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오락가락하는 주말엔 '회색 빛 공간' 속의 보통사람들 마음은 더 후줄근해진다.
더하여 자연 속의 정겨운 빗소리, 맑은 공기, 새소리 등 전원의 정취가 우러나는 공간이 더욱 생각날 터이다.
그러한 곳에서 '무거운 등'을 뜨뜻하게 지지거나, 친한 이웃 몇몇이 진한 막걸리 잔 기울이며 '신세한탄'이라도 해본다면, 속세에 찌든 심신(心身)이 그나마 조금은 재충전되지 않을까.
자연엔 각각의 사물에 부여된 공간이 있다.
인간에 부여된 공간, 새나 뭇 짐승들에 부여된 공간, 나무들을 위한 공간 등등…….
만약 귀하가 편히 쉴 수 있는 그러한 공간, 즉 전원주택을 구하려 한다면 인간에게 부여된 곳을 찾아라.
찾기가 어렵거나, 방법이 아리송하면 풍수이론을 활용해 보라. 의외로 쉽게 그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흔히들 사람들은 인적이 드물고, 경치가 좋은 곳을 전원주택지로 꼽는다.
하지만 이런 곳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을 수 있다. 터 잡기에 풍수를 접목시킨다면 계곡이나 강가, 풍광이 좋은 바닷가, 그리고 산등성이나 기암절벽 인근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본적인 풍수이론을 재론해보자. 바람이 실어온 기(氣)는 사면이 포근히 감긴 곳에서 좋은 기운으로 전환이 된다.
하지만 계곡이나 산등성이는 감싸 줄 주위가 빈약하다. 따라서 이러한 곳에는 살풍(殺風)이 분다.
미처 정화되지 못한 나쁜 기운이 온 집안을 휘감는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세상사(世上事)의 법칙을 도입한다면, 영구적인 건강과 일시적인 경치를 맞바꾼다고 할 수도 있다.
깊은 계곡은 풍광이 좋다. 반면 골이 바람길의 역할을 하고 있어 기(氣)가 머물 새가 없다.
만약 귀하가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베란다 쪽의 창문과 반대편의 방문을 동시에 열어 두었다고 가정해 보라. '맞바람'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런 상태로 하룻밤을 자고 나면 틀림없이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다. 계곡의 주택도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이치다.
풍수에선 음(陰)과 양(陽)의 균형을 중시한다. '음양의 조화'란 단어가 조금은 생소할지 모르지만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다.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고,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산이 있다면 강이 있다는 것이다.
계곡이나 해안의 경우를 보자. 음기(陰氣)인 수분이 양기(陽氣)인 햇볕을 압도한다. 즉 음양(陰陽)의 기운이 깨진다.
자연의 균형이 깨지면 자연의 일부인 우리 몸의 균형도 깨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건강을 잃는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계곡엔 나무가 많고 음습하여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크다. 그에 따라 우리의 생체리듬도 흩으러 질 수밖에 없다.
강가나 해안 절경지도 마찬가지다. 큰 강이나 명문고택이나 유명묘소가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면 산등성이는 어떨까. 우선 앞이 훤히 틔어 가슴이 후련할 것이다.
하지만 산등성이도 길기(吉氣)가 머물 공간이 없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 닥치는 살풍이 그대로 가슴을 치고 등을 친다. 쉬러 갔다, 아니면 병 고치러 갔다 되레 병을 얻거나 더 악화되기 십상이다. 살림집으론 부적합하다. 이러한 곳들은 잠깐씩 땀을 식히는 정자 등의 건립에 알맞은 곳이다. 전국서 유명한 누각(樓閣)을 생각해 보라. 대부분이 경치가 뛰어난 언덕배기에 위치한다.
기암절벽 인근이나 큰 바위가 있는 곳은 지기(地氣)가 너무 강한 곳이다. 나약한 보통의 인간은 감당할 수가 없다. 이러한 곳은 사찰, 기도도량 등의 건립에 알맞은 곳이다. 그 예(例)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팔공산 갓바위나 운문사 사리암을 떠올려 보라. 적어도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는 ' 속설'이 받아들여지는 명소(名所)들이다. 그런데 주위가 모두 바위다. 풍수에서 바위는 권력(權力)을 상징한다. 그만큼 그 주위엔 큰 기(氣)가 작용한다고 본다.
70년대 유행했던 가요 중에 이런 노랫말이 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거기에다 사랑하는 님과 함께.... 귀하도 한번쯤, 아니 가슴속에 늘 품고 있는 '꿈'일 수도 있다. 콘크리트 문화에 찌든 우리 인간에겐 진짜 '그림 같은' 얘기 일 수도 있다. 오늘부터 본격 시행된 '주5일제 근무'는 이러한 꿈을 더욱 부채질 할 터이고…….
명당을 어렵게 찾으려고 하지 말라. 완벽한 인간이 없는 것처럼, 흠 없는 명당도 없다. 정복이 아닌, 그저 자연에 맞추어 산다는 마음, 그 마음 자체가 명당을 찾는 지름길이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