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자 박제가의 음택풍수 비판」
잘되는 집안의 묘지도 파보면 물이 나고 뼈도 검게 타 있고, 나무뿌리가 관을 칭칭 두
르는 등 음택풍수에서 금기로 여기는 일들이 목격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 사람이 나보
다 훨씬 먼저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실학자 박제가였다. 그의 저서
“북학의”를 보면 정말 정곡을 찌르는 음택풍수 비판과 만날 수 있다.
“지금 사람들이 묘를 파보고서는 묘지 안에 물이 들어온 흔적이 있다느니 곡식 껍질이
있다느니 관이 뒤집혔다느니 시체가 없어졌다느니 하는 일을 가지고 (지관들의 말을)
영험하다고 말하지 않는 자가 없거니와, 이것은 땅속에 예사로 있는 일이고 화복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
“지금 영화를 누리고 높은 벼슬에 오른 집안들은 일부러 그 조상의 무덤을 파보려 하
지 않았던 것뿐이다. 만일 그런 집안들에서도 무덤을 파본다면 반드시 몇 가지 걱정스
런 일들이 있을 것이다. 또 가난하거나 후손이 없는 무덤도 파보면 가끔은 소위 길한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
“매장이 아니라 수장, 화장, 조장, 현장을 하는 나라에도 또한 백성이 있고 임금과
신하도 있다. 까닭에 오래 살고 일찍 죽음과 팔자가 궁하고 좋음과 집안이 흥하고 망
함과 살림이 가난하고 부함은 하늘의 항상스런 이치가 스스로 그러한 데 있는 것이고,
사람의 행동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장례를 치른 터의 좋고 나쁨에 관련시켜 논할
것은 아니다”
나는 박제가의 이와 같은 말들을 보면서 200여 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나와 똑 같은
생각으로 음택풍수를 공박한 박제가가 한없이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이 음택풍수에
빠져있고 또 풍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음택풍수의 폐해를 지적하며 풍
수사상 전부를 발본색원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금 제대로 풍수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은 이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공격을 받고 있다. 음택풍수가 풍수도 아닌
것이라고 비판하면 대다수 음택풍수로 먹고사는 지관들은 코웃음을 친다. 서점에 가면
풍수서들은 역학코너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모두 길흉화복을 이야기하는 책들과
함께 있다. 음택풍수서들만이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음택풍수
때문에 풍수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고정관념에 빠져 제대로된 풍
수사상의 존재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대학을 떠나올 때 느낀 점은 일부 학자들이
풍수에 대한 자신들의 고정관념만 이야기할 뿐 도무지 우리들의 주장을 한 번도 제대
로 읽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풍수를 비판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히 읽어는 보아야 하는데 비난만 하려하니 문제인
것이다. 그러면서 저들은 말한다. 그런 풍수에 대한 주장은 읽을 가치조차 없다고 말이
다. 우리는 학계에서 풍수를 내몰고 있을 때 일본에서는 풍수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80년대 이후 대중적인 풍수서뿐만 아니라 박사논문등 학문적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음택풍수 그 질긴 생명력의 비결」
박제가를 비롯한 정약용, 성호 이익, 홍대용 등 쟁쟁한 실학자들의 옹골찬 음택풍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음택풍수의 망령은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음택풍수의 입지
는 강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지적되어왔다.
그 중에서 현재까지 일본인들의 견해가 가장 대표적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식민지화한 데 대한 변명으로 우매한 조선
인을 교화시키기 위해서라는 가당찮은 말을 해왔다. 그리고 미개하다는 증거로 조선사
람들이 음택풍수에 푹빠져 있음을 들었다. 그 책이 바로 조선총독부 촉탁 무라야마
지준이라는 인간이 문화재관리국의 전신인 “이왕직(李王職)”의 참봉자리에 있던 전기
응이라는 자와 함께 만든 조선의 풍수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가지 자료를 수집한 사람이 누구냐 하는데 있다. 바로
무력적이고 강압적인 식민통치의 핵심인 일본경찰이 자료수집의 역할을 맡았다.
이 책의 곳곳에 각 지역의 경찰서장이 자기 관할지역의 풍수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총칼을 들고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학문적인 양심에 부끄럽지 않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일본의 풍수연구가들은 이 책을 불후의 명저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도 우리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든 가해자의 논리로 가득
찬 이 책을 무비판적으로 베끼고들 있다. 그래서 현대에 와서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풍수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우리조상들이 오랫동안 축적했
던 풍수의 전적들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식민지통치 조사보고서인 “조선의 풍수”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오고 있다. 이 책에서는 풍수는 철저히 음택적인 것이며
조선인이 이러한 미신에 빠져든 것은 조선인 스스로가 미신에 쉽게 빠져드는 미신
적인 것을 탐닉하는 민족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처 : 풍수학 - blog.naver.com/ksks55555