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다 나는 간다 황진이 너를 두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머나먼 황천길을….’ 옛 노래 ‘잘있거라 황진이’ 의 노랫말 일부다.
황천(黃泉)은 ‘저승’ 이요, 살(殺)은 ‘사람이나 물건 등을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 이다. 국어사전 풀이다. 두 단어를 합친 황천살은 ‘죽음․파멸을 재촉하는 모질고 독한 기운’ 쯤 되겠다. 우리가 흔히 ‘황천간다’ 라고 할 때의 그 황천이다.
묘소가 이 황천살을 맞으면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간다. 물론 풍수적 해석이다.
황천살은 지하의 물이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묘소로 스며든 물이 후손들 집안에 피해를 입힌다는 의미다. 흔히 묘에 물이 들었다 할 때의 그 물이다. 이때의 황(黃)은 천현지황(天玄地黃)의 황으로 땅을 의미한다. 따라서 황천은 지하의 물이 된다. 이 물은 황천음수와 황천양수로 구분된다. 이 두 물을 합쳐 황천수(黃泉水)라 한다.
황천음수는 지하에 흐르는 차가운 물, 양수는 빗물 등 지상의 물이 땅속으로 스며든 물이다. 이 물이 묘에 침입(이때부터 살이 된다)하면 그 자손은 손재(損財)에 요절(夭折), 백병(百病)을 면키 어렵다. 풍수 전문용어로 수렴(水廉)이다.
묘소에 차가운 황천음수가 침입하면 시신이 더디게 부패된다. 냉동의 원리다. 따라서 오랜 기간 후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 반면 양수가 침입하면 유골이 빨리 부패되므로 화(禍)가 속히 지나간다. 하지만 그 피해는 더 크다.
황천수는 패철(佩鐵)의 제1선으로 측정한다. 패철의 중심에서 첫 번째 동심원이 제1선이다. 이 부분은 진(辰), 인(寅), 신(申), 유(酉), 해(亥), 묘(卯), 사(巳), 오(午) 여덟 자가 표시돼 있다. 이 1선을 네 번째 동심원으로 확장해 보자. 24방위를 나타내는 선이다. 1선의 진 방위는 4선에서는 임(壬), 자(子), 계(癸) 세 방위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축(丑), 간(艮), 인 세 방위는 1선의 인 방위에 배속되어 있다.
실례를 들어보자. 묘의 좌(坐)가 임, 자, 계라면 진 방위에 지하수가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다. 이 방위의 지세(地勢)가 딴 곳보다 허술하지는 않은지, 물이 보이지는 않는지 조심해서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당판(當坂:쉽게 말해서 묘를 조성하려는 중심자리)중심으로 2~3m이내 지점의 진방(辰方)을 봐서 그 방위의 지세가 허약하면 황천수가 스며들게 된다는 것이다. 좌가 축, 간, 인인 경우 인방(寅方)을 유심히 봐야한다.
이들 방위의 땅이 파였거나 허물어지고(반드시 이 방향 뿐 아니라, 주위가 이런 형태라면 물길이 되고, 흙의 입자가 느슨해졌다는 것이 된다. 자연히 그런 땅은 습기가 찬다. 또한 물길은 바람길이 되어 불리하다), 더하여 물이 보인다면 묘 자리로 확정짓기 전에 한번쯤 황천살을 생각해보시라. 유념할 것은 향(向)이 아니라 좌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앉은자리가 좌요, 바라보는 쪽이 향이다.
황천살은 자손들의 죽음, 마감, 파멸, 분해를 의미한다. 이 흉살을 막기 위해 황천살 방위에 소나무를 심고 비석까지 비스듬히 세운 묘소도 있다한다. 살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비보풍수(裨補風水)다.
신병비관에 생활고, 성적비관, 외모 콤플렉스까지…. 요즘 신문지상엔 투신(投身)기사가 연일 오른다. 10대부터 70, 80대까지 남녀노소 구별도 없다. 오죽하면 다리난간에 투신방지 철조망까지 등장했겠는가. 심지어 인터넷엔 살인청부 광고까지 뜨는 판이다.
내 생명이든 남의 생명이든 생명은 소중하다. 생명중시 사고가 아쉽다.
2005. 8. 매일신문 연재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