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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병원을 찾은 50대 남자는 2~3개월 기침이 계속돼 약을 복용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호소했다.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윤방부 교수(한국건강주택협회 회장)는 "거실의 오래된 카펫을 치우고, 물걸레질로 먼지를 제거하라"고 생활 처방을 내렸다. 의사의 지시는 적중했다. 약 없이도 기침이 멎은 것이다.
카펫엔 집먼지진드기, 애완동물의 털과 분비물 등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붙어 있다. 카펫과 중앙집중식 난방, 폐쇄된 가정에선 알레르기.호흡기 질환 발생률이 두 배 높다는 일본의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 카펫을 청소할 때는 테이프로 먼지.머리카락을 먼저 제거하고, 미리 소금을 뿌려둔 뒤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면 효과적이다. 소금은 미세 오염물질을 흡착한다.
(2) 욕실에서 곰팡이를 몰아내자
다세대 주택 거주자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스웨덴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실내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거나, 욕실이 습한 가정, 그리고 창문이 항상 닫혀 있거나, 지난 5년간 누수가 있는 경우엔 '주택 증후군'발생 위험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세브란스 알레르기내과 홍천수 교수는 "곰팡이 냄새가 눈.코.목을 자극해 기침이 나며 피곤함과 두통이 생긴다"고 말했다. 과민성 폐질환.천식.비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 물을 많이 사용하는 욕실은 곰팡이가 생기기 쉬운 장소. 욕실용 세제나 에탄올.락스 등을 희석해 스프레이로 뿌리고, 30분쯤 지난 뒤 물청소를 하면 곰팡이와 세균을 제거할 수 있다.
(3) 침실에서 집먼지진드기를 없애자
연세대 의대 알레르기연구소 박중원 교수는 "서울 시내 일반 주택(207가구 조사)의 주된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집먼지진드기.바퀴벌레.애완동물의 털.곰팡이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집먼지진드기는 이불.매트리스.소파.카펫.담요 안에 주로 서식한다. 살충제나 일반적인 방법으론 박멸하기가 쉽지 않다. 사체도 알레르기 항원이므로 죽인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 집먼지진드기 오염이 의심되면 침구류를 60도 이상의 물로 정기적으로 세탁하고, 햇살 좋은 날 침구류를 3~4시간 말려야 한다. 이불.침대 등은 진드기 방지 커버로 싸는 것도 방법이다.
(4) 부엌에서 일산화탄소를 추방하자
주부의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오래 되고 곰팡내 나는 싱크대가 아니라 가스레인지다. 주택 내 오염물질의 37%가 주방에서 발생하는데 대부분 가스레인지에서 나온다(미국 국립보건원).
불완전 연소된 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 등이 주방 공해의 주범이다. 주부가 음식을 만든 뒤 식욕을 잃는 것은 음식 냄새 때문이 아니라 가스 냄새로 소화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취업 여성보다 전업주부에게 우울증이 더 잦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불완전 연소 가스의 발생량을 줄이려면 조리 전에 가스레인지 후드부터 켜야 한다. 정기적인 후드 청소도 잊어선 안 된다. 불꽃의 색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불꽃이 붉은 색이면 불완전 연소의 증거다.
(5) 새집증후군의 주범을 잡자
포름알데히드와 VOCs(벤젠.톨루엔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는 새집증후군의 주범으로 알려진 물질. 새집의 가구.벽지.페인트.청소용품.세척용품 등이 유기화합물을 내뿜는다.
서울대 임산공학과 김현중 교수는 "새집에 입주하기 7~10일 전에 집을 한번 '구워내라'(baked out)"고 권장한다. 가구를 완전히 바꾸는 등 집을 리모델링할 때도 보일러 온도를 충분히 올려 '집을 미리 굽는' 작전이 주효하다.
거실 마루 바닥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덜 나오게 하려면 원목을 쓰거나, 접착제로 페놀 수지(페놀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한 합판마루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무늬목의 소재인 PB.MDP 등을 사용한 가구가 원목보다 포름알데히드가 훨씬 많이 생성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출처:<tk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