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란 말 자주 듣고 계시지요. 아시다시피 한땐, 아니 요즘도 권력자의 최측근을 지칭할 때 인용되는 말입니다. 그만큼 비중 있는 인물이란 뜻이겠지요. 풍수에서도 참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명당 구성의 기본 요소, 더 나아가 자손과 부귀(富貴)를 관장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풍수에서는 가장 중요한 혈(穴)을 중심으로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신사가 있습니다. 즉, 북(北)의 현무(玄武), 남(南)의 주작(朱雀), 동(東)의 청룡(靑龍), 서(西)의 백호(白虎)지요. 이중 현무는 주산(主山)이라고도 하는데, 집터나 묘터(穴)의 발복(發福) 크기를 주관합니다. 특히 마을이나 도시의 경우는 진산(鎭山)이라고 하지요. 서울의 북악이나 대구의 비슬산 등이지요.
요즘 풍수학적으로 보는 신행정수도 입지 선정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입니다. 후보지 1순위로 거론되는 지역의 주산이 일국(一國)의 수도로선 약하다는 얘기입니다.
여담입니다만, 대구의 진산인 비슬산은 정상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풍수용어로 화산(火山)이라 하지요. 이런 산은 강한 불의 기운을 수기(水氣)로 눌러줘야 합니다. 음양(陰陽)의 조화지요. 제일여중에 있는 돌거북이 이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서울 광화문 앞의 해태상이 관악의 불기운을 제압키 위해 세웠졌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 돌거북을 비슬의 맥(脈)을 잇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보고, 최근에 바로 옮겨놓기 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주산은 그 마을이나 묘에 영향을 미치는 지기(地氣)의 생성,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위의 산들보다 월등히 뛰어나야 겠지요. 더욱이 이 주산이 훼손된다면 그 파장이 즉시 미친다고 합니다. 실제 주산에 채석장이 들어선 이후 그 아래 마을에서 초상이 이어 졌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습니다. 지기를 교란시키는 철탑이나, 도로개설 등도 마찬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풍수학상 주산은 집안 배경, 즉 출신 내력을 의미합니다. 주산이 미미하면 빈천(貧賤)한 자손이 태어난다고 보는 거지요.
이에 상응하는 것이 주작입니다. 주작은 '주산'에 대비 '안산'이라고도 합니다. 주산이 남편이라면 아내, 주산이 주인이라면 아랫사람을 뜻합니다. 따라서 앞의 산이 뒷산보다 높고 험하다면 조화가 깨어져 흉한 일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안산은 또 재산 중에서도 생필품을 관장합니다. 무정하게 돌아앉았다면 풍족보다는 궁핍이 우선이겠지요. 이런 지세(地勢)에서는 돈을 번다고 해도 남에게 뺏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을 아울러 말씀드립니다.
안산은 무조건 도톰하게 솟아올라 터를 보듬어야 합니다. 경주 최부잣집 안산을 교과서로 보면 됩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한번 다녀오십시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입니다. 간 김에 백호도 둘러보십시오. 숲으로 덮여있습니다만, 아주 힘있게 꿈틀거립니다.
안산은 사회적 평판도 관장합니다. 소위「잘나간다」는 인사들의 생가(生家)나 조상 묘는 대체적으로 안산이 아름답습니다. 여론이 그만큼 따라준다는 거지요.
왼쪽에 있는 산이 청룡입니다. 우리나라선 남향(南向)을 선호하기 때문에 통상 동쪽에 위치합니다. 북향(北向)일 경우 서쪽이 되겠지요. 청룡은 남자를 관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청룡에 훌륭한 자손이 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반대로 윗부분이 꺼졌으면 장남이, 중간에 도로가 났다면 특히 둘째가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또 청룡으로 관운(官運)을 봅니다. 험한 암석으로 이루어 졌거나, 매정하게 떠났다면 귀(貴)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오른쪽이 백호입니다. 백호는 여자와 재산을 의미합니다. 백호가 등을 보이고 있으면?아내가 바람이 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것도 돈까지 몽땅 들고 도망간다는 말입니다. 허허….
이 사신사는 모두 터를 향해야 합니다. 보듬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풍수에서의 기(氣)는 산의 뒷면으로 받아들여 앞면으로 내놓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라도 등을 보이고 있으면 그곳으로 '명당의 기'가 빠져나간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혈(지기가 솟아나는 구멍이란 의미입니다), 즉 집이나 묘가 들어설 자리입니다. 이 혈이 크면 집터가 되고 작으면 묘자리가 됩니다. 「점혈 10년(點穴 十年」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혈은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이론적으로나마 혈을 찾는 방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사실 사신사는 혈을 위해 존재하는 것에 불과 합니다. 또 한번「자궁」을 들먹입니다만, 자궁은 우리 생명의 원천이지요. 명당과 연관시켜 그 의미를 되새겨 보십시오. 결국 명당 찾기도 부와 귀와 손(富貴孫)의 원천을 찾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보면 두 가지 모두 생산이 주목적입니다.
하지만 형
전에도 말했지만 큰 자리는 하늘이 냅니다. 이런 자리는 인연이 닿는 자에게만 눈에 보인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지요, 욕심내지 말고 자연에 맞춰 살자고…. 또 한번 허허(虛虛)입니다.
2004. 7. 매일신문 연재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