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에서 도로는 물길을 대신한다. 같은 흐름이라는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길이 갖는 풍수적 의미는 물의 풍수적 의미와 동일하다.
예컨대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집은 나쁜 터라고들 얘기한다. 왜일까. 집으로 인해 길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물이 흘러가지 못하고 막혀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집은 항상 물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좋지 않다는 거다.
또한 골목으로 치달은 바람이 정화될 사이가 없이 곧바로 들이닥치는 곳이기도 하다. 화살이 가슴에 꽂히는 격이다. 풍(風)과 수(水), 모두가 최악이다. 풍수에서는 이를 특히 살(殺)이라 한다. 용어마저 섬뜩한 ‘죽임’이다.
우리들은 흔히 기분이 나쁠 때 ‘저기압’이란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저 사람, 오늘 저기압이니 건들지 말라’ 등등….
압력은 바람이 거세면 낮아지고, 순하면 높아진다. 초등학교 때 배우는 내용이다.
바람은 물을 따라 흐른다. 생기(生氣)는 바람을 탄다. 그것도 산들바람을 탄다. 물을 따라 산들바람을 타고 온 생기를 청룡(靑龍)이나 백호(白虎)가 물의 흐름을 막아(逆水) 바람과 함께 그 생기를 명당으로 끌어들인다. 따라서 명당, 즉 강물이 구비쳐 흐르는 곳의 안쪽 땅은 바람이 모이고 압력이 높아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명당지역은 고기압 지대라는 얘기다.
반대로 바깥쪽 땅은 저기압지대로 좋지 않은 땅이 된다.
풍수는‘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이란 설(說)이 있다. 여기서 장풍이란 ‘바람을 막는다’는 뜻이 아니라 ‘바람을 저장한다’는 의미다.
한옥의 대문을 예로 들어보자. 바깥엔 턱이 있어 안으로만 열리도록 되어 있다. 흔히들 복(福)이 나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밖으로 열리는 것을 기피한다고 한다. 풍수적 의미는 다르다. 바람이 들어오도록 배려한 것이다.
도로가 커브인 경우 바깥쪽보다 안쪽이 유리하다. 앞에서 얘기한대로 안쪽이 바람이 몰려 기압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그에 따라 평온하고 아늑한 마음이 생긴다. 만약 상가(商街)가 이런 곳에 위치한다면 장사가 잘 될 확률이 바깥쪽보다 훨씬 높다고 추론할 수 있다.
도심에서의 광고 전광판은 대부분 2개 이상의 도로가 만나는 곳에 위치한다. 그만큼 전시효과가 크다.
그러나 만약 상가가 이러한 곳에 위치해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욕심을 내어 도로에 바짝 붙여 조성했다면…. 순간의 전시효과로 인해 뜨내기손님은 많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골손님도 많다고 할 수 있을까. 풍수로 해석해 본다면 ‘글쎄요’다.
도심의 큰길은 차량홍수다. 바람이 평온해질 사이가 없다. 트럭, 버스 등 대형 차량이 광풍(狂風)을 몰고 다닌다. 자연에 비유하면 급류, 격랑이다. 이러한 곳엔 생기(生氣)가 모일 수 없다. 광기(狂氣)만이 소용돌이 칠 뿐이다. 광기가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내의 기운마저 앗아간다.
여기에 큰 현관이나 쇼윈도, 대형 유리창까지 있다면 설상가상이다. 사시사철, 주야로 바람이 빠져나가 저기압권이 형성된다. 이러한 곳에선 불안감이 앞선다. 들어온 손님도 창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으로 시선이 가고, 나가고 싶은 충동성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편안하게 물건을 고를 기분이 나지 않는다. 살 듯 말 듯한 분위기에 주인은 주인대로 짜증이 난다.
이런 건물에 음식점이 들어서 있다면 입맛까지 달아날 지도 모를 일이다.
더하여 네거리에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그것도 현관 전면으로 길이 쏘아 들어오고 있다면…. 결론은 말하지 않아도 될 성싶다. 적어도 풍수이론으로 따질 땐 말이다.
도심 도로는 바람길이다. 그것도 광풍의 통로다. 거센 바람이 직접적으로 부닥치지 않게 건물은 도로에서 가급적이면 떨어져야 한다. 도로서 최대한 바짝 뒤로 당겨서 지어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현관이나 쇼윈도, 유리창을 작게 만들어야 한다.
실내 공간도 가로보다는 세로로 깊숙하게 배치하는 게 유리하다. 그래야만 차량 흐름으로 뺏길 수 있는 기(氣)를 최소한도로 줄일 수 있다.
전국 도시의 상권 중심지는 대부분 폭이 12~15m인 비교적 좁은 이면도로에 조성된다고 한다. 버스 등 대형차량이 다니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유명 백화점을 생각해 보시라. 일반적으로 건물의 벽면이 두껍고, 쇼윈도나 창문이 작다. 이것은 경험에서 얻은 실속일까, 풍수이론을 따른 것일까.
결론적으로 풍수는 우리 선조들이 삶의 현장에서 터득한 생활의 지혜요, 경험의 철학이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