 귀천(貴賤)엔 산천의 기상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에 부합되는 얘기다. 예컨대 산이 높고 들이 넓으면 도량이 넓고 담대한 인물이 난다. 하지만 험한 산세에 물이 직류하거나 급하게 흐르면 메마른 성질의 표독한 이가 태어난다.
언덕배기는 살풍이 분다. 바람이 머물 새가 없다. 장풍(藏風)이 안된다. 이런 곳에서 오래 살면 교만심에 빠지기 쉽다. 이웃과 멀어지고 고독한 생활을 하게 된다.
들판의 경우는 어떤가. 물길이나 도로가 청룡과 백호를 대신한다. 이럴 때에도 살풍은 막아야 한다. 담장을 두텁게 하고 뒤쪽으론 나무를 심는 것이 좋다. 비보풍수(裨補風水)다.
혈장(穴場)은 넓을수록 좋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가급적 넓게 터를 장만해야 한다.
음택은 길지(吉地)를 구하지 못해도 화장을 하면 무해무득(無害無得)하다. 하지만 양택은 길지, 길상(吉相)이 아니면 화를 당하게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공공기관 이전지 선정을 싸고 나라안이 떠들썩하다. 공공기관은 관(官)이다.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즉 인(仁)이 필요하다. 인은 오행으로 목(木)이다. 따라서 주산이나 주위의 산형에 목성산(貴峯:큰 삼각형의 산형)이 필요하다. 또한 관은 부정부패가 없어야 한다. 재정자립이 필요하단 얘기다. 재물은 금(金)이다. 금성산(富峯:초가지붕처럼 둥그스럼하게 생긴 산형)이 요구된다. 더하여 산 정상이 한일자(一)처럼 생겼다면 금상첨화다. 일자문성(一字文星)은 부와 귀를 보장한다.
공공기관은 국민의 안녕과 직결된다. 건물은 후세에 물려줄 문화유산이 될 수도 있다. 입지선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좋은 터의 건물이 오래가는 법이다.
2005. 6. 매일신문 연재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