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년쯤 전, 중국의 황제씨(黃帝氏)가 동쪽의 치우 천왕과 전쟁을 벌일 때 였다. 그런데 치우 천왕은 안개를 부릴 줄 아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단다. 이 안개로 인해 황제의 군대는 방향을 잃고 갈팡질팡, 번번히 전쟁에서 패하고 말았는데…. 다급해진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 대책을 물었단다. 그 결과로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가 나타나고, 지남차(指南車)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이 지남차가 남북을 가리키는 역할을 충실히 했고, 황제의 군대는 치우 천왕이 안개를 뿌려도 침착히 대응, 결국 승리를 거뒀다고 한다. 패철(佩鐵)의 유래로 전해지는 얘기다.
패철(보통 ‘쇠’ 라고도 한다)은 좌향(坐向)을 측정키 위한 기구로 풍수에선 필수적이다. 그러면 좌향이란 뭔가. 좌향은 사람이나 집터 등이 남북을 기준으로 할 때, 어느 쪽을 바라보고 있는 가를 아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묘지를 보자. 시신의 머리 쪽이 좌(坐)요, 발치 부분이 향(向)이 된다. 즉 시신이 일어나 앉았을 경우 바라보는 쪽이 향이라는 거다. 따라서 좌와 향은 정반대의 방향이며, 좌가 정해지면 자연히 향은 결정된다.
집의 경우 향이란 주건물이 앉아 있는 방향, 예컨대 아파트의 경우엔 앞베란다가 있는 부분이 향이 된다. 흔히 말하는 ‘남향배치’ 란 앞베란다가 남쪽이란 얘기다.
좌와 향은 인간이 주체가 아니다. 시신이나 집이 주체가 된다. 즉 좌청룡이니, 우백호니 하는 개념은 시신이나 집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시신의 오른쪽이 우백호요, 왼쪽이 좌청룡이다.
도시의 경우 전체의 지세(地勢)나 보국(保局)은 이미 반증됐다고 본다. 그러기에 그만큼 번영한 게 아니겠는가. 따라서 전체보다는 개개인의 주택이나 아파트 주변의 도로 폭, 건물의 고저, 나아가 안방의 위치 등 방위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패철에선 12지지와 12천간이 하나 걸러 배치된다. 12지지는 자(子:北), 축(丑), 인(寅), 묘(卯:東), 진(辰), 사(巳), 오(午:南), 미(未), 신(申), 유(酉:西), 술(戌), 해(亥)요, 12천간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건(乾:西北), 곤(坤:西南), 간(艮:東北), 손(巽:東南), 경(庚), 신(辛), 임(壬), 계(癸)다.
본래의 10간중 무(戊)와 기(己)는 중앙을 나타내기에 제외된다. 대신 네모퉁이의 방위, 즉 건, 곤, 간, 손이 들어간다. 기본인 24방위다. 이 패철의 24방위는 하늘과 땅이 갖고 있는 24가지 기운과 그 의미를 같이 한다고 본다.
패철은 최대 36층(즉 36개의 동심원)으로 이루어진 것도 있다 하나, 필자는 본 적이 없다. 대부분 6층이나 9층으로 된 것을 많이 사용하는데, 4번째 층이 24방위를 표시하는 동심원이 된다.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패철은 앉아서 가슴높이 정도에서 본다. 바늘이 정지된 상태서 보아 색이 칠해져 있는 부분이 가리키는 쪽이 북쪽이다.
간혹 땅바닥에 놓았을 때와 손바닥으로 받쳐 방위를 측정했을 때 방위가 다르게 나타날 때가 있다. 이 경우는 그 아래에 철근 등이 있을 확률이 높다. 이 철근이 자력을 가진 패철에 영향을 미쳐 바늘이 제멋대로 돌아가는 경우다. 인공이 가미된 곳, 특히 아파트에선 주의할 일이다. 이럴 땐 결코 바닥에 놓고서 측정해선 안된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요, 지지는 땅의 기운이다. 패철은 음양과 오행의 운행 등 천지의 오묘한 기운을 예측하려는 기물(奇物)이다. 적용은 고사하고 기본이론조차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대자연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패철은 하늘과 땅의 기운에 도전하는 인간의 ‘억지’ 가 배어있는 산물인지도 모르겠다.
출처 : 風따라 水따라 - blog.naver.com/chonjj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